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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정권교체를 위해 논쟁을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이들을 포함한 모든 야권 후보들이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등 비슷한 재벌개혁 방안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재벌개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삼성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그렇다면 당시 재벌개혁이 왜 실패했는지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재벌개혁은 정책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의 곁에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이강국
  • 입력 2017.02.21 12:01
  • 수정 2018.02.22 14:12
ⓒ뉴스1

바야흐로 대통령선거의 계절이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석 달도 남지 않은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 불평등과 불공정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의 삶이 정말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여전하다. 야당이 정권을 잡아도 사회경제적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특히 지난 민주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하는 우려가 높은 것이다.

예를 들어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이들을 포함한 모든 야권 후보들이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등 비슷한 재벌개혁 방안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재벌개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삼성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그렇다면 당시 재벌개혁이 왜 실패했는지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재벌개혁은 정책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의 곁에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재벌개혁 이후에 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정경유착과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는 근절해야 하겠지만, 단순히 주주의 힘을 강화하고 그룹구조를 해체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을 촉진하고 정말로 노동자와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개혁의 길을 모색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더욱 어려운 쟁점은 재정과 세금 문제다. 후보들 사이에 사회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합의는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증세에 관한 생각은 뚜렷하지 않은 듯하다. 여러 후보들은 법인세와 최고소득세를 인상하겠다고 하지만 세수는 그리 크지 않다. 복지국가를 세우고자 하는 후보라면 증세가 필요하다며 솔직하게 국민을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불로소득 과세, 부동산 보유세, 부가가치세의 인상, 그리고 47%나 되는 소득세 면세자 축소 방안 등을 모두 논의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와 여야 모두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를 과도하게 우려해 왔다. 하지만 저성장이 심화되고 적극적인 재정 확장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대선에서는 정부의 재정 운용을 둘러싸고도 토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한편 여러 후보들이 일자리 창출을 외친다. 여론조사 1위 후보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3분의 1 수준인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대폭 늘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물론 크게 모자라는 국민의 안전이나 복지서비스 분야의 정부 고용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상대적으로 처지가 나은 공공부문의 개혁도 함께 이야기해야 설득력이 클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야당과 진보진영은 기득권에 익숙해진 공무원이나 대기업 노조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비정규직의 확대와 불평등의 심화는 지난 민주정부한테 가장 아픈 상처였다. 현재는 상위 10%의 소득 비중,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사상 최대로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야권 후보들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확립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대답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선거는 후보들이 공약과 비전으로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토론하는 소중한 장이다. 단순히 정권교체가 아니라 더 나은 정권교체를 위해 생산적인 논쟁이 발전되고 시민들의 요구가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것이 바로 지금도 촛불을 들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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