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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로 돈은 빼돌리고 싶어 하는 최순실, 부하들도 암담해 했다

  • 김태성
  • 입력 2017.02.20 14:06
  • 수정 2017.02.20 14:11

'비선 실세' 최순실(61)씨가 SK 측에서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비를 지원받으려 할 때 적당한 명분이 없어 측근들이 대책을 논의한 과정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그러면서 고영태씨 지인들은 돈을 단순히 해외로 내보내는 것으로는 자신들이 이익을 만들어낼 수 없으니 좀 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재판에서 공개한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에 따르면 고영태씨의 대학 후배이자 측근인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지난해 2월 29일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와 이런 내용으로 대화를 나눴다.

증인 출석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

박씨는 "회장님(최순실) 생각은 독일로 이제 돈을 좀 따로 빼고 싶어하는 부분이 좀 있는 건데, 그거를 충족시키자니 SK에서는 그 회사(비덱)에 대한 레퍼런스도 없고, 설립된 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고…"라고 말했다.

K재단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가이드러너' 사업과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에 필요한 예산 등 80억원을 SK 측에 지원 요청했다가 이 중 해외 전지훈련비용 50억원을 최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 스포츠'로 직접 송금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대목이다.

박씨는 또 "영태형도, 영태형은 아는 건데, 거기 다 아는 건데…"라면서 "회장님이 사실 저렇게 하는게 말이 안 되는 거다. 더블루K에서 다이렉트로 가서 돈을 달라고 해서 받는 거는 안 된다. 재단에서 어떻게든 받아서 뭐를 하는 방식이 돼야지"라고 걱정했다.

이어 박씨가 "회장님은 우선 SK에서 돈을 준다고 하고, 어쨌든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보라고, 전지훈련 예산을 짜보라고 그러는 건데…"라고 말하자 김씨는 "명분이…빨리 뭔가를 하나 해야 되는 게 맞아요"라며 방안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내부적으로 자기네가 봤을 때는 진행될 수 없는 모양으로 갈 거 같으니까 이야기를 해준다"고 말하고, 김씨는 "제일 심플한 건 기부금을 받아서 그냥 써버리면 된다. 재단의 목적사업에 맞게 가장 심플…"이라고 응수한다.

그러자 박씨가 다시 "그 돈을 내보내는 게…그걸로는 단순히 우리가 이득을 만들어낼 수 없으니까…"라며 이익이 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졌다.

박씨가 "지금 중요한 건 회장님 의중에는 독일에 일단 빨리 돈을 어떻게 내보내는 걸 해결해드려야…"라고 말하자 김씨는 "SK가 독일에 진출하는 게 뭐 있다고 하면 그에 대한 홍보 같은 걸 그쪽 회사로 줘라, 이런 것도 가능하도록 해봐요"라고 제안했다.

김씨는 계속해 "그 회사가 아니라 해도 연결하면 되잖아요. 커미션 받고 떨어진 거로 해서, 어차피 행사한다고 하면 중간에 하나 끼워서 '걔네들 줘라' 이런 식으로 해서 아예 받는 것도 괜찮아요. 걔네들이 만약 의지만 있다고 하면…"라며 독일로 SK 지원비를 넘길 방안을 궁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최씨 요청에 따라 독일로 돈 보내는 걸 박씨와 김씨가 고민한 내용"이라며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해 SK 자금을 받기로 한 상황에서 가이드러너 명분을 급하게 추진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증거로 제출한 녹음파일에 이어 최씨 측 변호인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녹음파일도 공개 재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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