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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동물원 속 동물들의 비밀을 말하다

서울대공원에서 인기 있는 동물은 1위 미어캣, 2위 사막여우, 3위 프레리독, 4위 펭귄, 5위 인도 청공작, 백공작이라고 한다. 우리들이 이런 동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그곳에서 동물들을 돌봐주는 수의사들 덕분이다. 책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는 동물원 수의사의 경험을 담았다. 바로 옆에서 동물들을 살펴보고 적은 기록이라 상당히 흥미롭다. 동물들을 곁에서 지켜본 수의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1. 호랑이 못지 않게 똥도 무섭다고?

“어느 날 한 농부가 동물원에 찾아왔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호랑이 똥을 좀 얻고 싶습니다.”하는 것이었다. …. 사연인즉슨, 날마다 멧돼지가 출몰하여 고구마 밭을 망쳐놓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동네 사람이 호랑이 똥을 구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 호랑이 똥을 고구마 밭에 뿌리면 멧돼지가 얼씬도 하지 않을 거라는, 그 나름대로 과학적인 이유였다. 농부의 사정이 딱하기도 하고 어쩌면 재미난 실험이 될 것도 같아서 호랑이 똥을 주기로 했다. …. 그러고서는 은근히 소식을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얼마 후 지방 신문에 그 농부 이야기가 실렸다. 우리 동물원에서 얻은 호랑이 똥을 밭에 골고루 뿌려놓았더니 매일 나타나던 멧돼지가 일주일 동안 얼씬도 하지 않아 이제 편안히 발 뻗고 잔다는 내용이었다. 이 일은 큰 화제가 되어 다른 신문과 방송에서도 ‘멧돼지 퇴치에는 호랑이 똥이 특효’라는 제목을 달고 소개되었다.” (책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 최종욱 저)

저자는 농부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물원에서도 여러 실험을 실시하였다. 결과는 처음에는 효과가 있으나 곧 효과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호랑이는 육식 동물이라 초식 동물에 비해 똥이 훨씬 냄새가 독하다. 그 때문에 멧돼지가 피한다. 결국 그 냄새에 익숙해지면 언제든지 멧돼지가 다시 고구마 밭을 망칠 수 있다. 실제로 효과를 봤다는 농부도 그 이후 호랑이 똥을 구하러 오지 않았다고 한다.

2. 초식 동물도 고기를 먹을까?

“흔히 사람들은 육식 동물은 오직 고기만, 초식 동물은 오직 풀만 먹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하긴 이름부터가 그런 뜻을 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렇게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육식 동물은 육식 위주로, 초식 동물은 초식 위주로 먹을 뿐이다. …. 사자와 호랑이도 분명히 풀을 뜯어 먹긴 먹는다. 그 증거는 똥이다. 아침에 청소할 때 보면 사자와 호랑이의 똥에 풀이 제법 섞여 있다. 육식 동물이 풀을 먹는 것은 풀을 먹을 때 딸려 들어가는 흙 속에서 미네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초식 동물은 어떨까? 암컷 초식 동물은 새끼를 낳고 나서 그 새끼와 함께 딸려 나온 태반을 말끔히 먹어치운다. 소는 태반의 무게가 20킬로그램이 넘는데도 소화시키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이런 행동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자 새끼의 똥을 먹을 때와 마찬가지로 새끼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생존 본능에 따른 것이다.”(책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 최종욱 저)

우리의 상식과 다른 이야기다. 특히 기린도 동물 뼈를 핥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대개 초식 동물들이 땅에 난 풀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흙도 섭취하며 미네랄을 보충한다. 기린은 목이 길어 땅에 난 풀을 먹기 불편하니 뼈를 수시로 핥는다. 실제로 서울대공원 같은 곳은 기린 간식(?)으로 소뼈를 사서 둔다고 하니 초식 동물이라고 100% 식물만 섭취하는 것은 아니다.

3. 기린은 어떻게 수송을 할까?

“가장 큰 문제점은 당연히 기린의 키였다. 모두 알다시피 기린은 5미터가 넘는,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동물이 아닌가. 그 크기에 맞춘 우리 안에 싣고 가면 고속도로 톨게이트 같은 시설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 그러던 중 전주의 한 동물원에서 최근에 기린을 수송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랴부랴 가보니 마침 기린 수송 상자가 아직 있었다. 그런데 높이가 겨우 3미터 정도로 목 부분만 앞으로 툭 튀어나오게 되어 있는, 뚱뚱한 ㄱ자 구조였다. 이 ㄱ자에서 오른쪽의 세로 부분에 기린의 몸통이 들어가고 위쪽의 가로 부분에 기린의 목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상자 안에서는 기린이 평소처럼 목을 세우고 있지 못하고 계속 목을 숙이거나 아니면 아예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기린이 그런 자세로 수송 시간 동안 견뎌줄 수 있을지 걱정은 되었지만 벌써 한 번 사용해 보았다고 하니 믿고 쓰기로 했다.” (책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 최종욱 저)

동물 중 가장 장신인 기린의 운송을 고민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원에서는 다르다. 기린 운송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린을 ㄱ자 모양의 상자에 담아 이동하였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다행히 기린 두 마리 모두 무사히 수송하였다고 한다. 기린이 많이 불편해 할까 봐 휴게소에 들르지도 않고 3시간 반을 달렸다고 하니 기린 못지 않게 사람들도 고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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