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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아직도 가야 할 길 3 | 성별 임금격차 (상)

남성과 여성은 평균 학력, 평균 혼인연령, 종사직종 등 많은 부분에서 다릅니다. 이런 차이도 총임금격차에 포함됩니다. 총임금격차에서 차별을 추출해 내야 합니다. 어떻게? 차이와 차별을 분리한 연구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분리한다"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연구 결과값을 제시하며 임금 격차의 몇 퍼센트가 차별에서 비롯된다고 보여준 뒤 넘어갈 수 있습니다. 쓰는 저와 읽는 여러분 모두 편합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엄밀한 의미에서 설명이라 할 수 없습니다. 보고 나서도 "그게 왜 차별인지, 어째서 꼭 그만큼이 차별인지" 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김선함
  • 입력 2017.02.07 10:14
  • 수정 2018.02.08 14:12
ⓒkikkerdirk

1-(3). 톺아보기: 성별 임금격차 (상)

* 이번 글은 임금격차 및 차별을 측정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오늘의 요약]

1.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5년간 하락했으나 최근 정체 중이다. OECD에서 가장 격차가 크고 감소도 더디다.

2. 격차가 곧 차별은 아니다. 격차는 차별과 차이의 합이다. 진정한 성별 임금격차를 보기 위해서는 차별을 측정해야 한다.

3. 차별과 차이를 완벽히 구분해 내기 쉽지 않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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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소득분위와 백분위율: 전체 노동자를 임금 순서로 나열하여 10구간으로 나누어 봅시다. 나뉜 각 집단을 분위라고 부릅니다. 하위 10%는 1분위, 상위 10%는 10분위입니다. 각 분위에서 가장 큰 값(상한값)을 POO이라고 씁니다. POO 사이의 비율을 백분위율이라고 합니다. 가령 백분위율 P90/P10은 9분위 상한값과 1분위 상한값의 비율입니다. 이 비율은 임금불평등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입니다. 값이 커지면 커질수록 상위 10%가 하위 10%에 비해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소득분위와 백분위율 (출처: http://kostat.go.kr/incomeNcpi/income/income_dg/4/3/index.static)

 특별히 P50은 전체 집단의 한가운데에 있는 값으로 중간값(median)이라고 불립니다. 일반적으로 소득분포는 비교적 저소득 구간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있고, 고소득으로 갈수록 사람이 적어집니다. 하지만 오른쪽 꼬리가 깁니다. 이 경우 평균이 전체 집단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평균 대신 중간값을 씁니다.

미국 가구 연간소득분포 (2010). (출처: 위키피디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Distribution_of_Annual_Household_Income_in_the_United_States_2010.png. 읽기 편하도록 약간 수정함.)

- 상대임금: (여성중위임금÷남성중위임금) ×100. 100에 가까울수록 임금 격차가 작습니다.

- 임금격차: 상대임금 - 100. 0에 가까울수록 임금 격차가 작습니다.

- 로그임금격차: (여성중위임금÷남성중위임금)에 로그를 취한 값입니다. 로그 잊어버리신 분들은 이것만 기억하세요. 0에서 멀어질수록 격차가 심해집니다. -방향으로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분자에 들어가는 집단(여기서는 여성)이 분모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습니다. +방향으로 커지면 반대로 분자가 분모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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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글에서 성별 직종분리를 다루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성별에 따른 임금 차이, 곧 성별 임금 격차(gender wage gap, 또는 gender pay gap)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구약성서를 인용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남자는 은 오십 세겔, 여자는 은 삼십 세겔"이었지요. 이 '몸값'은 물론 오늘날의 임금과 다르지만, 당시 한 명의 노동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어림한 값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임금이라고 해두면 화폐로 계산한 여성의 상대임금은 남성의 60%였습니다. 성서는 다른 기준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여성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십 세겔, 그러니까 40% 할인입니다.

  다시 현대 한국으로 돌아옵시다. 지난 35년간 성별 임금격차는 어느 정도 완화되었습니다. 남성의 40% 수준에 불과하던 여성 상대임금이 25%p 상승하여 약 65% 수준입니다.

주: 정성미(2015)에서 인용. 단, 읽기 편하게 그림을 수정함.

 임금 격차가 1980년대부터 꾸준히 감소해 왔으나, 2000년대 들어 감소 추세가 정체되고 있습니다. 1980년 이후 20년 동안 20%p 감소한 반면 2000년 이후 15년간 고작 5%p 감소했습니다. 여기서는 고용노동부 자료를 썼는데, 여러 통계로 교차 검증해도 정체 현상이 관찰됩니다. 시작 시점과 정도를 조금 달리할 뿐이지요.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OECD 국가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파란 막대가 아래로 내려와 있을수록 격차가 큽니다.

주: 정성미(2016)에서 인용. 일관성을 위해 형식을 수정하고 읽기 편하도록 상당수 국가를 제외함. 범례의 표현 오류를 수정함.

 앞에서 0에 가까울수록 임금 격차가 작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모든 분위에서 가장 격차가 큰 국가입니다. 중위소득의 경우 2위인 일본보다도 10%p 정도 더 큽니다. "OECD 개노답 삼형제"라고 불리며 함께 묶이는 멕시코보다도 더 큽니다. 시간의 흐름대로도 한 번 볼까요? 그래프가 아래에 있을수록 격차가 큽니다.

자료: OECD Statistics (2016). 국가별로 시계열 길이에 차이가 있음.

 35년간 추이를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그래프는 녹색 국가군(임금 격차가 작고, 35년간 안정적), 청색 국가군(35년간 임금 격차 축소)보다 한참 아래에 있습니다. 사정이 좀 나은 일본과 비슷한 속도로 줄어드는 듯하면서도 차이는 좀체 좁혀지지 않습니다. 1980년에 호주와 약 20%p만큼 벌어져 있었던 미국이 호주를 따라잡은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래도 멕시코가 등락을 거듭하는 데 비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흥미로운 통계를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성별 임금격차는 남성과 여성 집단 간(between-group) 불평등 비교를 위한 지표입니다. 성별 격차가 줄어들었다면 남성, 그리고 여성 집단 내(within-group) 격차는 어땠을까요? 함께 줄어들었을까요, 아니면 늘어났을까요?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한 것이라면 집단 간 불평등은 악화됩니다. 저임금이 그랬다면 완화됩니다. 모든 노동자들이 그랬다면 유지됩니다. 이 셋의 의미와 정책 시사점은 매우 다릅니다.

 아래 통계를 보면 임금 격차 감소 원인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왼쪽 축은 음수이니 값이 커질수록 0에 가까워지며 격차가 줄어듭니다. 오른쪽 축은 양수이니 값이 커질수록 0에서 멀어지며 격차가 커집니다.

자료: 고용노동부,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원자료, 각년도. 월 급여는 (월 급여액 + 연간특별급여액/12), 시간당 임금은 "월 급여"를 (통상근로시간+초과근로시간)으로 나눈 것으로 정의한 수치임.

 데이터는 성별 임금격차가 축소되었음을 재확인하는 한편 남성과 여성 집단 내 불평등 모두 악화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도 2004년 급감을 제외하면 추세가 같습니다. 여성의 경우 월 급여 기준 198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계속해서 불평등이 커집니다. 남성은 1990년대 초까지 감소하다가 1994년부터 반등합니다. 한편 2008 세계 금융위기 전후에 여성 불평등은 소폭 하락하는 반면 남성 불평등은 대폭 증가합니다. 그림은 생략했지만 지표를 P90-P50으로 바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선 성별 임금격차 감소가 정체하지 않는 듯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 데이터는 1번 그림과 같습니다. 단위를 로그로 바꾸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입니다.)

 이 현상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글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주제에 집중하면, 이 통계는 성별 격차 완화가 (1) 고학력 고숙련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2) 남성 저임금노동 확산 내지 임금상승률 정체와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일 공산이 크다고 말합니다. 사회경제적 차별이 전반적으로 완화되며 임금 격차가 감소하는 이상적인 결과일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지요. 뒤에서 이 시나리오를 검증하겠습니다.

 (2004년에 시간당 임금으로 측정한 동성 집단 내 불평등이 급감하는 이유는 주5일 근무제 시행일 듯합니다만 설명이 더 필요합니다. 주5일 근무제는 평균임금이 높은 편인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으로 우선 실시된 뒤 소규모 사업장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김형락·이정미(2012) 등 국내 연구에 따르면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실질임금을 상승시킵니다. 그런데 평균임금이 높은 곳에서 실질임금이 먼저 상승했다면 백분위율이 상승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더 자세히 뜯어봐야 할 텐데, 여기서는 우선 이 정도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본 통계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 글에서 다룬 성별 직종분리를 떠올려 봅시다. 직종별 성 비중은 한눈에 보기 좋은 지표이지만, 그것만으로 성별 직종분리 현황과 변동을 따질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던컨 지수를 도입했지요. 임금격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본 성별 임금격차는 총임금격차(또는 조임금격차, gross wage gap)입니다. 연령, 학력, 경력, 직종 등 인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계산한 겁니다. 대졸 전문직 여성(41세)과 고졸 생산직 남성(23세)를 한데 넣고 비교하는 셈이지요. 총임금격차가 보여주는 세상은 흐릿합니다.

물론 그림이 좀 깨져도 왼쪽 그림이 모나리자라는 건 알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www.linkedin.com/pulse/hi-res-vs-low-res-javier-r-rivera)

 정확한 임금 격차를 계산하려면 인적 특성이 비슷한 남성과 여성의 임금을 비교해야 합니다. (학자들은 이런 비교를 두고 "관측상 동일한(observationally equivalent)" 사람들을 비교한다고 합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중위임금은 임금노동자 수 변동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도 고려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힘들여 계산해 낸 격차가 모두 차별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격차보다 차별이 더 클 수도 있고요. 진정한 임금격차의 크기와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자료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2016년 YWCA 등 9개 여성단체가 주도한 <동일임금의 날> 캠페인 홍보 전단지. 여기에 인용된 36.6%는 총임금격차입니다. 그리 탄탄한 근거가 아닙니다. (출처: http://www.womennews.co.kr/news/94138)

 줄곧 격차(gap)란 표현을 썼습니다. 차이(difference), 차별(discrimination)이라고 하지 않았지요. 격차가 이 둘을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더 쉽게 말해 격차는 차이와 차별의 합입니다. 구약성서를 떠올려 볼까요? 고대에는 사무직이 드물었습니다. 육체노동이 대부분이었죠. 평균적으로 신체능력이 우월한 남성의 몸값이 더 높은 게 당연했을지 모릅니다. 이 경우 여성 몸값이 남성의 60%에 불과한 건 신체능력 차이 때문이지, 차별 때문이 아닙니다.

게임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자리야. 보디빌더입니다. 확실히 저보다 팔이 두껍습니다. 구약성서 시대 중동에는 이런 분이 드물었겠죠. (출처: http://www.pcgamer.com/teenage-overwatch-player-accused-of-cheating-proves-shes-just-that-good-with-zarya/)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성과 여성은 평균 학력, 평균 혼인연령, 종사직종 등 많은 부분에서 다릅니다. 이런 차이도 총임금격차에 포함됩니다. 총임금격차에서 차별을 추출해 내야 합니다. 어떻게? 학자들은 회귀분석(regression)이란 방법을 이용합니다. 회귀분석을 다룰 생각은 전혀 없고, 던컨 지수 때 했던 것처럼 예시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그 전에 한 가지 말해 두겠습니다. 차이와 차별을 분리한 연구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분리한다"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연구 결과값을 제시하며 임금 격차의 몇 퍼센트가 차별에서 비롯된다고 보여준 뒤 넘어갈 수 있습니다. 쓰는 저와 읽는 여러분 모두 편합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엄밀한 의미에서 설명이라 할 수 없습니다. 보고 나서도 "그게 왜 차별인지, 어째서 꼭 그만큼이 차별인지" 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에서 그치면 애초 총임금격차를 완벽한 지표로 믿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계산 과정을 이해할 필요야 없겠지만 핵심 아이디어는 이해하셔야 합니다.

 <해리 포터>에서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 두 기숙사는 앙숙입니다. 그리핀도르 사감 미네르바 맥고나걸 교수와 슬리데린 사감 스네이프 교수도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네르바 교수는 소속 기숙사와 무관하게 학생들을 공정하게 대합니다. 하지만 스네이프 교수는 노골적으로 슬리데린을 편애하고 그리핀도르를 차별하지요. 이제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 학생들이 두 교수 수업에 들어간다고 생각해 봅시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맞게 대답하는 학생이 소속된 기숙사에 점수를 10점씩 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퀴디치 경기를 보는 두 사람. 표정을 보아하니 그리핀도르가 이기고 있는 것 같죠? (출처: https://kr.pinterest.com/pin/307018899569602474/)

 미네르바 교수의 변신술 수업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점수가 공정하게 주어집니다. 그리핀도르가 5문제, 슬리데린이 5문제를 맞히면 두 기숙사 모두 50점씩 받아갑니다. 점수 차는 없지요. (경우 1) 만약 슬리데린이 더 잘 해서 10문제를 맞히면 슬리데린이 100점을 받아 50점 앞서게 되겠죠. (경우 2)

 스네이프 교수의 마법약 수업도 녹록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법약 수업은 난이도보다도 차별 대우로 악명 높습니다. 스네이프 교수는 기분이 좋은 날이면 수업 시작과 함께 슬리데린에게 50점을 줍니다.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이 모두 5문제씩 맞혀도 그리핀도르가 50점 뒤지는 것이지요. (경우 3) 어떤 날에는 슬리데린에게 점수를 두 배 줍니다. 마찬가지로, 똑같이 5문제 맞혀도 슬리데린이 50점 더 받아갑니다. (경우 4) 견디다 못한 우리의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어느 날 분발해서 10문제를 맞힙니다. 이런 날 스네이프 교수는 슬리데린에 기본 점수도 주고 점수도 두 배 줍니다. 그러면 그리핀도르는 10문제 맞혀서 100점, 슬리데린은 5문제 맞혔는데도 150점을 받아갑니다. 또 슬리데린이 50점 더 받아가네요. (경우 5)

출처: <해리 포터> 실사영화 시리즈 캡쳐 (위: https://www.pinterest.com/pin/249457266833708011 , 아래: https://www.magbuzz.de/2/harry-potter-und-der-stein-der-weisen-schauspieler.html)

 설명을 위해 지어낸 티가 지나치게 나는 이 재미없는 이야기를 표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G와 S는 당연히 그리핀도르(Gryffindor)와 슬리데린(Slytherin)의 약자입니다.

호그와트는 공평한 곳이 아닙니다

 점수 차는 언제나 50점이지만 성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점수 차를 차이와 차별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1)은 격차가 없는 세상이니 넘어갑니다. (2)는 100% 실력 차이 때문입니다. (3)은 100% 차별 때문이지요. (4) 역시 차별입니다. 그런데 (3)과 (4)는 다릅니다. (3)은 그냥 50점 더 주는 차별입니다. (4)는 슬리데린 1문제와 그리핀도르 1문제를 다르게 취급하는 차별입니다. 슬리데린이 맞히는 한 문제는 그리핀도르의 두 문제와 같습니다. 같은 한 문제라도 누가 맞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다르다는 말이지요. 같은 총점을 얻으려면 그리핀도르가 더 노오오력해야 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인 (5)를 자세히 보겠습니다. 산수를 좀 할까요? 딱 한 번입니다.

 격차 50은 차별 100과 차이 -50이 합쳐져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차별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큽니다! 여기서, 차이가 -50이란 말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특성, "실력"이 격차를 좁히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마법약 수업에서도 변신술 수업에서처럼(경우 2) 슬리데린이 그리핀도르보다 잘 했다면 차이 역시 격차를 늘렸을 겁니다. 던컨 지수에서 성 비중 효과와 직종 규모 효과가 상호작용했듯 임금 격차에서는 차별과 차이가 상호작용하는 겁니다. 현실은 (2), (3), (4)와 같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나누어 보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분해한다(decompose)"고 하고, 특별히 이 방식을 "오하카 분해법(Oaxaca decomposi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은 모르셔도 됩니다. ^^*

 그런데 말입니다. 이 숫자에도 잠재적 문제가 있습니다. 슬리데린 학생들이 그리핀도르 학생들보다 훨씬 훌륭하게 대답했다면 어떨까요? 둘 다 맞긴 맞는데 슬리데린 대답이 30점짜리, 그리핀도르 대답이 5점짜리였다는 겁니다. 알고 보니 스네이프 교수가 사정을 봐준 것이지요. 이 경우 숫자로 측정된 차별은 실제 차별보다 큽니다. 이 문제는 관찰되지 않은 생산성 차이(unobserved productivity difference)라고 불립니다.

 어차피 차별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마법약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실력이 형성될 때부터 보이지 않는 차별이 학생들을 옭아맨 것이지요. 그렇다면 측정된 차별은 실제 차별이 미친 영향보다 작습니다. 이 문제는 평가 이전의 차별, 실제로는 노동시장 진입 이전의 차별(pre-market discrimination)이 존재할 때 발생합니다.

 두 기숙사 학생들의 평균 능력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리핀도르는 용기와 기사도를, 슬리데린은 지략과 힘을 중시합니다. 입학식 날 마법의 분류 모자가 이 기준에 맞추어 학생들을 배정합니다. 분류 결과 슬리데린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더 똑똑하다면 격차는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그 반대라면 격차는 줄어들고요. 이 점을 간과하고 숫자를 보면 차별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할 수 있습니다. 학자들은 표본이 특정한 규칙에 따라 선택되는 이런 문제를 표본선택편향(sample selection bias)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능력이 무작위로 배정되지 않아서 발생하지요.

지혜와 지식을 중시하는 래번클로 갔으면 적어도 고생은 덜 했을 왓슨찡... (출처: http://harrypotter.wikia.com/wiki/Sorting_Hat)

 이런 복합적 문제는 오하카 분해법으로 만들어낸 숫자를 기계적으로 "차이"와 "차별"이라 해석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오하카 분해법은 격차를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격차"(차이) 와 "다르게 취급받기 때문에 발생하는 격차"(차별)로 나눕니다. "차이"에는 차별이 만든 차이가 섞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당한 차등 대우도 "차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별의 "진정한" 크기를 측정하기는 어렵습니다(Altonji and Black, 1999). 물론 여러 변수를 고려하고 적절한 통계 기법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편의를 위해 차이와 차별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겠습니다. 잠정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만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노동시장에서 일어나는 성별 임금격차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점수는 임금, 맞힌 문제 수는 개인의 역량을 나타내는 인적 특성(학력, 경력, 직종 등)에 각각 대응됩니다. 관찰된 인적 특성이 같아도 임금이 다를 수 있습니다. 성별을 제외하고 이력서가 완전히 같은 두 사람의 임금이 다른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지요.

 이 격차는 인적 특성으로 설명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1) 인적 특성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받거나 (2) 인적 특성에 따라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이 나뉘어 발생하는 격차는 설명되고, (3) 관찰되지 않은(이력서에 적혀 있지 않은) 어떤 특성이 업무 능력에 영향을 주면 설명되지 않습니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잔여임금격차(residual wage differential)이라고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1) 여성이 1년 더 학교에 다니면 월급이 10만원 올라가는데 남성은 15만원 올라가는 경우입니다. 또는, 여성은 채용확률이 5% 떨어지는데 남성은 5% 올라가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죠. (사실 확률이 바뀌면 임금이 아니라 임금의 기댓값이 바뀝니다) (2) 고학력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반면, 저학력 여성들이 출산 후 경력단절을 겪으면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줄어들고 중위임금이 상승하여 격차가 줄어듭니다. (3) 부드러운 대인관계 능력이 필요한 직종의 경우 평균적으로 여성의 성과가 더 좋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인관계 능력은 학력이나 경력으로 잡아낼 수 없지요. 이 경우 대인관계 능력에 따른 차이는 잔여임금격차에 포함됩니다. 인적 특성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차별 측정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 실제 데이터를 이용해서 성별 임금격차를 분해한 연구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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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1. 성별 임금격차 추이에 관한 다른 자료

 본문에서 성별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성별 내 격차가 확대되었다는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이 통계는 고용노동부의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OWS)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조사(KLIPS)에 따르면 조금 다릅니다.

자료: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노동패널(KLIPS) 1-18차연도 원자료, 각년도.

 두 가지 모두 정체되어 있습니다. 성별 내 불평등은 감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본문에서 다룬 그림과는 시사점이 정반대입니다. 어떤 연구는 이런 점을 들어 한국 여성의 경제적 위상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금재호, 2011)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정확하지 않지만, 우선 두 그림이 사용하는 데이터 표본이 다르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OWS는 5인 미만 사업체 소속 노동자를 포함하지 않습니다(초기에는 10인 미만). KLIPS는 사업체 규모와 무관하게 표본을 선정합니다. 그럼 당연히 KLIPS를 믿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요? 데이터마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OWS가 1980년부터 장기 통계를 제공하는 반면 KLIPS는 1998년부터 시작되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통계 자료에서는 표본 수가 중요한데, OWS가 이 측면에서 KLIPS를 압도합니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다양한 연구에서 OWS가 보여주는 추세가 확인됩니다. 총임금격차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KLIPS의 경우에도 다른 변수를 통제하면 겉으로 보이는 추이와 달라진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본문에서 OWS를 이용한 그림을 제시했습니다.

부록 2. 임금격차와 임금분산

 임금격차는 중위수를 기준으로 합니다. 그런데 임금이 중위수, 또는 평균을 기준으로 퍼져 있는 정도도 중요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평균이야 다르지만 "퍼짐의 정도"가 성별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상당히 다릅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림으로 보겠습니다. (조금 오래 된 자료입니다. 이런 형태의 최신 그래프를 찾지 못한 관계로 그대로 수록합니다.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자료: Beblo et al. (2003), 김주영 외 (2009)에서 재인용. 세로축은 빈도(%). 그림은 편의를 위해 수정함.

주: 김주영 외 (2009)에서 인용. 세로축은 빈도수(%). 그림은 편의를 위해 수정함.

 독일의 여성 임금분포는 남성 분포를 왼쪽으로 좀 옮긴 모양입니다. 한국은 여성 임금이 왼쪽에 쏠려 있을 뿐 아니라 분포된 모습이 다르지요. 총임금격차만 보면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못합니다. 회귀분석은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법입니다.

[참고문헌]

- 금재호 (2011), "성별 임금격차의 현상과 원인에 대한 연구", 국제경제연구 17(3).

- 김주영 외 (2009), <한국의 임금격차>, 한국노동연구원.

- 김형락·이정미 (2012), "주 40시간 근무제의 도입이 임금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노동경제논집 35(3).

- 정성미(2015), "남녀 임금격차 국제비교", <노동리뷰> 7월호, 한국노동연구원.

- 정성미(2016), "소득분위에 따른 남녀 임금격차 국제비교", <노동리뷰> 5월호, 한국노동연구원.

- Altonji, Joseph, and Rebecca Blank (1999). "Race and Gender in the Labor Market." In Handbook of Labor Economics, ed. O. Ashenfelter and D. Card, Volume 3(C):3143-259. Amsterdam: Elsevier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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