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행운의 편지'로 리처드 도킨스의 개념을 설명할 수 있다

밈(meme)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에 쓴 자신의 첫 책 끝부분에서 언급한 개념이다. 밈이 넓은 의미에서 모방이라고 볼 수 있는 과정을 거쳐 두뇌에서 두뇌로 건너뛰면서 밈 풀 속에서 자신을 번식시킨다고 보았다. 밈은 음악, 패션 등 각종 문화, 선행, 악행 등 다양한 형태로 여러 사람에게 전달된다. 우리는 누구나 밈을 운반하거나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흥미로운 밈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1. 밈은 어떤 것을 통해 전달되는가?

“우리는 밈의 운반자이자 조력자이다. 인류의 생물학적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밈은 잠깐 존재했다. 밈은 주로 이른바 “입소문”을 통해 전달되었다. 하지만 이후 점토판, 동굴 벽, 종이 같은 확고한 실체에 고착된다. 밈은 펜, 인쇄기, 자기테이프, 광디스크를 통해 오랫동안 살아남으며, 중계탑과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퍼진다. 밈은 이야기일 수도 있고, 조리법일 수도 있고, 기술일 수도 있고, 전설일 수도 있고, 패션일 수도 있다. 우리는 한 번에 한 사람씩 밈을 복제한다. 혹은 도킨스의 밈 중심 관점에 따르면 밈이 자신을 복제한다.” (책 ‘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저)

밈은 주로 입을 통해 전달되었다. 마케팅을 이야기할 때 입소문 마케팅이 중요하다든가, 바이럴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이라든가 하는 것도 이런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지금은 밈이 전달될 수 있는 매개가 다양해졌다. 특히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밈의 전달에 있어서 극적인 순간을 가져왔다. 다음 글에 그 이야기가 이어진다.

2. 인터넷은 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도킨스가 1976년 “인간의 두뇌는 밈이 사는 컴퓨터”라고 쓰면서 상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이기적 유전자’ 2판이 나온 1989년 무렵, 프로그래머로서도 뛰어났던 도킨스는 이렇게 예측을 수정해야 했다. “대량으로 생산된 전자 컴퓨터 역시 결국 정보가 형성하는 자기 복제 패턴의 숙주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정보는 “소유자들이 플로피디스크를 돌릴 때” 한 컴퓨터에서 다른 컴퓨터로 전달됐다. 도킨스는 또 다른 현상이 부상하고 있음을 보았다. 바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였다. “그중 다수는 이메일을 주고받음으로써 그야말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 이는 자기 복제 프로그램이 번성하기에 완벽한 환경이다.” 실제로 당시는 인터넷이 막 태동하던 시기였다. 인터넷은 밈에게 영양이 풍부한 문화적 매체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밈이라는 “개념”에 날개를 달아줬다. “밈” 자체가 빠르게 인터넷의 유행어가 됐다. 밈에 대한 관심은 밈을 더욱 확산시켰다.” (책 ‘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저)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끼리 완벽하게 연결이 되었다. 대중에게 보급되고 불과 20여년 만에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흔히 우리가 접하는 인터넷 상 신조어도 밈의 대표적인 예다. 인터넷 이전의 문화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상어를 뛰어넘었다(jumped the shark)’가 그 예로 나온다. 1985년에 한 대학생에 의해 TV 프로그램에서 쓰인 ‘품질이나 인기의 정점을 지나 돌이킬 수 없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뜻의 표현이다. 이것이 널리 사용된 것은 1997년 같은 이름의 도메인이 생기고 난 후다. 인터넷 덕분에 이 용어는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다.

3. 행운의 편지는 밈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밈에 대한 연구는 컴퓨터공학과 미생물학만큼 거리가 먼 분야의 연구자들을 끌어들였다. 생물정보학에서는 행운의 편지를 연구했다. 행운의 편지는 밈으로서 나름의 진화사가 있다. 행운의 편지의 목적은 바로 복제이다. 다른 내용은 차치하고 행운의 편지에는 메시지 하나가 들어 있다. 바로 ‘나를 복제하라’라는 것이다. …. 이후 두 가지 기술이 폭넓게 사용되면서 행운의 편지는 엄청난 생산력을 갖게 된다. 바로 복사기(1950년경)와 이메일(1955년경)이었다. 정보공학자들인 뉴욕의 찰스 베넷(Charles Bennett)과 캐나다 온타리오의 리밍(Li Ming), 마 빈(Ma Bin)은 홍콩의 산을 오르면서 나눈 우연한 대화를 계기로 복사기 시대에 수집된 행운의 편지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같지만 오탈자와 단어 및 구문의 자리 바뀜 형태로 변이된 33종의 편지를 찾아낸 이들은 이렇게 썼다. “이 편지들은 숙주에서 숙주를 거치면서 변이하고 진화한다.””(책 ‘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저)

누구든 행운의 편지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밈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특히 자기 복제를 중요시한다는 점이 그렇다. 끊임없이 복제되며 널리 퍼져나가는 것이 밈과 행운의 편지, 둘의 목표이자 공통점이다. 밈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작일지 모른다. 도킨스도“밈은 아직 그들의 왓슨과 크릭을 찾지 못했다. 심지어 그들의 멘델조차 없다.”(책 ‘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저)라고 말했다. 확실히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정도가 현재 밈에 대한 우리의 분석 결과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허프북스 #리처드 도킨스 #밈 #행운의 편지 #인터넷 유행어 #바이럴 마케팅 #라이프스타일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