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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스튜어트가 SNL에서 스스로를 "굉장히 게이"라고 말한 게 중요한 이유

  • 박수진
  • 입력 2017.02.07 11:12
  • 수정 2017.02.07 11:16

지난 주말 했던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는 여러 가지 이유로 꼭 봐야 할 에피소드였다. 저승 사자가 스티브 배넌을 연기했고(영상),멜리사 맥카시가 백악관 대변인 션 스파이서를 완벽하게 재현(영상)했다. 호스트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생방송에서 ‘fuck’이라고 말해 버렸다.

그러나 초반 5분에 일어났던 그보다 더 조용하긴 했지만 정말 놀라운 순간이 있었다. 당신은 놓쳤을지도 모르겠다. 스튜어트는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스스로에게 ‘게이’라는 단어를 썼다(위 동영상 2분 26초).

스튜어트의 성 정체성에 대한 루머는 몇 년 전부터 있어 왔다. 스튜어트는 유명인일 뿐 아니라, ‘트와일라잇’에 함께 출연했던 로버트 패틴슨과 몇 년 동안 사귀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 중 하나였기 때문에 사생활에 대한 관심을 피할 수가 없었다. 패틴슨과 헤어진 뒤에도 연예계의 퀴어 여성들을 만나며 계속 매체에 시달렸다. 알리샤 카가일, 세인트 빈센트, 지금 사귀고 있는 모델 스텔라 맥스웰 등이다.

스튜어트는 자신의 관계를 딱히 숨기지는 않았다. 2016년 엘르 UK 인터뷰에서는 당시의 파트너 카가일을 ‘여자 친구’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또한 여성과 사귀니 남성과 사귈 때보다 자신의 관계에 대해 더 공개적이 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걸 숨기면 내가 이걸 이해하지 못한다, 혹은 수치스러워 한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그래서 나는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행동 방식을 바꿔야 했다. 내 인생을 열어주었고 나는 훨씬 더 행복해졌다.”

스튜어트는 솔직했지만 이번 SNL 전까지는 ‘게이’를 포함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어떤 단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사실 그게 문제는 아니다. 다른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생각하는 경향과 비슷하다. 2016년 미국의 13~34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이들의 35%는 전적으로 이성애자는 아니라고 대답했다(13세에서 20세 사이의 응답자 중에서는 무려 52%였다). 하지만 반드시 ‘게이’, ‘양성애자’,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를 써서 스스로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이런 '꼬리표'는 예전에는 꼭 필요하다고 여겨졌으나, 이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혼 평등과 매체 등장 등의 문화 규준 변화로 인해 퀴어들이 점점 더 주류 사회에 통합되며, 한 가지 특정 정체성을 정할 필요, 전격 공개 인터뷰 등의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꼬리표는 아직 아주 유용하다. 지역 사회 속에서 개인이 자기 자리를 찾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앞서 언급한 가시성을 높이고 LGBTQ 운동을 밀고 나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와 문화적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같은 때는 더욱 그렇다.

최근 10년 동안의 최고 인기 배우 중 한 명이 가장 시청률 높은 심야 TV 쇼에서 자신이 ‘굉장히 게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단어가 포함하는 게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스튜어트를 “‘트와일라잇’에 나왔던 여자애”, “로버트 패틴슨의 전 여자 친구”로만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새롭고 놀라운 방식으로 그녀의 섹슈얼리티를 접하게 되었다. LGBTQ 커뮤니티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일이다. 커밍아웃이 아직도 정말 중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스튜어트의 ‘굉장히 게이’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튜어트와 패틴슨의 관계에 대해 썼던 어처구니 없는 트윗들에 대해 나왔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로버트 패틴슨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다시 받아주면 안 된다. 그녀는 개처럼 바람을 피웠고 앞으로도 또 그럴 것이다. 두고 보라. 패틴슨은 훨씬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스튜어트는 상당히 빈정거리며 분노를 담아 ‘게이’라는 단어를 말했다. 트럼프를 조준한 것으로 보였지만, 어쩌면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세상의 집착을 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건 공정하다. 사사건건 사진 찍히고 분석 당하는 게 즐거울 수는 없다. 그러나 새롭고 무시무시한 방식으로 LGBTQ 권리가 위협 받고 있는 지금, 커밍아웃을 포함해 LGBTQ 커뮤니티에 공개적으로 연대를 표현하는 행동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스튜어트의 ‘굉장히 게이’ 발언이 문자 그대로 자신이 게이라는 뜻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스튜어트는 패틴슨과 사귀었고, 우리가 아는 한 패틴슨의 정체성은 남성이다. 그러므로 스튜어트는 ‘게이’가 아니라 양성애자나 범성애자(pansexual)일 수도, 혹은 성적으로 유동적(sexually fluid)일 수도 있다. 게이는 전통적으로는 같은 젠더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가장 강렬하고 시청자들이 가장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라 게이라는 단어를 골랐을 수도 있다. 그녀가 여성들과 사귀기 시작한 이래 사람들이 그녀의 뒷얘기를 하며 가장 많이 썼을 단어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 그녀의 삶에서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게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스튜어트의 그 말을 들었을 때 숨이 턱 막혔다. 우리 커뮤니티가 아파하며 겁에 질려 있는 지금, 예전과는 달리 직접 목소리를 내며 우리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스튜어트가 나는 자랑스럽다.

커밍아웃은 한 번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결코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성애가 아직도 기본적 지향이라고 간주되기 때문에, 퀴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기가 누구인지 설명해야 될 수도 있다. 그 순간에는 상대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강렬한 기회가 존재한다. 나는 스튜어트가 이번 SNL에서 그 두 가지 모두를 했고, 우리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허프포스트US의 Kristen Stewart Called Herself ‘So Gay’ On ‘SNL.’ Here’s Why It Matters.를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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