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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을 까는" 연대의 응원가는 이대생과 숙대생을 비하한다

“고대 못생겼어. 일단 못생겼어. 이대한테 차이고, 숙대한테 차이고.”

최근 공개된 연세대학교의 연고전 응원가 ‘Woo’의 가사에 여성 비하가 담겼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연세대학교 공식 페이스북은 지난 10일 ‘연세인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는 필수 연세응원가’라며 연고전에서 자주 불리는 응원가 메들리 영상을 게시했다. 연세대는 게시물에서 “와이온(연세대학교 SNS 학생 기자단)이 신입생들을 위해 특별히 노래방 버전으로 배우기 쉽게 제작했다”며 “오티(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전에 미리 숙지하고 가는 센스”라고 밝혔다. 이어 “반응이 좋으면 다음주 월요일에 2탄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응원곡 ‘Woo’는 1분 18초 분량으로 “고대 못생겼어”라는 가사가 후렴으로 반복된다. 이 곡은 “고대 못생겼어 / 일단 못생겼어 (중략) 이대한테 차이고 숙대한테 차이고 / 여기저기 차이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2월 연세대학교 공식 블로그는 이 응원곡을 “이 응원곡의 가사를 보면 잘 아시겠지만 ‘이대한테도 차이고 숙대한테도 차이는’ 고대 학우분들을 까는 응원가”라고 소개했다.

이 게시물을 본 한 누리꾼은 “여혐과 학벌주의의 대환장 콜라보, 연고전 응원가 왜 저래”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문제적 가사의 행진이 이 글을 쓰게 했다”고 밝히며 “‘고대 못생겼어’를 훅으로 삼아 만든 이 노래의 여혐 킬링 포인트는 ‘이대한테 차이고 숙대한테 차이고…’이다. 이 노랫말은 이대·숙대를 대한민국의 어느 명문 남대생의 여자친구 정도로 전락시켰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 하기도 쪽팔리지만, 이대·숙대생들은 연·고대생들이랑 사귀려고 이 대학에 다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연대와 고대가 서로를 놀리면서 노는 것은 잘 알겠다. 그런데 이 놀이의 주체는 언제나 남학생”이라고 꼬집었다. 이 응원가를 소개한 연세대 페이스북의 댓글난에도 “고대가 못생겼는데, 이대와 숙대는 왜 나오는 거지”, “우리 학교는 왜 괜히 저런 가사에 갖다 붙임? 속상해”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응원가를 들어보면, 노래는 여성을 데이트 상대로 가정한 남성 이성애자의 입장만 주체로 내세우고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구성원을 남학생으로 대표해 보여주면서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존재를 교묘히 지워버리는 모양새다. 누리꾼들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세대가 남학교인 줄 알겠네요. 연대 여학생은 투명인간임?”, “여대 재학생들을 동등한 대학생으로 보기보다는 그냥 본인들을 떨구는 일개 여성으로 바라보는 것, 생각할수록 개념 없는 가사네요”, “응원의 대상으로 상정되는 사람들의 지정 성별은 완벽하게 남성만으로 읽힙니다”와 같은 생각을 밝혔다.

연세대학교 응원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겨레>에 “문제 제기가 된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오늘부터 진행될 신입생 오티(오리엔테이션)에서는 해당 곡을 뺄 예정이다. 또한 내부적으로 좀 더 깊이 있게 논의해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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