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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황교안을 방지(?)하기 위한 개헌

부통령제는 이번 탄핵 사태처럼 대통령이 유고(有故) 상태가 될 때 빛을 발한다. 황교안이 대통령 노릇을 "대행"하는 것을 야권이나 국민들이 용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국민들 손에 의해 직접 뽑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부통령이 있었다면 깔끔하게 해결된다. 사망이든 탄핵이든 대통령 유고 상태가 되면 부통령이 즉각 대통령직을 승계하면 된다. 그렇다면 야권이나 국민들이 이렇게 대통령직을 승계한 부통령을 지금 황교안에게 하듯이 불신하고 심지어 사퇴하라고까지 얘기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 바베르크
  • 입력 2017.02.03 12:44
  • 수정 2018.02.04 14:12
ⓒ뉴스1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인 황교안의 직무 수행이나 대통령 출마 가능성 때문에 벌어지는 논란들을 보고 있자 하니, 만약에 개헌을 한다면 미국처럼 부통령제를 아예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단지 대통령만 뽑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부통령을 세트로(미국에서는 티켓(ticket)이라고 보통 부르는 것 같다) 뽑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 문제들이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을까?

우선, 대선 유세 과정에서 구질구질한 단일화 논란을 벌이며 단일화해 준 후보가 지원유세를 해주느니 마느니 궁시렁댈 필요가 없어진다. 차기 대선 후보감이나 당기(當期) 대선에서의 (잠재적) 경쟁자였던 정치인을 아예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 같이 유세도 다니면서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게 될 것이다. 유권자들도 각 정당이 내세운 대통령후보 한 사람만 달랑 보고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팀을 이뤄 같이 일할 부통령 후보까지 살펴 보고 선택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부통령제는 이번 탄핵 사태처럼 대통령이 유고(有故) 상태가 될 때 빛을 발한다. 황교안이 대통령 노릇을 "대행"하는 것을 야권이나 국민들이 용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국민들 손에 의해 직접 뽑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부통령이 있었다면 깔끔하게 해결된다. 사망이든 탄핵이든 대통령 유고 상태가 되면 부통령이 즉각 대통령직을 승계하면 된다. 그리고, 이 부통령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명한 허수아비 국무총리가 아니라 앞에서 본 것처럼 대통령과 함께 험난한 대선 과정을 거쳐 역시 국민이 직접 뽑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야권이나 국민들이 이렇게 대통령직을 승계한 부통령을 지금 황교안에게 하듯이 불신하고 심지어 사퇴하라고까지 얘기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아울러 이런 부통령이 대통령을 승계한다면 당연히 지금처럼 대통령이 퇴진하거나 탄핵당한 다음 60일 내에 다음 대선을 급하게 치르는 것으로 헌법에서 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부통령제가 도입된다면 헌법을 고쳐 부통령이 이렇게 유고 상태가 된 대통령의 나머지 임기를 채울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탄핵될 경우 정권인수위도 못 꾸리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대선을 치러야 할 이번 대선과 같은 상황도 발생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소위 분권형 개헌이라는 거창한 담론이 일부 정치인들에 의하여 논의되고 있지만, 다양한 정파 간에 권력을 나누는 우리 정치사에서의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경지를 덜컥 실험해 보기 전에 우선 대통령과 부통령 간에 권력을 분점하여 행사하는 것부터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때 미국에서도 부통령은 이렇게 대통령 유고시에 그 자리를 물려받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거의 없는, 만고에 쓸데없는 자리라는 인식이 있었으나(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재임 중 사망해서 대통령이 된 트루만이 부통령으로 있을 때에는 원자폭탄을 제조하는 맨해튼 계획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겠다) 알 고어나 딕 체니(쿨럭;) 같이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히 나누어 행사하는 부통령들이 등장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부통령에게도 상당한 권력을 나누어주는게 추세인지라 부통령제 도입 개헌이 된다면 실세 부통령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왕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김에 정부통령제 도입 개헌이 될 경우의 대통령 임기에 대한 망상 썰도 풀어 보겠다. 부통령을 두어 대통령이 자기 턱 밑까지 따라 붙은 경쟁자를 지근거리에 둔 마당이니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하자는 주장이 나올 소지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 처지에 그 경우 대통령 8년 단임제가 될 위험성이 너무 크기에(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이 검찰이나 국세청, 국정원 등 각종 권력기관들을 동원하여 정부여당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할 위험성은 일찍부터 지적되어 왔고 이제 거기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덧불여짐) 대통령 임기는 지금처럼 5년 단임제를 그대로 유지했으면 좋겠다.

다만, 부통령이 너무 다음 대선만 신경 쓰거나 심지어 정치적 목적으로 대통령 탄핵에 가담할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대통령 유고시 대통령직을 부통령이 승계하게 되면, 그 부통령은 잔여 임기를 마친 다음에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는 출마하지 못하게 하는 제한 정도는 두었으면 한다. 권한대행격인 대통령 한 번 했다고 온전한 임기의 대통령에 영영 출마하지 못하는 것은 억울할 수도 있겠으니 임기 마친 직후에 열리는 대선에만 못 나오고 그 다음엔 나올 수 있게하는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끝으로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필자는 대통령 박근혜가 탄핵되어 조기 대선이 금년 상반기에 열리게 된다면 그 전에 개헌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며, 이런 부통령제 도입과 같은 개헌은 차기 정부 초기에 논의했으면 한다.

어떤가 이 정도의 부통령제가 도입된다면 제2의 황교안의 출현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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