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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지사의 '선한 의지'론이 위험한 발언인 이유

대선에 임박해서 민주당의 후보군 중의 한 명인 그가 이명박, 박근혜를 예로 들어 '선한 의지'를 말하는 것은 이러한 자신만의 대화방식 일반을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우선, 그가 다른 자리에서 변명한 대로 그것이 '조롱'의 뉘앙스를 가진 말이라면,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위안이 되겠지만 손석희 앞에서 밝힌바 상대방의 진정성을 일단 인정하고 들어간다는 자기만의 대화술의 원칙에는 어긋나는 것이 된다. 조롱이나 비아냥은 일단 상대방의 선의를 긍정하고 들어가기는커녕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조롱'의 뉘앙스가 없는 채로 이명박근혜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대선국면에서 보수층을 견인하려는 철저히 계산된 진술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 김명인
  • 입력 2017.02.21 05:52
  • 수정 2018.02.22 14:12
ⓒ뉴스1

JTBC뉴스룸에서 안희정은 일단 자신의 '선한 의지'론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알리는 데에는 성공한 듯하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그는 '선한 의지'를 인정한다는 것은 "대화나 쟁론에 있어서 일단 상대방의 말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고 시작한다"는 일종의 대화술, 혹은 논쟁술의 전제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 '선한 의지' 흑은 의도는 일단 인정하되 그것이 어떻게 왜곡된 방식으로 추구되는가를 따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상대방의 말을 의도적으로 곡해하고 그 저의부터 따지고 들어가는 방식은 낡고 대화적이지 않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일 게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치적 대화나 타협의 프로세스에서 위와 같은 태도는 처음부터 상대방을 부정하면서 들어가는 태도보다는 생산적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정치판이 오랫동안 그러한 상대부정의 논법과 자세에 익숙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참신한 태도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화술'이라는 아주 좁은 범위에서만 유의미한 방식이자 태도이며, 사실상 극단적인 적대감으로 상대를 대하지 않는 한 어지간한 대화과정은 다 그렇게 일단 상대방의 말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고 들어가게 마련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말이다. 누구라도 그러지 않겠는가? "당신은 홍수예방이나 물관리라는 목적으로 4대강 보를 건설한다고 하지만 / 그 방식은 이러저러한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스포츠재단, 문화재단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좋으나 / 그것이 재계로부터 거액을 기부 받아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 안희정이 변명한 대로 그것이 대화술의 문제라면 그것은 이처럼 하나마나한 개인적 태도의 문제로 되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대선에 임박해서 민주당의 후보군 중의 한 명인 그가 이명박, 박근혜를 예로 들어 '선한 의지'를 말하는 것은 이러한 자신만의 대화방식 일반을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우선, 그가 다른 자리에서 변명한 대로 그것이 '조롱'의 뉘앙스를 가진 말이라면,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위안이 되겠지만 손석희 앞에서 밝힌바 상대방의 진정성을 일단 인정하고 들어간다는 자기만의 대화술의 원칙에는 어긋나는 것이 된다. 조롱이나 비아냥은 일단 상대방의 선의를 긍정하고 들어가기는커녕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조롱'의 뉘앙스가 없는 채로 이명박근혜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대선국면에서 보수층을 견인하려는 철저히 계산된 진술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나는 당연히 후자라고 본다.

그렇게 볼 때, 그의 '선한 의지'론은 위험한 발언이 된다. 정치인의 모든 발언은 때와 장소가 중요하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 아직도 보수지지층이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부산에서 이러한 발언을 했다. 아마 광주에서라면 절대 그런 발언을 안 했을 것이다. 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로서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이나 박근혜의 최순실게이트를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력하고 치열한 공격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시점에서 그가 굳이 그 두 인간을 예로 들어 '선한 의지'를 언급한 것은 민주당에게는 사실상 해당행위라고 할 수 있으며, 이명박근혜 10년의 적폐청산을 열망하는 촛불시민들에게는 사실상 모독행위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입장에서건 촛불시민의 입장에서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반극우전선을 강화시켜야 할 시점에 그의 이러한 발언은 금도를 넘은 발언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일신의 성공을 위해 자기 정체성을 얼마든지 변질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그는 "20세기의 지성이 비판, 분석, 의심의 지성이라면 21세기의 지성은 통섭의 지성"이라는 되지도 않는 말을 끌어다가 자신의 '선한 의지'론을 뒷받침하려는 '용감한 무식'을 보여주었다. '통섭'이 '중도통합'이 되는 웃지 못할 순간이었다. 문제는 그의 무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어설픈 중도통합적 정치책략을 그러한 '지성'을 가장한 '몰지성'까지 동원하여 고수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그의 이명박근혜와 관련한 '선한 의지' 발언은 어쩌다 잘못 나온 해프닝이 아니라, 그의 일관된 보수지향적 정치공학주의의 필연적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금 이 국면에서 그러한 정치공학주의적 자질은 우리 촛불시민들이 원하는 정치지도자의 자질과는 가장 동떨어진 자질이라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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