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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위주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1983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월성 원전 1호기는 30년의 설계 수명을 갖고 있다. 따라서, 2013년에 폐쇄 수순으로 접어들었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절차를 무시하고 5,000억이라는 거금을 투입해 개조 후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부터 수명연장을 인가받아 운용해 왔다.

  • 국민의제
  • 입력 2017.02.13 12:12
  • 수정 2018.02.14 14:12

글 | 맹성렬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나고 몇 달 후에 국내 일간지에 방사능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았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위해한 방사능 물질은 물에 잘 녹는데 슈와넬라균이라는 박테리아가 물에 녹은 방사능 물질을 먹고서 이를 물에 녹지않는 나노 물질로 변환시킨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씻은 물에 슈와넬라균을 배양한 후 체로 거르면 불용성 나노 방사능물질을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의 가장 큰 문제는 슈와넬라균이 높은 방사능에서 생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방법은 저준위 방사능 오염물질 정화에만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고준위 방사능 오염물질은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라디오듀런스라 알려진 방사능에 강한 박테리아 유전자에 방사능 물질을 불용성으로 만드는 유전자를 합성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이런 방향으로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강한 슈퍼 박테리아를 살포할 경우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몰라 아직 실험실 안에서만 연구 중이라고 한다.

이보다 획기적인 방사능 오염물질 제거 방법으로 이른바 생물학적 핵종변환(biological transmutation)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투입하자는 제안도 있다. 슈와넬라균은 활성도가 아주 높은 방사성 원소를 단지 외곽 전자수만 달라 활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방사성 원소로 전환하는 화학 변환을 일으킨다. 하지만, 핵종 변환을 일으킨다는 박테리아는 방사성 원소를 다른 비방사성 원소로 전환하는 원소 변환을 일으킨다고 한다. 주로 저온 핵융합(cold fusion)을 지지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연구되고 있어 그 진위는 다소 의심스럽다.

지금까지 방사능 오염물질 제거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을 언급한 이유는 아직까지 방사능에 오염된 물질을 정화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런저런 이유로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사능 오염 제거법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최근 후쿠시마 대기의 방사능 수치가 시간당 530 시버트(생물학적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의 양을 나타낸 단위)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대기에 노출되면 사람이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다.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5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사태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기는커녕 일부 전문가들의 표현에 따르면 '상상 이상'의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지난 5년 여 간 후쿠시마 일대의 방사능 오염물질 제거에 힘써왔다고 하지만 이번 보도에서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허사였음이 드러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과 관련된 방사능 문제는 전 세계 국가들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독일 등 유럽의 몇몇 나라들이 일부 또는 완전한 원전 폐쇄를 선언했고, 아시아에선 대만이 원전 폐쇄를 결정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노후 원전 재가동은 고려하지 않고 전면 중지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국제적인 동향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1983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월성 원전 1호기는 30년의 설계 수명을 갖고 있다. 따라서, 2013년에 폐쇄 수순으로 접어들었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절차를 무시하고 5,000억이라는 거금을 투입해 개조 후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부터 수명연장을 인가받아 운용해 왔다. 그러던 중 최근 사법부의 판결로 수명연장에 제동이 걸렸다. 원안위의 항소가 있을 예정이라는데 향후 재판에서도 이번 판결이 관철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노령 원전의 수명연장도 제 때 저지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막대한 유무형 손실을 줄이고 국제적인 대세에도 순응하는 일이라고 판단된다. 만일 월성 원전 1호기의 폐로가 결정된다면, 5,000억이란 국가 비용을 낭비하게 된 경위를 샅샅이 파헤치고 관련 책임자들을 엄벌해야 할 것이다.

이로써 고리 원전 1호를 필두로 조만간 해체 수준에 들어가게 될 원전은 2기가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원전 1기 해체 비용은 얼마나 될까? 최근 추산된 바에 의하면 1기 해체에 약 1조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수치는 추정치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세계 어느 나라도 정상적으로 가동하던 원전을 완전히 해체해서 거기에 들어간 전체 비용을 뽑아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원전 해체에 돌입한 일본의 경우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의 정화까지 포함한 원전 1기 완전 해체 비용을 최대 7조까지 추산하기도 한다.

사실 원전 건설 초기부터 원전 해체 비용을 제대로 어림하지 못했다. 현재는 없지만 해체를 시작할 30여 년 후에는 합리적인 해체 방법과 기술이 등장할 것이며 경제적인 해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고 원전 건설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원전 해체 시기가 다가왔고 시작해야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원자로 부근은 방호복을 입고서도 인간이 접근 불가능하며, 인간 대신 해체작업을 할 로봇 기술도 아직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또한 로봇이 동원된다고 해도 모든 연료봉을 제거하고 주변 정리까지는 최소 30년 이상이 걸린다. 수명이 다한 원전을 폭탄 돌리기 식으로계속 수명 연장을 하려는 여러 이유 중 이런 점들도 중요한 측면이었다.

최근 대전에 대표적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봉이 30여년 간 1천5백 개가 넘게 밀반입되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전 시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 뿐 아니라 중저준위 방사능 오염물질도 3만여 드럼이나 보관되고 있어 원전 도시들을 제외하고 사실상 국내에서 가장 큰 원자력 사고 위험에 노출된 도시로 부각되었으며, 원전 사고 관련 영화 이름을 따서 '대전 판도라'라는 유행어까지 나돌고 있다. 원전 운용 그 자체도 문제지만 방사성 폐기물의 운반과 저장, 처리 및 관리를 정부가 국민들 모르도록 쉬쉬하는 것도 큰 문제다. 엄연히 치러야하며 당연히 원전 가동으로 생산되는 전기 단가에 포함되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쓰는 비열한 꼼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을 써서 원자력 전기 생산비 단가를 후려치며 국민을 기만해왔다.

정부는 원전 운용으로 전기 요금을 싸게 공급할 수 있으니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양해해 달라고 한동안 국민들에게 호소해왔다. 하지만, 지난 전기 요금 폭탄을 맞아본 국민들은 그게 어찌 국민을 위한 것이냐고 되묻는다. 여기에 대한 정부의 답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인데 어찌 그게 일반적인 기업들을 위한 것이랴, 대기업들을 위한 것이지. 원전을 운용하며 환경과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여 전기 생산 단가를 속임으로써 고스란히 돌아가는 이익은 순전히 대기업들의 몫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마치 국민연금을 털어서 한 대기업 재벌총수의 경영 승계권을 지원한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2004년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원자력 경제성 분석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을 통해 1986년에서 2003년까지 연간 4조원 이상의 전력 생산 비용과 환경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환경부담비용에 못지않게 원전 가동 중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물질이나 사후 핵연료 처리 및 환경복구 등 원자력 발전의 환경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11년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전의 드러나지 않은 비용>이라는 보고서에서 관계 기관의 계산에 사고발생 위험 비용, 핵 발전 해체 및 환경복구 비용, 사용 후 핵연료 처리비용 등이 누락되거나 제대로 산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지역 주민 갈등이라든지 원전 설치를 위한 특혜성 홍보, 그리고 국민의 사고 위험에 대한 불안감 등 사회적 비용까지를 감안하면 그 발생 비용은 훨씬 클 것이다. 이 점은 외국에서 산정한 원자력 발전 단가와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외국의 관련 전문가들은 사회적 비용까지를 포함한 원자력 발전 단가가 석탄을 사용한 경우와 거의 같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발전 단가 우위도 없고 국민들의 불안만 가중시키며, 사고 시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뿐 아니라 환경의 완전 복구 또한 사실상 불가능한 원전 운용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원전 마피아들과 대기업 오너들의 행복하고 부유한 존속 이외에 그 어디에도 적절한 답은 없는 듯하다.

글 | 맹성렬

현재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중.

영국 Cambridge University 공학박사.

경실련 과학기술위원회 정책위원, 중앙위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연구위원.

저서: 『아담의 문명을 찾아서』, 『과학은 없다』, 『UFO 신드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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