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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과 해부학 교실에 대한 3가지 이야기

지난 7일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뜨겁게 달군 사진이 있었다. 바로 의사로 추정되는 5명의 남성이 카데바(해부용 시신)을 앞에 두고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다. 실제 병원에서 의사들이 찍은 것인데,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의사들이 해부할 때는 어떤 일들이 생길까? 해부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 쓰며 그림까지 덧붙인 책이 있다. 의과대학을 다니지 않는 이상 잘 모를 수밖에 없는 해부학 이야기를 만나 보자.

1. 시신 앞에서 웃어도 되는가?

“해부학 선생은 학생끼리의 우스갯소리를 알면서도 막지 않는다. 실습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생은 공부 이야기뿐 아니라 우스갯소리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실습실에 시신이 있는데, 시신 앞에서 우스갯소리를 해도 되는가? 해도 된다. 시신을 모욕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렇다. 학생은 자기 몸을 기증한 분께 고마움을 잊지 않고 해부한다. 그렇다고 시신을 볼 때마다 슬퍼하지는 않는다. 유가족도 장례를 치른 다음에는, 슬픔을 잊고 일상 생활로 돌아간다. 그런데 학생이 실습실에서 몇 달 동안 슬퍼할 수는 없지 않은가? …. 자기 몸을 기증한 분도, 유가족도 학생이 슬퍼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뛰어난 의사가 되기를 바란다.” (책 ‘해부하다 생긴 일’, 정민석 저)

해부학 교실의 시신 앞에서 고인을 모욕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스갯소리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저자는 미국 해부학 실습 경험까지 이야기한다. 미국은 더 하다고 한다. 추수감사절에 실습실에서 잔치까지 벌였다고 한다. 시신 앞에서 노래 부르고, 장기 자랑하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지만, 저자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 학생도 긴장을 풀어야 시신으로부터 많이 배울 수 있으니 이와 같은 풍습이 생긴 것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시신 앞에서 긴장을 푸는 웃음 정도는 가능하다. 하지만 고인을 모욕하지 않아야 한다.

2. 시신보다 자신의 몸을 교재로 사용하는 일이 더 많다

“해부학을 익히고 나면, 산 사람을 보고 만지면서 속에 뭐가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피부 속의 근육, 뼈, 동맥, 정맥이 어느 자리에 있고, 심장, 간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을 표면해부학이라고 부른다. 표면해부학은 임상에서 중요하다. 환자가 어디를 가리키면서 아프다고 말하면, 의사는 그 속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 환자를 해부할 수 없지 않은가? …. 표면해부학을 가르치면서 나는 학생한테 자기 몸을 만지라고 힘주어 말한다. 자기 몸을 만져서 느낀 구조물은 나중에 환자 몸을 만져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몸이 뚱뚱해서 만지기 어려운 학생한테는 곁에 있는 마른 남학생을 만지라고 시킨다. 마른 남학생은 연예인처럼 인기가 좋아지고, 우쭐해서 이렇게 외친다. “줄을 서시오. 차례대로 만지시오. (책 ‘해부하다 생긴 일’, 정민석 저)

해부학 시간에 시신으로만 수업을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장 만만한 교재는 자신의 몸이다. 자기 몸 여기저기를 만져보면서 감을 익히는 것이다. 저자는 재미난 표현을 사용한다. 표면해부학 실습을 위해 다른 사람이 나를 만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안마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편하게 받지는 못한다. 해부학 교수 특유의 기질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썼다. “….나는 긴장을 풀지 못한다. 내가 아는 표면해부학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어느 근육을 누르고 있구나. 관절을 꺾어서 어느 인대를 늘리고 있구나. 수많은 근육과 인대를 짜임새 있게 건드리는 것을 보니까, 해부학을 배웠구나.” (책 ‘해부하다 생긴 일’, 정민석 저)

3. 인간의 몸은 같은데도 누군가는 계속 해부학을 연구하는 이유

“해부학이 오래된 것은 맞지만, 죽은 학문은 아니다. 수학의 경우, 이미 수백 년 전에 밝혀진 것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오래된 수학은 짜임새와 논리를 잘 갖추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해부학도 짜임새와 논리를 잘 갖추었으므로, 의학에 입문하는 학생한테 꼭 가르쳐야 한다. …. 해부학이 옛날에 많이 밝혀진 것은 맞지만, 죽은 학문은 아니다. 해부학 선생은 요즘에도 새로운 것을 밝히고 있다. 병원에서 새로운 진단, 치료 방법이 나올 때마다 사람 몸을 새로운 관점에서 봐야 한다. …. 해부학을 연구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없지만, 의사의 진단, 치료에 도움 줄 수 있다.” (책 ‘해부하다 생긴 일’, 정민석 저)

해부학은 오래 된 학문이다. 인간의 몸 구석구석이 무한하지 않으니 더 이상 가르치거나 새로울 게 없지 않냐는 비판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새로운 기술이나 치료법이 개발되면 자연스럽게 사람의 몸을 새롭게 봐야 하는데, 이때 해부학이 유용하고 필요하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첨단 의학은 아니지만 발전된 의료 기술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분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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