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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스토커의 칼에 찔렸던 일본 아이돌 가수의 고백은 끔찍했다

  • 강병진
  • 입력 2017.02.23 13:11
  • 수정 2017.02.23 13:14

일본의 아이돌 가수인 토미타 마유는 지난해 6월, 27세 남성 스토커에 의해 칼로 20군데 이상을 찔려 의식불명이 됐다. 범행 전 SNS를 통해 토미타 마유를 위협했던 범인은 당시 “내가 보낸 선물을 왜 돌려보냈냐고 추궁했는데, 애매한 대답을 해 화가 나서 여러 번 찔렀다”고 진술했다. 다행히 약 20일 후 토미타 마유는 의식을 회복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사’의 보도에 따르면, 2월 23일 열린 이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토미타 마유는 음성 의견 진술서를 공개했다. 이 진술서에서 토미타 마유는 범인이 자신을 위협했던 상황을 비롯해 칼에 찔렸을 때의 정황, 그리고 회복 이후 자신에게 남겨진 상처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래는 진술서에서 발췌한 몇 가지 내용이다.

1. 그는 팬이 아니라 스토커였습니다.

“범인은 3년 전부터 SNS로 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라이브 공연장에 와서도 ‘결혼해주세요’라거나 ‘친구가 되어주세요’라고 끈질기게 말했습니다. 그 이후 저는 범인의 존재를 언제 어디서나 의식했고, 지난해 5월 21일 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항상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살았습니다. 특히 범인이 저의 죽음에 관한 글을 하루에 몇 건씩 보냈던 것, 그리고 1월 17일 라이브 공연 종료 후 끈질기게 스토킹을 한 이후 저는 더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범인의 모습은 팬이 아니라 스토커 그 자체였습니다.”

2. 그때 내 몸에서 쏟아져 나온 피를 기억합니다.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저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사건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칼에 찔린 곳이 바로 뜨거워졌던 것. 목을 찔린 후 입안에 피맛이 느껴졌던 것. 끔찍한 모습의 범인이 날 찔렀던 것. 그가 찔렀던 칼의 모양, 그리고 바닥이 피바다처럼 보일 만큼 내 몸에서 쏟아져 나온 많은 피, 그리고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몸부림을 쳤던 기억 등입니다. 그 두려움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3. 지금 그때보다 더 큰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병원에 입원 중인 다른 환자와 마주치거나, 병실에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오는 것도 무서웠습니다. 상처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가위를 볼 때도 내가 찔리지는 않을까 불안해 했습니다. 병문안을 와주러 오는 사람을 봐도 혹시 날 죽이러 오는 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퇴원했지만, 그런 기분이 바뀌는 건 아닙니다. 잠을 잘 때도 그때의 일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꿈에 범인이 나와 또 나를 죽이려 할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깨어버리기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없습니다.”

4. 나는 정말 많은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변해버렸습니다. 가족과 보내던 시간,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시간, 대학에서 좋아하던 공부를 하던 것.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과 공연 등, 지금까지 소중하게 쌓아온 것과 시간을 한순간에 빼앗겨 버렸습니다. 내 몸도 마찬가지 입니다. 나는 상처 하나 없던 몸을 잃게 됐습니다. 내 몸을 돌려주었으면 합니다. 범인은 상처하나 입지 않았는데, 나만 몸과 마음에 이렇게 많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는 게 억울합니다. 용서할 수 없습니다.”

5. 나는 내가 좋아하던 노래도 부를 수가 없습니다.

“매일 재활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좋아하던 노래도 부를 수가 없고, 음식을 먹기도 힘듭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기타를 칠 수도 없습니다. 시력이 저하되었고, 시야가 좁아졌습니다. 행동에는 항상 제한이 있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물건이나 사람에 부딪힙니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마비증세가 남아있기 때문에 집에서조차 제대로 걸을 수 없습니다.”

6. 저는 범인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범인과 범인의 가족은 지금까지 한 마디 사과도 없었습니다. 재판정에서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한 것 같습니다만, 그건 자신의 죄를 가볍게 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전혀 마음의 울림이 없습니다. 나나 내 가족이 지금까지 얼마나 괴로운 마음으로 살았는지 알 수 있습니까? 범인도 범인을 키운 부모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범인은 법정에서도 내 조서가 낭독되는 동안 웃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건을 일으켜 놓고 어떻게 웃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반성을 안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사라져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평생 감옥에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안심하고 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

"향후 유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저처럼 상처받는 사람이 없도록 이 사건에서 엄격한 판결을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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