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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안희정의 '대연정'을 비판했지만, 안희정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 원성윤
  • 입력 2017.02.04 06:45
  • 수정 2017.02.04 07:17
ⓒ뉴스1

‘친노 적통’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연정’을 놓고 맞붙었다. 그동안 정책 지향점은 달랐지만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자제했던 문 전 대표가 이례적으로 안 지사에 대한 쓴소리를 입밖에 꺼낸 것이다.

문 전 대표는 3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있는 첨단산업 창작지원공간인 ‘팹랩’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패와 국정농단·헌정유린 사태에 제대로 반성·성찰하고 국민께 속죄하는 기간을 가져야 한다”며 “그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정당과 연정한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 지사는 전날 당내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 때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안 지사는 이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과의 연정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의회 지도부는 공통의 개혁 과제에 합의한다면 구성할 수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가 말한 ‘대연정’과 2005년 노 전 대통령이 밝혔던 대연정 구상과는 맥락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대연정은 그 자체보다는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 쪽에 방점이 있었다”며 “선거제도 개편을 조건으로 당시 한나라당과도 연정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노 대통령은 나중에 그런 제안조차도 지지자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었다고 말하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문 전 대표가 이처럼 안 지사의 대연정 카드에 정색하고 나선 것엔 여러가지 해석이 잇따른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수도권 3선 의원은 “안 지사의 발언 취지는 이해하지만 ‘한 식구’인 안 지사의 발언이 자칫 (지지층이 등을 돌리게 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문 전 대표가 ‘정리’를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추락의 서곡이었던 ‘대연정’이 이슈가 되면, 참여정부 계승자인 문 전 대표에게 별로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겠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문재인의 페이스메이커’라는 딱지를 떼길 원했던 안 지사 쪽은 문 전 대표의 비판에 개의치 않고 있다.

안 지사 쪽 관계자는 “대연정이라는 말을 꺼내면 공격받을 것으로 예상 못한 게 아니다. 지금은 대선주자 중 누가 대권을 잡아도 협치를 안할 수가 없는 여소야대의 국회”라며 “참여정부 시절의 대연정이 (지역구도를 고려한) 정치공학적인 접근이라면 안 지사의 발언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지사 쪽에선 확전을 원하지는 않는 기류도 읽힌다. 또다른 측근은 “평소 협치를 지론으로 내세웠던 안 지사가 원론적 수준의 발언을 한 것이지, 새누리당과 얼마든지 손잡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안 지사는 2월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새누리당을 용서하자고 말하는 것도 아니"라면서도 "국민의 개혁 요구를 단 한 걸음이라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대연정 제안의 취지"라며 연정 제안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하는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대연정

지난 이틀 동안

많은 분들의 걱정과 지적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제가 노무현 정부의 대연정-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는 것은 대연정 자체가 목적이 아님을 우선 말씀 드립니다.

민주주의 정치-의회정치의 대화와 타협 구조를 정상화시켜서 시대의 개혁과제를 완성하기 위함입니다.

그것이 대연정이든 소연정이든-연정 제안의 기본 취지입니다.

저의 제안에 대해

무엇을 위해

어떤 목표로 할 거냐고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감히.."

"어떻게 그럴 수가.."

로 바로 이어지며 분노하고 저를 나무라시기만 합니다.

예 그 심정 저도 잘 압니다.

그러나 저의 연정(대연정-소연정 모두 포함합니다)

제안은

박근혜 최순실을 용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적폐를 덮고 가자는 것도 아닙니다

새누리당을 용서하자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차기정부를 누가 이끌든

대한민국 헌법은 의회와의 협치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습니다.

국가적인 중요 안보외교노선과 정치와 경제의 개혁조치들 역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민주주의 의회정치의 움직일 수 없는 대원칙입니다.

이에따라 국민의 개혁 요구를 단 한 걸음이라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대연정 제안의 취지입니다.

물론 이 제안은 국민의 동의와 당 지도부와의 합의 그리고 각 정당간의 정책과 국가 개혁 과제 합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 과정에서 연정의 성격과 범위가 결정될 것입니다.

저의 제안에 대한

많은 지적과 걱정들에 대해 잘 듣고 있습니다.

우리의 개혁 목표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의회전략과 정부 운영 계획을 가져야 하는지 앞으로 저의 소견을 계속 말씀 드리겠습니다.

비난, 비판 ... 다 좋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저의 진심만은 알아주십시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동지이고 시민이고 이웃이고 형제입니다.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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