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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측근들도 트럼프의 행동에 불안해하고 있다. 내부제보가 쏟아진다.

  • 허완
  • 입력 2017.02.09 04:59
  • 수정 2017.02.09 05:01
U.S. President Donald Trump listens during a meeting with Brian Krzanich, chief executive officer of Intel Corp., not pictured,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U.S., on Wednesday, Feb. 8, 2017. Trump defended his power to put limits on who can enter the U.S., saying it shouldn't be challenged in the courts even as a three-judge panel weighs whether to reinstate restrictions on refugees and travelers from seven predominantly Muslim nations. Photographer: Chris Kleponis/Pool via Bloomberg
U.S. President Donald Trump listens during a meeting with Brian Krzanich, chief executive officer of Intel Corp., not pictured,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U.S., on Wednesday, Feb. 8, 2017. Trump defended his power to put limits on who can enter the U.S., saying it shouldn't be challenged in the courts even as a three-judge panel weighs whether to reinstate restrictions on refugees and travelers from seven predominantly Muslim nations. Photographer: Chris Kleponis/Pool via Bloomberg ⓒBloomberg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에 대해 헷갈렸다. 달러가 강한 게 경제에 좋던가? 약해야 좋은 건가?

그래서 트럼프는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본인이 정권에 데려 온 기업 리더들에게 전화를 건 게 아니었다. 하다 못해 부동산 업계 시절의 옛 친구에게 걸지도 않았다. 트럼프는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플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이 일을 잘 아는 관계자 두 명이 말했다.

플린은 예비역 중장으로, 정보전에 대한 경험은 많지만 거시경제학 경험은 없다. 그래서 그는 트럼프에게 모른다, 그건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니 경제학자에게 물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대답했다.

트럼프는 그 대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면 시간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플린의 말을 전한 관계자 중 한 명에 의하면 그때는 새벽 3시였다고 한다. 백악관이나 플린 측이 이 사실을 확인해 주지는 않았다.

TV 리얼리티 쇼 ‘어페런티스’를 보고 트럼프가 능숙하고 결단력 있는 거물이라고 생각한 미국인들에게 있어, 그의 정권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이런 일화와 토막 뉴스들은 충격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자신의 정책을 세세히 챙기기보다는 미국의 칭찬을 받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충동적이고, 가끔은 쩨쩨한 CEO의 모습이기 대문이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얼른 남탓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행동 때문에 그의 휘하에 있는 기관들, 심지어 백악관 내부에서도 여러 소식이 유출되고 있다. 유출은 보통 동료를 불리하게 만들어 자기 입장을 낫게 할 목적, 혹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크게 문제가 있는 정책 발상을 무산시킬 목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2주밖에 되지 않은 트럼프 정권의 유출은 제 3의 이유로 이뤄진다. 백악관과 기관 직원들이 대통령의 행동 때문에 불안해 진 것이다.

“나는 이 일을 26년 동안 해왔다. 이런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나는 이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대통령이 아니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국무부 고위직이었으며 국가안보위원회 소속이었던 엘리엇 코헨의 말이다.

예를 들면 관계자들이 제보한 것 중에는 트럼프에게 브리핑하는 자료에 대한 내용도 있다.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는 긴 글을 읽기를 싫어한다고 익명의 백악관 보좌관이 허핑턴포스트에 밝혔다. 그래서 1페이지를 넘으면 안 된다. 중요 항목들을 정리해야 하지만 한 페이지당 9개를 넘으면 안 된다.

작은 것들이 그에게 엄청난 기쁨을 주기도 하고, 엄청나게 짜증을 내도록 하기도 한다. 트럼프는 뉴욕 타임스에 백악관 내부 전화 시스템이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에어 포스 원의 손 닦는 타월이 부드럽지 않다고 불평했다고 이 보좌관은 말했다.

특히 트럼프는 보좌관들의 케이블 TV 출연 퍼포먼스에 집착한다. 과거의 대통령들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일일 브리핑하는 것을 시청할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트럼프는 매일 시청하는 것처럼 보인다. SNL이 매주 그의 정권을 조롱하는 것도 반드시 시청한다. 재미없다는 반응을 보일 때도, 격렬한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트럼프의 개인적 반응과 그의 정권 내부사정 역시 산하 기관과 백악관 내부인들이 허핑턴포스트에 직접 전해 왔다. 그들은 실직을 우려해, 익명을 조건으로 정보를 제공했다.

일부 유출은 그의 정책에 대한 반대 때문에 이뤄졌지만(예를 들면 무슬림이 대다수인 7개 국가 국민과 난민들의 입국을 막는 규제), 트럼프의 말, 행동, 트윗이 진정한 위협이 된다는 믿음 때문인 것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트럼프가 취임 전이었던 3주 전 북한의 미사일 기술에 대한 트윗을 썼을 때,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국가 안보 기관은 핵을 소유한 북한의 젊고 불안정한 독재자 김정은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크게 우려했다.

오바마 정권 당시 이란 제재에 대한 국무부 전문가였던 리처드 네퓨는 이런 기관들에서 유출이 일어나는 것은 앞으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경우, 자신들의 조언이 실행되지 않았다는 걸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내 생각에 이 사람들은 자신들은 옳은 일을 하려 했고, 적대적인 정권 하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걸 분명히 밝히려 하고 있다.”

AP가 1월 27일에 트럼프와 멕시코 대통령 엔리케 페냐 니에토의 전화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한 것도 그런 맥락일지 모른다. 트럼프는 멕시코에 ‘나쁜 사람들 bad hombres’이 있으며 자신이 해결하기 위해 미군을 내려 보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백악관은 후에 트럼프가 농담한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와 말콤 턴불 오스트리아 총리의 대화를 자세히 공개했다. 트럼프는 화를 내며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난민들을 미국에 재정착시키기로 했던 협약을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의 모습을 음울하게 묘사했다. 밤에 목욕용 가운 차림으로 혼자 백악관을 돌아다니고, 케이블 TV를 지나치게 많이 보고, 자신의 좌절감을 분노의 트윗으로 해소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도와달라는 외침이라고 생각한다.” 오바마 시절 재무부 대테러 전문가였던 엘리자베스 로젠버그의 말이다. 지금도 국가 정보 기관들에서 일하고 있는 여러 직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며 단순한 동기를 느낀다고 로젠버그는 말한다. “불신, 그리고 불신을 공유해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이중 여러 주장을 부인했다. 트럼프가 목욕용 가운을 입기는커녕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도 했다. 트럼프 측 사람들이 트럼프의 능력을 약화시킨다는 전제 자체가 흔치 않은 경우라는 반박도 있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 80년대말부터 90년대초까지 백악관에서 일했던 론 카우프만은 정권 초기엔 유출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유출은 언제나 일어난다. 역사상 모든 대통령은 매체가 나를 싫어하고 유출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유출이 심했던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과 1990년대에 함께 일했던 베테랑인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랜디 에반스는 트럼프 측 사람들이 트럼프가 적임자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직은 아니다. 지금은 너무 초기이다… 정치적 경쟁과 자만심이 많이 표출되는 것 같다.”

트럼프가 기질적으로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처음 나온 게 아니다. 1년 전 공화당 경선 때도, 작년 대선 때도 트럼프에 대한 주요 비판이 바로 그것이었다. 트럼프는 때로는 그런 묘사를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했다. 반 기득권 ‘아웃사이더’라는 위치에 대한 훈장처럼 과시했다.

하지만 선거 운동 기간에는 가상적 우려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제는 백악관 안에서 생사를 가르는 결정이 이뤄지게 되었다. 1월 29일에 예멘에서의 공습이 실패로 돌아가며 해군 특공대원 1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 그 증거다. 트럼프는 전 브레이트바트 뉴스 회장 스티브 배넌 수석 고문과 만찬 회의를 한 뒤 그 공습을 승인했다. 배넌이 국가안보회의 당연직 위원이 된 것부터가 광범위한 유출과 경고의 원인이 되었다.

“정보 기관들은 위험한 정책들이 재앙의 진로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을 절박하게 찾고 있다.” 정보 이슈에 정통한 국방부 출신 릭 윌슨의 말이다. 윌슨은 트럼프를 소리 높여 비판하고 있다.

에반스는 메시지를 통제하고 싶다면 백악관은 유해한 유출에 대해 어느 시점부터는 진지하게 대응해야 할 거라고 말했다. 깅리치 측도 20년 전에는 그랬다고 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토막 소식들을 여러 직원들에게 흘린 다음, 무엇이 보도되는지를 보는 방법을 쓴다고 설명했다. “정권이 유출을 진지하게 다루게 되면, 누가 유출하는지를 찾아내는 테스트를 한다.”

그러나 현재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코헨이 보기에 문제는 유출자가 아니라 대통령이다. 트럼프가 그의 직계 가족 외의 그 어떤 사람에게도 진정한 애정이나 존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역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애정이나 존중을 기대할 수 없다고 코헨은 말한다. “대통령을 나르시시스트에게 맡기면 이런 일이 생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Leaks Suggest Trump’s Own Team Is Alarmed By His Conduc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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