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영국 사람들이 중고물품에 열광하는 이유

영국은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국가다. 그리고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불린 대영제국을 건설했다. 지금은 과거의 영광이다. 하지만 영국, 그리고 그 수도 런던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곳이다. 여전히 세계 금융 중심지 역할을 뉴욕과 함께 하고 있으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일도 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더욱 다양한 꿈을 꾸는 곳이 런던이다. 그렇기에 런던에서 톡톡 튀거나 주목 받았던 비즈니스를 정리해 보는 일은 가치가 있다. 지난 몇 년 간 한 번이라도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아이템들은 그만한 내공이 있고,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런던으로 비즈니스 산책을 떠나보자.

1. 미술관이 살아남은 방식은 무엇이었을까?

“템스 강변에 있는 테이트모던갤러리는 세계 각국의 미술관 경영자들이 벤치마킹하기 위해 꼭 들르는 성지 같은 곳이다. 십수 년 전만 해도 테이트모던갤러리는 소장품도 빈약하고 전시 관람객도 드문 곳이었다. 그런데 경영 마인드로 무장한 니콜라 세로타 관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미술관은 엄청난 변신을 꾀했다. 현재 테이트모던갤러리눈 세계적인 은행 UBS와 손잡고 대대적인 무료 상설전시를 해오고 있으며 ‘디스코 나이트’등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앙홀에서 댄스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테이트모던갤러리다운 마케팅 전략이 있다. ‘테이트 친구들’ 프로그램이다. 테이트모던갤러리는 기존의 컬렉션을 보여주는 전시장은 무료로 개방하고, 새로운 기획 전시는 2만 원 안팎의 입장료를 받는다. 이 또한 60파운드의 회원권을 사면 1년간 무제한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회원 전용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책 ‘런던 비즈니스 산책’, 박지영 저)

미술관은 보통 노력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테이트모던갤러리는 인기 없는 갤러리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살아났다. 은행과 손잡고 무료 상설전시를 시작했고, 젊은이들을 위한 댄스 파티를 미술관에서(!) 연다. 그리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어 이들이 1년에 50번 정도 미술관을 방문하게 만들었다. 이들 덕분에 회원권을 팔아 돈도 모으고, 그것으로 작품도 구매했으며, 사람도 북적이게 되었다.

2. 매장에 전시 제품 없이 물건을 팔 수 있을까?

“…. 신개념 마케팅 기법으로 영국의 주요 소매점으로 자리 잡은 브랜드를 하나 소개한다. 바로 아고스다. 아고스는 유아용품부터 가구, 자전거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을 다 판다. 런던 시내 어느 동네에나 다 있다. 무엇보다 이 가게가 특별한 이유는 고객이 물건을 직접 만지거나 보지 않고 그냥 산다는 데 있다. 일단 아고스 매장 안에 들어가면 진열 상품은 하나도 볼 수 없다. 다만 매장 곳곳에 카탈로그만 놓여 있을 뿐이다. 아고스는 자기네들이 파는 4만 8,000여 종의 상품을 사진과 가격, 제품의 대략적인 정보 등을 카탈로그에 담았다. 영한사전만큼 두꺼운 크기의 카탈로그는 행인들이 그냥 한 권씩 가져가도록 매장 바깥에 산처럼 쌓아두고 있다. …. 처음엔 물건을 직접 보지 않고 산다는 데 좀 찝찝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 발달하다보니 아고스에서 살 물건을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해 가격과 제품 사용 후기까지 다 읽어 본다. 물론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가격은 좀 저렴할 수 있지만 제품이 배달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다. 이런 게 싫은 사람은 아고스에 가서 바로 물건을 구입한다.” (책 ‘런던 비즈니스 산책’, 박지영 저)

물건을 전시해 놓지 않고 판매하는 형태다. 카탈로그를 보고 그 자리에서 주문을 하면, 점원이 가져다 주는 구조다. 인터넷 쇼핑과 어찌 보면 비슷한데, 고객이 상점에 들러 바로 물건을 받아 온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다. 물론 이 사업도 인터넷 쇼핑과 치열한 경쟁 중이다. 저자는 “아고스는 한창 사업이 번창할 땐 2,000만 부를 찍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과 슈퍼마켓과의 경쟁으로 고전하고 있는 현재 카탈로그 제작을 점점 축소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한다.

3. 중고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보듯, 런던에서는 중고품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부자라서 새 것만 쓰고 가난하다고 해서 중고품을 쓰는 게 아니다.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다들 중고품에 열광한다. …. 이것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다. 중고품에 열광하는 영국인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영국인 특유의 유전자를 이해해야 한다. 사실 영국인에게 삶의 행복은 소박한 데서 온다. 오후에 티타임을 갖고, 개를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고, 채소나 꽃을 키울 수 있는 자그만 뒷마당이 있으면 그걸로 끝이다. 지루하고 밋밋한 일상이 곧 행복인 이들에게 변화는 평화로운 목장에 핵폭탄을 터뜨리는 것과 같은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한마디로 ‘Oldies but Goodies(그래도 옛 것이 낫다)’ 정신이다. 영국인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오래된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책 ‘런던 비즈니스 산책’, 박지영 저)

영국인들의 기질 때문에 중고품에 열광한다. 이들은 변화를 싫어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옛 것을 소중히 여기며, 그렇기 때문에 낡아빠진 접시를 손자며느리에게 물려주고, 1세기가 넘은 집을 부분적으로 고쳐가며 살아간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 삶의 모습과 다른 점이 많아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들은 영국인들의 실용적이고 검소한 태도와 연결된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허프북스 #런던 #비즈니스 #테이트모던갤러리 #아고스 #중고품 #영국인 기질 #라이프스타일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