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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녹취록' 일부 내용이 오늘 법정에서 공개됐다

  • 허완
  • 입력 2017.02.20 13:15
ⓒ연합뉴스

일명 '고영태 녹취록' 일부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공개된 내용 중에서는 고영태씨가 '오더'를 받고 국세청장 인사를 논의한 정황이 담겨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K스포츠재단 진행 상황을 보고 받고 지시를 내렸다는 정황도 등장한다.

또 파일을 녹음한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와 고씨 주변의 지인들이 최순실의 영향력을 눈치채고 고씨에게 건의해 사익을 추구하려는 듯한 정황이 드러난 부분도 있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 공판에서 공개된 녹음파일에 따르면, 고씨는 "중요한 것 또 하나 오더가 있는데, 세관청장, 세관장 아니 세관장이란다. 국세청장"이라며 "국세청장을 하나 임명하라는데…"라고 말한다.

김씨가 "지금 세관에 아는 사람이 없잖아요"라고 말하자 고씨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한번 찾아봐야지"라고 답한다. 고씨가 "세관 쪽 있는 사람을 넣어야 하니까"라고 하니 김씨는 "있겠죠. 찾아보면 나오겠죠"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이어 고씨는 "잘못 건드렸다가는 조직, 이 세관조직이 ○○(비속어) 탄탄한 데라고…"라며 "그걸 깨려 하는데, 깰만한 그쪽(행정고시) 기수들 말고 반대파들을 끼어야 한 번 해야 할 될 것 같은데"라고 말한다.

그러자 김씨가 "안 뭉칠 거예요. 힘이 실리면 똘똘 뭉칠 텐데"라고 하자 고씨는 "뭉치든 안 뭉치든 이쪽에서 집어넣는 거지"라며 "세관장도 원래 행시 출신들이 다 했는데 근데 지금 세관을 바꿔놨잖아"라고 설명한다.

또 고씨는 자기가 찾아보겠다며 김씨에게 "내가 그 (세관) 과장님하고 만났다"며 "세관장 그 밑에 사람들 자리 또 인사했는데 기재부에서 1명 차장급으로 내려오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고영태씨가 최순실씨의 지시로 관세청장 인사에 개입하려 시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고씨 지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로부터 K스포츠재단 사업 관련 보고를 받고 만족하며 빨리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녹음에서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가 '업무 진행이 잘 되고 있나'라고 묻자 류상영 더블루K 부장은 "VIP(대통령을 뜻하는 은어)가 만족하고 있다"며 "K스포츠클럽 활성화 방안도 빨리 하자고 그러더라"고 답한다. 이 파일은 지난해 1월 23일 만들어졌다.

검찰은 이에 대해 "더블루K 직원이 아니었던 류씨가 고씨 등의 부탁을 받고 K스포츠재단 관련 일을 한 뒤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와 얘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녹음파일에서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은 류씨에게 "더블루K가 수익사업을 해야 하는데 일단시설투자비용이 없고 대관료가 싼 학교 시설을 이용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며 5대 거점 체육사업 추진 방안에 관해 얘기한다.

류씨가 노씨에게 "이걸 회장님이 어그리(동의) 하셨다고?"라고 묻자 노씨는 "응"이라고 답한다. 검찰은 "5대거점 체육사업이 최씨 지시를 받아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씨와 최모씨, 이모씨 등 3명은 2015년 1월 30일 "(정부 사업 예산) 36억원을 나눠먹자"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 대화에서 최모씨는 "36억이니까 한 30%만 남겨도 10억 아니야"라고 말한다. 이에 이씨는 "나눠먹어야지, 그걸로 걔도 좀 주고"라고 응수한다.

이씨는 "그렇게 해서 (고영태를) 챙겨주면 돼. 걔가 줄 잘 잡은거야. 일단 머리가 있는 놈이야"라고 고씨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그러면서도 고씨를 가리켜 "벌구라고 벌구. 알지 너? 벌리면 구라, 고벌구 아니냐"라며 고씨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씨는 "누누이 말했잖아…영태 사고방식은 니가 장관님이고 뭐고 이거 돈 벌 일에만 신경써야 된다고 생각한다니까"라며 "아후, 안 되는 게 없어. 우리 영태는 해맑아. 그리고 벌써 이런 얘기를 하잖아. 온 주변에 말하고 다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최씨는 "그러니까 누나가 작업을 혀, 알아서…"라고 맞장구를 친다.

이날 녹음파일 일부가 공개됐지만 검찰과 최순실씨 측은 녹음 내용의 성격에 관해서는 크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녹음 내용이 최씨의 불법행위 지시나 개입을 입증하는 자료라는 입장인 반면, 최씨 측은 고영태씨와 그 주변 인물들이 최순실씨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사익을 추구하려 모의한 정황을 보여주는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최씨 측은 고씨가 사태를 왜곡하고 조작했다며 '국정 농단' 의혹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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