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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 2형-사드 배치' 연계론은 사기다

사드 배치의 찬반 논의가 정확하게 이뤄지려면, 이제라도 한반도 사드 배치의 직접적인 보호 대상이 한국 국민이 아니라 오키나와, 괌에 있는 미군과 그 기지이고, 중국을 전략적으로 견제하는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에 입각해야 한다. 북극성과 김정남 때문이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의 이익과 미군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당당하게 밝히고, 국민의 의견을 듣고 치열한 논의를 벌여야 한다.

  • 오태규
  • 입력 2017.02.21 07:35
  • 수정 2018.02.22 14:12
ⓒ뉴스1 / 노동신문

북한이 12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발사한 데 이어, 13일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쪽의 공작으로 보이는 '김정남 독살'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국내에 북한에 대한 경계감과 악감정이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국민의당까지 포함하는 정치권과 일부 보수언론이 두 사건을 계기로 전개하는 '사드 배치 캠페인'이 대표적인 예다. 힘 빠진 이복형을 끝까지 추적해 살해할 정도로 잔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까지 실을 수 있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까지 손에 쥐게 됐으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몇 개 더 늘려 배치하든지, 배치를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스토리 구성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북한의 일그러진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는 많은 사람의 감정에 영합할 수 있는 언설일지는 모르지만,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작위적인 선전·선동에 불과하다. 특히, 국가정보원도 김정남 제거는 김정은 위원장이 2011년 말 집권하면서부터 실행 때까지 계속되어온 '상시 명령'이라고 하는 판인데, 북극성 발사에 대한 대응이라면 모를까 김정남 사건까지 사드 배치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국민을 무지몽매한 '여론 조작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폭론이다.

김정남 독살을 빼고 나면, 북극성만이 사드 배치 강화론 내지 필요론의 핵심 명분으로 남게 되는데, 이마저도 북한의 새로운 미사일 기술로 존립 근거를 잃게 되었다. 북극성 발사가 사드 배치 주장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사드 배치를 포함해 지금까지 군 당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추진해왔던 한국형 미사일방어와 킬체인을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북극성 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기존의 북한 미사일과 다른 서너 가지 새로운 기술적 특성을 갖고 있다. 기동성과 은폐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고체연료, 회피 기동, 콜드론치형 점화 방식, 궤도형 이동식 발사대가 그것들이다. 이런 기술들은 북한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로 바다에서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육지에서도 우리의 감시망을 피해 언제든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 전에 징후를 포착해 선제타격하는 킬체인, 선제타격을 피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와 사드가 하루아침에 '닭 쫓던 개 지붕을 쳐다보는 꼴'이 된 셈이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가 무력화된 것이 아니라며 계속 추진만을 되뇌고 있으니 속이 터질 일이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이번 북극성 미사일 발사로 사드 배치가 더욱 필요해졌다고 내세우는 논리가 북극성의 속도이다. 북극성의 속도가 마하 10 정도로 추정되므로 마하 8 정도까지만 요격이 가능한 패트리엇-3로는 잡을 수 없으므로 마하 14까지 요격할 수 있는 사드 배치가 더욱 시급해졌다는 것이다.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이런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군 당국이 겉으로 같은 주장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극성의 발사 및 낙하 속도에 집착해 설명하는 것으로 보아 이런 주장의 발원지이거나 동조자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이미 장사포와 스커드, 노동미사일 등 적은 비용으로 남쪽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들을 가지고 있는 북한이 굳이 값비싼 중장거리 미사일을 고각으로 쏴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중장거리 미사일의 고각 발사 공격론이야말로 사드 배치를 위해 만든 비현실적 가정에 불과하다.

사드 배치의 찬반 논의가 정확하게 이뤄지려면, 이제라도 한반도 사드 배치의 직접적인 보호 대상이 한국 국민이 아니라 오키나와, 괌에 있는 미군과 그 기지이고, 중국을 전략적으로 견제하는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에 입각해야 한다. 북극성과 김정남 때문이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의 이익과 미군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당당하게 밝히고, 국민의 의견을 듣고 치열한 논의를 벌여야 한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면 안보 중시이고, 반대하면 경시라는 식의 생각은 허접하다.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말도 천박한 사고의 소산이다. 안보는 철저하게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로 따져야지 진보냐 보수냐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지금 허구와 상상 위에 세운 사드 배치 찬성론은 허무하고도 위험하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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