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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나중에" 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있으며 "오래"된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차별은 안 되지만, 동성혼은 국민정서상, 사회적 합의가 안 돼서 안 된다'고 했단다. 내가 결혼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 거구나. 이성애자들은 혼인신고할 때 "사회적 허락"을 받나? 이건 차별이 아닌가? 우리 관계를 보호할 제도가 없고, 언어가 없다. 난 지금도 우리의 관계에 대한 호칭이 마땅치 않아 당황할 때가 있다. 10년이나 동거했는데 '애인'이라고 부르기엔 낯간지럽고, '파트너'라고 부르기엔 낯설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걸까? 나도 당신들이 느끼는 감정과 다르지 않다는 걸.

  • 장서연
  • 입력 2017.02.22 08:38
  • 수정 2018.02.23 14:12
ⓒDavid McNew via Getty Images

3월 3일이면, '애인'을 만난 지 10년이다. 2007년 3월 3일 밤 9시에 만났다. 10년 동안 내가 해준 것이 없어서 10주년에 뭐라도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3월 3일 당일에는 단 둘이 집에서 조촐하게 보내고 여름휴가 때 라스베가스로 가자고 했다.

문재인 후보가 '차별은 안 되지만, 동성혼은 국민정서상, 사회적 합의가 안 돼서 안 된다'고 했단다. 내가 결혼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 거구나. 이성애자들은 혼인신고할 때 "사회적 허락"을 받나? 이건 차별이 아닌가?

우리 관계를 보호할 제도가 없고, 언어가 없다. 난 지금도 우리의 관계에 대한 호칭이 마땅치 않아 당황할 때가 있다. 10년이나 동거했는데 '애인'이라고 부르기엔 낯간지럽고, '파트너'라고 부르기엔 낯설다. 자녀를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박탈감, 무심하게 건네지는 청첩장에 올라오는 짜증, 가족사진 찍을 때 혼자 멀뚱히 서서 느끼는 소외감. 내가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걸까? 나도 당신들이 느끼는 감정과 다르지 않다는 걸.

공감에서 레즈비언 커플 사건을 변론한 적이 있다. 교통사고로 한 명이 사망하자, 법정상속인인 가족들이 고인과 함께 살고 있던 여성을 절도죄로 고소했다. 고소당한 여성을 변론하기 위해 경찰서에 함께 앉아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잃은 이 여성은 위로는 커녕 왜 도둑이 되어 이 자리에 앉아있나' 깊은 자괴감이 들었다. 당사자가 원치 않았기 때문에 변호사윤리로 이 비극을 사회에 알릴 수는 없었다. 그렇다. 더 <월2>의 할머니 커플의 비극, 2013년 40년 동거한 여성들의 비극은, 지금 2,30대 커플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동성혼이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자살시도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을 선택지로서 선택할 수 없는 친구들의 삶의 방향에 대한 방황, 고통은 "나중에" 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있으며 "오래"된 것이다.

사회적 합의가 안 됐다고 기다리라고 하지 말고, 동료시민으로서 이런 부정의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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