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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예술계 내 성폭력을 폭로한 피해자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하고 있다

ⓒ트위터

지난해 11월 트위터에는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를 달고 시인 ㄴ씨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랐다. 2015년 ㄴ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던 ㄱ씨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트위터에 올렸다. 폭로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ㄴ씨는 ‘트위터에 올라온 피해자들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뉘우치고 있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나 한달 뒤 ㄴ씨는 ㄱ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ㄱ씨가 트위터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악의적으로 명예를 훼손하고 조롱했다’는 게 이유였다.

‘#○○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를 달고 문학·미술·영화·음악·공연 등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성폭력을 트위터로 알리는 폭로 운동이 시작된 지 100여일이 지났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 중 일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대다수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았고, 오히려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이들이 무더기 형사 고소를 당하고 있다. 피해자들을 위한 법률지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운동까지 벌어졌다.

9일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연대 단체 ‘셰도우핀즈’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해시태그 폭로를 이유로 고소당했다’거나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상담을 요청해온 이들이 50여명에 달했다.

가장 흔한 사례는 ㄴ씨처럼 공개적으로는 사과하되, 뒤로는 고소하는 경우다. 셰도우핀즈 관계자는 “ㄱ씨처럼 사과를 받고 일상으로 복귀한 뒤 고소 당하면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 가해자를 비판한 제3자들도 명예훼손 혐의로 무더기 고소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피해자와 함께 가해자를 비판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란 ㄷ씨는 급성우울증 진단을 받고 자살시도를 하기도 했다.

여성문화예술인 단체 ‘푸시텔’은 피해자들의 법률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크라우드펀딩으로 한달 동안 1200여만원을 모았다. 목표 금액은 1000만원이었다. 이들은 “피해자 대부분이 학생, 지망생 등으로 가해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다. 가해자들의 형사 고소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모금 취지를 밝혔다.

‘릴레이 고소’는 성폭력 폭로 운동을 개인간 문제로 둔갑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선경 변호사는 “대부분 유명작가와 편집자, 교수와 학생 등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성폭력이 발생했다. 피해사실을 알리면 문화예술계에서 고립·퇴출당해 생계가 어려워질까봐 피해를 알릴 수 없는 문화예술계의 모순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문화예술계 구조적 문제를 논해야 하는데 개인 간 고소전으로 비화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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