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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상담 '1388'의 비전문 상담가들은 십대 성소수자들에게 '치료'를 권한다

  • 박수진
  • 입력 2017.02.24 10:34
  • 수정 2017.02.24 10:40
Girl with long hair covers his face with his hands.
Girl with long hair covers his face with his hands. ⓒKoldunov via Getty Images

레즈비언인 김미성(가명·17)씨는 지난해 ‘헬프콜 청소년전화 1388’에 카카오톡 상담을 요청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 학교를 자퇴한 뒤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던 차였다. 상담원은 “상담을 더 받고 동성애자로 살지 말지 결정하는 게 좋겠다”, “아직 청소년이니까 (동성애) 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카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김씨는 ‘아무도 날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충격에 하루 종일 눈물을 흘렸다.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상담가로부터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듣는 등 인권 침해를 경험한 성소수자의 비율이 40%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20여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는 성소수자 107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실시한 ‘성소수자 상담경험 실태조사’ 결과를 25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성소수자 인권포럼’에서 발표한다.

응답자 중 상담경험이 있는 성소수자는 73.8%(791명)로, 이들은 위(wee)클래스 등 중·고등학교 상담소(41.5%)나 정신건강의학과 등 의료기관(32.7%), 대학 부설 상담센터(24.3%) 등에서 정신 건강, 대인 관계, 성 정체성 문제 등을 주제로 심리 상담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들은 상담가가 자신의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을 알게 됐을 때 ‘이해·공감하지 못했다’(38.3%)고 말했다.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담가의 태도는 ‘비전문적인 상담’으로 이어졌다.

동성을 사랑하는 마음은 치료할 수 있다’(20.3%), ‘여성이 여성을 사랑하는 것은 어렸을 때의 나쁜 경험 때문이다’(18.6%), ‘동성애는 도덕적이지 않다’(13.4%) 등이다. “요즘 성소수자 되는 게 유행이냐”, “섹스테라피를 받아보면 어떠냐” 등의 발언을 들었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런 발언은 심리상담가(22.3%), 종교인(18.6%), 의사(15.1%), 상담교사(13.1%)에 의해 행해졌다.

실태조사 연구에 참여한 별의별상담연구소 상담가 미묘(활동명)는 “심리상담가를 교육하고 전문성을 보증하는 대부분의 학회가 성소수자 상담 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담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해 비전문적인 상담이 벌어진다”며 “심리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 찾는 상담에서조차 성소수자들이 혐오·차별을 경험하면 우울감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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