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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은 단순한 욕이 아닌 소수자에 대한 공격이다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으로 가장 많이 응답한 표현은 "김치녀/년"이었으며 페미니스트나 메갈리안 등 성차별이나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 외모나 나이, 능력 등에 대한 비난이 많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못생긴', '뚱뚱한',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혐오표현과 '외모에만 신경 쓰는 생각 없는 존재'로 폄하하는 혐오표현을 동시적으로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의 경우에는 존재성을 부정하고 섹슈얼리티만 부각된 "변태", "호모" 등으로 지칭하는 혐오표현이 두드러졌다. 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질병'이나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혐오표현도 많이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비마이너
  • 입력 2017.02.21 10:26
  • 수정 2018.02.22 14:12
ⓒJuanDarien via Getty Images

"일 년 전쯤 전철역에서 남자친구랑 같이 다니는데 환승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백발의 중년 여성이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고서는 옆의 남자친구를 처다보면서 '어떤 관계야?'하고 묻는 거예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인데요"라고 하니까, 지금도 생각나요. 낯빛이 확 바뀌더니 '어? 부모님 가슴에 못 박히게 너 지금 뭐 하는 거야?'라고.(중략)그리고 '똑같은 사람끼리 만나야지'라고 해요." (사례 N 지체장애인 여성)

"(발달장애인 직업 훈련 시설에 주민들이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기사) 댓글을 보니까 '네가 장애인하고 살아봤냐, 얼마나 위험한 줄 아냐', '내 자식이 왜 장애인과 같이 살아야 하냐, 찝찝하다', '문제가 생기면 네가 책임질거냐'라고 장애인을 '같이 살 수 없는 존재, 위험한 존재'라고 분명히 써놓았더라고요. 실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죠. 온라인은 파급력도 더 크고 그냥 맞는 말인 것처럼 쓰여 있으니까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상당히 문제죠." (사례 M 지체장애인 여성)

국가인권위원회가 혐오표현 예방과 규제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보고서는 소수자 집단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혐오표현 해악이 심각하므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수행한 이번 조사는 온라인 및 대면조사 등의 방식으로 총 1014건의 설문을 수집 및 분석한 것이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에 대해 면접조사를 병행했고, 온라인 혐오표현 실태에 대해서도 별도로 분석을 진행했다.

온라인 혐오표현을 접한 후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비중은 장애인이 56.3%로 가장 높았다. 이는 비중이 가장 낮게 나온 '기타남성' 16.3%에 비해 약 세 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이어 성소수자가 43.3%, 이주민은 42.6%, 기타여성은 30.3%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혐오표현을 경험하게 되는 경로도 다양했다.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접하는 경우는 뉴스 기사나 영상 등의 댓글이 78.5%,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이 73.7%, 페이스북 댓글 73.3% 순으로 높았다. 오프라인에서는 '친하지는 않지만 아는 사람'으로부터 혐오표현을 경험한 사례가 94.4%로 높게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방송(83.3%), 가족이나 친구 등 친한 사람(80.9%), 방송인·정치인·연예인 등 유명인(80.1%), 공공장소 인쇄물(79.2%), 교사·강사·교수(74.0%) 등이 뒤를 이었다. 공무원이나 집회, 시위 등에 참여했을 때 혐오표현을 경험한 사례도 있었다.

혐오표현의 내용을 살펴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유사한 혐오표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모든 집단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표현은 '장애인이냐', '여자 주제에' 등과 같이 집단 그 자체를 호명하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비난과 차별이 널리 행해지고 있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는, 단어 자체에 욕설이나 비난의 표현이 섞이지 않았더라도 해당 집단을 가볍게 희화화하여 부르는 표현만으로 그 집단에 대한 비하와 멸시가 성립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집단 호명 이외의 혐오표현 사례를 살펴보면, 장애인의 경우 '(장애는) 전생의 업보'라는 등 장애를 '형벌'로 바라보는 내용이나 '민폐를 끼치는' 존재 또는 '격리해야 하는' 존재로 명명하는 혐오표현이 많았다. 특히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다 핑계고 노력을 통해 극복하라"는 내용의 혐오표현도 조사되었다.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으로 가장 많이 응답한 표현은 "김치녀/년"이었으며 페미니스트나 메갈리안 등 성차별이나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 외모나 나이, 능력 등에 대한 비난이 많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못생긴', '뚱뚱한',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혐오표현과 '외모에만 신경 쓰는 생각 없는 존재'로 폄하하는 혐오표현을 동시적으로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의 경우에는 존재성을 부정하고 섹슈얼리티만 부각된 "변태", "호모" 등으로 지칭하는 혐오표현이 두드러졌다. 그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질병'이나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혐오표현도 많이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민에 대한 혐오표현은 대부분 외견상 피부색이나 외모 등에 대한 비하의 표현, '미개하다', '게으르다' 등의 멸시를 담은 표현이 많았다. 특히 무슬림의 경우에는 '테러리스트 집단'이라는 혐오표현을 많이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 방안은 대부분 집단에서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 기타여성과 성소수자 집단은 혐오표현에 대해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은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10%에 미치지 못하였고, 장애인의 경우에도 15% 내외만이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혐오표현의 해악이 심각하므로 규제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도출하며, 이러한 '규제'에는 형사제재뿐만이 아니라 민사규제와 행정규제, 그리고 교육 등을 통한 '형성적 규제'까지 다양한 형태를 포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혐오표현 정책을 포함하도록 하여 각 기관이 긴밀히 협력하면서 혐오표현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보고서는 "혐오표현을 단순히 욕설 정도로 생각하거나 혐오표현 규제에 관한 논의를 자유로운 표현을 가로막는 검열 기제로 여기는 경우도 허다하다"라며 혐오표현에 대한 인식 제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보고서는 "혐오표현이 심각한 해악을 초래하는, '소수자'에 대한 공격이자 '차별행위'의 일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 글은 비마이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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