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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은 누굴 위해 대통령이 되려하나?

안희정은 법인세의 실체나 알고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주저하는 것인가? 모르고 그러는 것이라면 대통령이 되기에 식견이 한참 모자란 것이고, 알고도 그러는 것이라면 안희정이 노동 보다는 기업의 친구에 가깝기 때문일 것 같다. 노동에 대한 안희정의 태도도 나를 무섭게 한다. 안희정은 "사용자들이 만들어놓은 의제에 반대하기 위해 모이지 말자"라고 기염을 토했다.

  • 이태경
  • 입력 2017.02.17 13:03
  • 수정 2018.02.18 14:12
ⓒ뉴스1

안희정의 지지율 상승세가 무섭다. ​안희정의 지지율은 한달 만에 무려 세배 이상 급등했다. 파죽지세란 이런 때 쓰는 말이다. 물론 아직까지 대선주자 중 부동의 1위는 문재인이다. 문재인은 30% 중반대의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희정의 지지율 추세가 워낙 무서워서 문재인측도 내심 긴장하는 것 같다.

안희정의 지지율 급등의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우선 안희정의 젊음과 외모는 정치인으로서 굉장한 무기다. 반기문이 사라지면서 충청권의 기대가 안희정에게 집중되는 것도 안희정에겐 엄청난 행운이다. 그렇다해도 새누리당과도 협치하겠다는 대연정 제안, 이명박, 박근혜의 경제정책도 계승하겠다는 메시지가 중도층 및 새누리당에서 이탈한 보수층의 표심을 강력하게 견인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안희정의 약진은 없었을 것이다.

안희정이 욱일승천의 기세로 문재인을 위협하는 지금 나는 안희정에게 묻고 싶다. 안희정은 누구를 대표하며, 누구를 위해 대통령이 되려 하는가? 무릇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누구를 배제하고, 억압하고, 이간질해서는 안 되는 자리다. 우리는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에 머물면서 행한 수다한 헌법 및 법률 위반 사례를 알고 있다. 박근혜는 배제와 억압과 이간질을 통치와 동일시했던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박근혜 앞에는 정치적 사형선고(탄핵)와 사법적 단죄가 기다리고 있으며, 박근혜가 이를 피할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다.

박근혜는 대한민국 역사에 그어진 상처와도 같다. 그리고 배제와 억압과 이간질의 화신과도 같았던 박근혜의 리더쉽은 절대로 반복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박근혜가 대선 당시 호언했던 '"100퍼센트 대한민국" 역시 허망한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사회통합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대통령이 자기를 반대한다고 해서,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불이익을 주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아예 비국민 취급하는 건 엄청난 범죄행위다. 대통령은 성별·종교·지역·사회적 신분·정치적 이념·학벌 등에 따라 국민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직면한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하는 정책들은 불가피하게 합리적 차별의 성격을 내포하게 마련이다. 예컨대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봉착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양극화(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 재벌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기업과 노동 간 소득 양극화, 부동산 등 자산 배분의 양극화 등)해소라고 인식한다면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들을 채택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수도권 과밀화 억제를 위한 정책, 재벌과 중소기업 간 힘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노동자들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정책, 부동산 등 자산 배분의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정책들을 대통령이 선택하고 집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에게 동등한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대통령이 선택하고 집행하는 양극화 해소 정책들의 결과 누구는 지금 보다 사회경제적 처지가 한결 나아지고, 누구는 덜 이익을 보며, 심지어 어떤 이들은 지금 보다 더 많은 부담(예컨대 세금 같은)을 져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결정이지만 대통령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결정이기도 하다.

안희정이 누굴 위한 대통령이 되려는지, 누구의 친구가 되려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법인세에 대한 안희정의 태도는 근심스럽다. 안희정은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같은 정공법을 회피하고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해 실효세율부터 인상하자고 주장한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상태가 안희정의 주장으로 나아질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데 있다. 대한민국의 기업이 부담하는 광의의 법인세는 GDP 대비 비율만 가지고 따지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기업은 법인세 외에 고용부담금과 사회보장기여금 등의 공적 부담금을 내는데 이 셋의 GDP 대비 비중이 한국은 9.833%인데 반해 OECD 평균은 12.315%이다. 한국과 OECD 사이에 2.482% 차이가 나는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18년의 GDP를 1,800조원이라고 가정할 때) 44조원이 넘는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GDP 대비 법인소득의 비중이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더 크기 때문에 기업들이 법인세를 더 내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끝으로 기업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에서 법인세의 영향은 미미하다. 그보다는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 사회 인프라, 신뢰자본, 미래 경기에 대한 전망 등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안희정은 법인세의 실체나 알고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주저하는 것인가? 모르고 그러는 것이라면 대통령이 되기에 식견이 한참 모자란 것이고, 알고도 그러는 것이라면 안희정이 노동 보다는 기업의 친구에 가깝기 때문일 것 같다. 노동에 대한 안희정의 태도도 나를 무섭게 한다. 안희정은 "사용자들이 만들어놓은 의제에 반대하기 위해 모이지 말자"라고 기염을 토했다. 노동이, 특히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비판받고 시정되어야 할 부분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에 비해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힘이 약한 노동을 상대로 저런 레토릭을 구사하는 게 현명했는지는 모르겠다.

다시 묻는다. 안희정은 누구를 대표하며, 누구를 위해 대통령이 되려 하는가? 나는 안희정이 힘이 약한 사람들, 덜 가진 사람들, 못 배운 사람들을 대표하고, 그들을 위해 대통령이 되려 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나는 안희정이 사회통합이라는 미명 아래 힘센 자들과 많이 가진 자들의 친구가 될까 두렵다. 나도 내가 틀렸으면 좋겠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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