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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후조리원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무척 비싸다

A newborn baby enters the world and mother holding newborn baby girl in the hospital.
A newborn baby enters the world and mother holding newborn baby girl in the hospital. ⓒguvendemir via Getty Images

출산하고 나면 산후조리원을 찾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대세다. 열에 아홉은 산후조리원을 찾고 2주간 산후 마사지를 비롯한 집중 관리를 받으며 출산으로 흐트러진 몸을 바로 세운다. "우리 때는 그런 거 없이도 다 잘 낳았어" "우리 때는 애 낳고 바로 밭에 나가 일했어"라는 말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산후조리원의 가격은 대략 얼마일까. 서울시가 2월22일에 밝힌 '서울시 산후조리원 이용요금 현황에 따르면 서울지역 산후조리원을 2주간 이용하는 요금은 평균 315만원이다. 서울 산후조리원 5곳 중 1곳은 400만원이 넘는다. 이는 2월 서울소재 157개 산후조리원의 가장 저렴한 요금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가장 비싼 곳은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드라마글로벌이다. 특실요금 2500만원으로 일반실도 850만원에 달한다. 대체로 서초, 강남에 위치한 곳일수록 가격이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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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부담이 뒤따르지만, 일생에 한 두번이라는 이유로 많은 산모들은 이를 택한다. 신생아를 집중케어하는 것을 비롯해 산모의 식사, 운동, 마사지, 한방케어, 모유수유 등을 도와준다. 또한 숙식을 취하는 곳 역시 호텔급의 침구와 비데, 연수기, 인테리어를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꽤 괜찮은 산후조리원을 보고나면, 10개월 동안 고생한 산모에게 이를 이용하는 것은 언뜻 당연해보인다. 특히 상담을 받다보면 기본 마사지 외에 추가로 산후 마사지 등의 케어를 권유하게 되는데 조리원에 따라, 이용시간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10회 마사지 비용이 200~400만원을 부른다. 산후조리원 2주 이용에 비용에 맞먹는 것이다. 1회 비용이 고가 임을 강조하며 패키지로 끊으면 싸게 해준다는 속삭임도 한다.

특히 산전 마사지 2회(기본)를 받게 함으로써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다리 저림, 배 뭉침, 어깨 결림이 심했던 산모 입장에서는 산전 마사지의 달콤함에 유혹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산후조리원이 마냥 비싸다고만 할 수 없다. 2주 동안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으며 신체적, 육체적으로 고단했던 몸을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해주면 좋겠지만, 전문적으로 이를 서비스하는 곳을 따라올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기에 자신의 가계 소득 수준에 맞춰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MBN 2월17일 보도에 따르면 "산후조리원의 10분의 1 수준의 돈만 내면 산모와 신생아를 돌봐주는 '건강관리사'가 집으로 찾아온다"며 "경기도의 경우 기존에는 산모의 자녀 수와 무관하게 10일간만 서비스가 제공됐지만, 자여 수에 따라 20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 부부가 아기를 출산한 뒤에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산후조리원은 한국에서만 유독 발달한 문화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윌리엄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 부부가에 영국 런던 세이트 병원의 산부인과에서 딸을 출산했다. 산모인 미들턴은 출산 10시간 만에 산모답지 않게 노란색 꽃무늬 원피스와 하이힐을 신고 아기를 안은 채 나타났다. 그리고 곧장 집인 켄싱턴 궁으로 향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문신용 교수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보통 산모가 출혈만 없으면 두 시간쯤 뒤 샤워하고 퇴원하지만 한국에서는 예전부터 산모를 꽁꽁 싸매 더운 방에 두는 게 전통이어서 그런지 그 문화가 이어져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에 오래 있으면 오히려 감염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며 "출산은 병이 아니고 인간이 지닌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정상적인 행위일 뿐인데, 마치 병에 걸린 것처럼 취급해 요즘 같은 출산 풍토를 만들어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모들이 애를 낳고난 이후 몸을 푸는 과정은 분명 필요하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흐트러진 골반과 몸의 밸런스를 바로잡고, 좋은 영양분이 듬뿍 담긴 식사 등을 통해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머니 세대들은 이런 과정 없이 곧바로 일을 하는 바람에 평생 자궁과 관련한 질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고 박완서 작가의 소설 '꿈엔들 잊힐리야'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중략)...가난하고 무지한 여자들이 몸을 풀자마자 산후조리할 새 없이 중노동을 하다가 자궁이 밑으로 빠져서 일생을 병신으로 사는 일은 두메에서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녀 역시 죽는 날까지 어기적대며 걸어야 하고 앉은자리마다 궂은 냄새를 남길 수밖에 없으리라." (소설 '꿈엔들 잊힐리야')

산후조리는 분명 필요하다. 안하면, 정말 평생 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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