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전통시장의 위기는 자연적 쇠퇴에 가깝다

전통시장은 쇼핑에도 불편하며 청결하지도 않고 때로는 시장에서 무언가를 구매하는 일이 매우 지치고 귀찮은 일이 되기도 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많은 시장 상인들은 3-40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못할뿐더러 흐름에도 완전히 뒤쳐졌다. 전통시장의 위기는 그것을 움직이는 상인들이 현대의 트렌드에 맞추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탓이 아니다. 기존의 전통시장의 영업 방식과 시스템을 지지해줄 장노년층은 점점 줄어 가고 있다. 그 점에서 보자면 전통시장은 위기가 아니라 세대교체에 의한 자연적 쇠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연적 쇠퇴에는 물을 아무리 붓는다 하여도 소용이 없다.

  • 김영준
  • 입력 2017.02.08 06:31
  • 수정 2018.02.09 14:12

"밑빠진독 물붓기?"...10년간 2조 쏟아부었지만 '별무효과'

전통시장을 찾길 좋아하고 가끔씩 방문하는 나로서는 꽤 안타까운 기사이긴 하나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통시장이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는 굉장히 오래되었다. 사람들, 정확히 정부부처는 전통시장의 위기를 시설의 노후화에서 찾았다. 그래서 전통시장 현대화라는 표어 하에 오래되고 낙후된 시설들을 개선하고 전통시장에 뚜껑을 덮는 작업을 했다. 차 댈 곳이 없다는 말에 인근 주차장 확보도 시도했고 짐을 들고 나르기 힘들단 말에 카트를 비치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예산과 정책 지원이 큰 효과를 못 본 것은 이유가 있다.

상점이든 제조업의 공장이든 모든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분 지을 수 있다. 하드웨어가 물리적인 시설, 장비 등이라면 소프트웨어는 그것을 돌리고 기능하게 하는 체계와 시스템이다.

지난 10년간 예산을 쏟아부은 쪽은 바로 하드웨어 쪽이었다. 이해는 간다. 일단 눈에 보이는 부분이고 돈을 들인만큼 얼마나 어떻게 개선되었는지가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 보고가 중요한 구조에서는 이러한 가시성이 우선순위로 올라간다.

그러나 아무리 그 하드웨어에 개선을 이루더라도 그것을 구동하고 돌릴 소프트웨어의 개선이 없다면 이건 무리다. LCD모니터와 쿼드코어 CPU, SSD까지 설치한 컴퓨터에 윈도우 3.1을 설치하면 결국 그건 윈도우 3.1이 돌아가는 컴퓨터일 뿐이다.

시장을 구성하는 것은 시장 상인들인데 이들의 운영방식과 시스템은 현대의 방식, 특히 소비를 주도하는 3-40대의 스타일과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

단적인 것이 시장 상인들의 위생에 대한 인식이다. 시장을 찾는 것을 좋아하는 나 지만 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눈에 거슬리는 것 중의 하나가 때가 끼어 검게 변한 스티로폼이다.

디스플레이를 위한 받침대로 쓰기에 매우 불결해 보이는 그 스티로폼은 위생 때문에라도 구매를 주저하게 만든다. 애초에 그것을 디스플레이 도구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 상설시장에는 매일 수많은 스티로폼 박스가 들어올 텐데 매일 교체만 해줘도 그 정도로 더럽진 않았을 것이다. 또한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도 모를 검게 변한 도마는 보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진다.

정찰제가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도, 네고가 가능한 시스템이란 것도 현재의 3-40대에게는 매우 피곤한 요소다. 정해진 가격을 확인하고 예산에 따라 구매 결정을 판단하는 게 현대 소비자들의 행태다. 일일이 하나하나 가격 물어보는 것도 피곤한 일일 뿐더러 특히나 네고의 경우는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정리해보자면 전통시장은 쇼핑에도 불편하며 청결하지도 않고 때로는 시장에서 무언가를 구매하는 일이 매우 지치고 귀찮은 일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방문하게 만들려면 시장만이 가진 장점이 필요한데 몇몇 시장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들은 그 장점이란 게 없는 마당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많은 시장 상인들은 3-40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못할뿐더러 흐름에도 완전히 뒤쳐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을 찾아줄 수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그것이 익숙한 시장 상인들과 그들의 윗세대들뿐이다.

그렇기에 전통시장의 위기는 그것을 움직이는 상인들이 현대의 트렌드에 맞추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탓이 아니다. 대형마트의 탄생을 막았더라도 다른 방식의 영업 체제가 나타나 시장을 뒤로 밀어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전통시장의 위기 탈출은 결국 자금의 투입이 아닌 상인의 개혁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더 젊은 상인들이 주축이 되어 시장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흐름을 배워야 한다. 디스플레이 방식도 바꾸고 마트가 못하던 것을 해야 하며 새로운 시장의 장점을 앞서서 홍보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모든 시장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사실 모든 시장이 그것을 해낼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변화를 통해 독자적인 특색과 장점을 유지할 수 있는 곳만 살아 남는 걸로도 충분하다.

기존의 전통시장의 영업 방식과 시스템을 지지해줄 장노년층은 점점 줄어 가고 있다. 그 점에서 보자면 전통시장은 위기가 아니라 세대교체에 의한 자연적 쇠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연적 쇠퇴에는 물을 아무리 붓는다 하여도 소용이 없다.

현대의 시장의 역할은 마트가 담당하고 있다. 시장이 이에 대항하기 위해선 더 젊어지는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전통'도 해체하고 재구성을 하는 게 좋다. 당장 100년 전의 시장과 지금의 시장을 비교할 때 같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못할 건 무엇인가?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전통시장 #마트 #경제 #사회 #김영준 #김바비 #시장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