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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 기밀정보 대거 유출시켰다

ⓒ국민연금

국민의 노후 대비 자산 545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 실장 등 직원들이 투자 기밀정보를 외부에 대거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기금운용본부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등 사후 대응도 엉망이었다.

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국민연금공단 내부감사 결과를 보면, 퇴직을 앞둔 기금운용본부 실장 등 3명이 공단 웹메일을 통해 기금운용에 관한 기밀정보를 외부로 전송했다. 전송한 기밀정보는 개인 컴퓨터와 외장하드, 모바일앱 등에 저장했다. 기밀정보 유출 금지와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이들이 빼돌린 정보는 프로젝트 투자자료, 투자 세부계획, 위원회에 올라온 안건 등 기금운용에 중요한 기밀 사항이다. 국내 자산시장의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의 투자 계획이 다른 자산운용기관이나 투자자들에게 새나가면 시장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투자 기밀을 손에 쥔 이들이 국민연금의 투자 대상 주식 등을 미리 사들이는 이른바 ‘선행매매’로 부당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재취업을 앞둔 퇴직예정자들에 대한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운용본부 실장은 기밀유출 감사가 시작돼 사직서가 반려된 사실을 알고도 재취업 기관으로 출근해 겸직과 직장이탈 금지 의무를 위반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운용본부의 무책임한 대응은 사태를 악화시켰다. 본부는 실장의 재취업 사실을 알고도 15일이 지난 뒤에야 공단의 메일을 점검했다. 기밀정보의 추가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이들의 기밀유출 사실을 통보받은 뒤에도 세부적인 경위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 인사 조처나 감사 보고 등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외부 유출 사실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나 감사에게 바로 보고하지 않고 시일을 끌었다.

기금운용본부의 내부 정보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년 전에도 기금운용본부 직원이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자산배분 내용을 담은 계획서를 유출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상반기 기금운용본부 감사 뒤에 모든 직원에 대한 정보보안 특별교육을 하도록 요구했는데도 일부 직원에게만 하는 등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관련자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전주 이전을 앞두고 기금운용본부가 인력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해 국민 노후자금 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25∼28일 이전하는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들어서만 운용역 8명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20명 안팎의 운용역이 그만둘 예정이다. 지난해 기금운용본부를 떠난 운용역 28명까지 포함하면 약 1년 만에 운용인력 50명 이상이 떠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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