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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통령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챙겨야 한다

이제 우리는 국가로 하여금 자신의 책무인 공공성에 최선을 다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다른 것은 부차적이다. 그렇다면 일상경제생활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최소한 생필품 가격이나 월세 등 먹고사는 문제와 교통비나 각종 공과금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국가는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구체적인 요금산정이나 고시에 대해서는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국민의 일상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공공성의 이름으로 답을 해야 한다.

ⓒ뉴스1

글 | 김정로 박사(국가혁신을 위한 동반성장포럼 연구위원)

물가가 무섭다고들 한다. 일상적 생활요금이 크게 부담된다고들 한다. 우리 국민들, 대부분의 서민들은 너무 고달프고 힘들다. 경기가 안 좋은데 지갑도 얇아져 너도나도 소비를 줄이니, 경기는 더욱 위축되고 불황은 지속된다. 출퇴근 시간 교통비도 신경 쓰이고, 점심값도 만만치 않다. 저녁에 소주 한 잔 기울이기도 한 병에 4~5천 원씩 하는 가격이 부담이다. 기름값, 난방비는 물론이고, 전기세와 수도요금 이제는 쓰레기 봉투값도 올리겠다고 한다. 가족 모두 한 대씩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통신비도 적지 않다. 또한 월세나 아이 학원비는? 국민들의 기본적 경제생활인 일상생활이 편해야 국민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다.

일상이란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생활이다.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별 신경을 안 쓰고 또 그래서 작은 일로 치부되기도 한다. 과거 어렵던 시절에도 일상생활은 그런대로 큰 부담은 안 되었다. 국가가 일상요금과 물가를 그런대로 잘 통제했고, 사람들의 욕망의 구조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진국이 되면서, 자유 대한이 되면서 일상요금도 크게 자유화되었다. 국가도 자유로운 시장을 운운하면서 "공공성"을 포기했고, 공기업조차 심심하면 원가 운운하면서 요금을 올린다. 올리면 그만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지갑이 두둑해진 것도 아니다.

일상생활이 과연 작은 일인가? 대선 후보들은 모두 개헌이나 통치체계에 관해 한마디씩 한다. 후보들은 저마다 사드배치와 같은 안보나 군입대 기간단축과 같은 거대한 공약들을 남발한다.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수출이냐 내수냐 하는 국가경제의 방향과 같은 거대한 공약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공요금이나 물가와 같은 일상경제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일상생활이 작은 일인가? 일상생활은 국민 생활의 기본이고 국가경제의 기본이기 때문에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모든 국민들의 기본생활과 관련되기에 그 어떤 문제보다 거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독일통일 직후인 90년대 초반에 독일 베를린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일상의 물가나 요금은 부담되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필자와 같은 외국에서 온 유학생에게까지 그 혜택이 골고루 미쳤다. 학비는 전혀 받지 않았고, 오히려 교통비나 기숙사비 등에서 많은 혜택을 주었다.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돈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였고, 물가도 아주 쌌다. 게다가 도서관은 얼마나 잘 되어 있었던지 고가의 책을 무상으로 마음껏 빌려보게 해주었다. 책값은 독일이 우리보다 몇 배 비싸다. 그렇지만 도서관이 너무나 잘 되어 있었다. 국립도서관 옆에 대학도서관이 있고 그 옆에 과별로 도서관이 또 있다. 국립도서관과 대학도서관에는 그 당시에도 수백만 권이 넘는 책이 있었다. 과도서관에는 강의별로 도서를 다시 분류하여 서비스를 해주었고 읽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돈이 들 이유가 별로 없었다. 학생이면 돈에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책만 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돈 때문에 고민할 이유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나라의 기본이 잘 되어 있고, 국민은 그 기본을 충실히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일상생활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사람들을 살게 하는 나라의 기본이고 근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15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아 원룸 월세로 몇 십만 원씩 지출하고, 이것저것 일상요금을 내고나면, 부모님 용돈은 커녕 대학 때의 학자금 융자조차 상환할 수 없다고 하니 이게 과연 작은 일인가?

이제 우리 모두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국가에 청원해야 한다. 이미 1948년의 제헌헌법에서부터 국민의 "수익권" 보장되어 있었다. 제헌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부분에,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권이 규정되어 있다. 다시 말해 국민의 평등권,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통신의 자유, 신앙과 양심의 자유,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재산권의 보장, 노동자의 단결 및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의 자유 등이 여기에 보장되어 있다. 나아가 "수익권"도 여기에 보장되어 있다. "수익권은 국민이 국가의 특정한 행위를 요구한다든가 국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든가하여 적극적으로 국가로부터 특정의 이익을 받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국민의 공권公權을 말한다."(유진오 <헌법해의> 참고).

이제 우리는 국가로 하여금 자신의 책무인 공공성에 최선을 다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다른 것은 부차적이다. 그렇다면 일상경제생활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최소한 생필품 가격이나 월세 등 먹고사는 문제와 교통비나 각종 공과금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국가는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구체적인 요금산정이나 고시에 대해서는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국민의 일상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공공성의 이름으로 답을 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정책공약경쟁이 뜨겁다. 우리는 거대한 담론들이 아니라 작은 일상적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고 우리가 먼저 나서 후보들에게 "수익권"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촛불이 모이면 거대한 횃불이 되고 대통령을 바꿀 만큼 거대해지듯이, 국민과 그들의 일상은 절대 작지 않다. 아니 너무 거대해서 보이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런 후보에게는 이처럼 거대하고 기본적인 국민의 일상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런 후보는 무시하면 된다. 쳐다볼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일상생활을 챙길 후보, 일상의 경제생활을 편안하게 만들려고 고민하는 후보를 보면 된다. 진짜 경제대통령이라면 국민의 일상경제생활부터 고민하고 그 해법을 내놓을 것이다.

김정로

고려대 졸, 베를린 훔볼트대학과 성균관대 박사과정,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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