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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인터뷰] 안희정은 진보·보수의 경계를 뛰어넘겠다고 말한다

  • 허완
  • 입력 2017.02.03 09:14
  • 수정 2017.02.03 15:10

희정 충청남도 도지사는 "언제나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으로 자신을 비유한 적이 있다. 밥. 흰쌀밥. 그가 덧붙인 설명은 이랬다.

"우리 모두에게 신뢰와 정의라는 자산을 지켜줘야 되는 우리의 공기 같은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것이 저의 정치에 대한 생각입니다. (...) 특별식으로 다른 걸 먹을 수 있지만 밥이 만약에 질리면 우리가 어떻게 살겠습니까?"

그건 꽤 그럴듯한 비유였다. 촛불이 활활 타오르는데 그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또 달거나 맵지도 않았다. '사이다'와는 영 거리가 멀어보였다. 열성적 환호도, 극렬한 비난도 없었다. 경쟁자가 한꺼번에 지지율 10%p를 끌어올릴 때 그는 지지율 5%에서 맴돌았다.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게 한 달 반쯤 전이었다.

'밥심' 덕분이었을까. "공짜밥"이라는 표현 때문에 "구태 보수세력"이라는 말을 들었고, 복지를 타이타닉 구명정에 비유한 것도 논란이 됐지만 지지율은 오히려 반대로 흘렀다. 그는 지지율 2위를 넘보는 유력 주자로 뛰어올랐다. 언론의 주목도도 높아졌다. 갈 곳 잃은 표심이 안희정을 눈 여겨 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겨울바람이 차던 1월 마지막 날, 허핑턴포스트는 "직업정치인" 안희정을 만났다. 뜨거운 이슈인 복지, 재벌개혁, 일자리 문제 등을 다뤘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반값등록금을 약속하는 정치인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고, "정치가 과잉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세금으로 일자리 몇 개 만드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하냐"고도 했다.

가장 많이 쓴 단어 중 하나는 '민주주의'였다. 속이 후련할 만한 대답이나 달콤한 약속은 드물었다. 대신 우직하게 밥숟가락을 밀어 넣듯 대화와 타협에 대해 말했다. "'저를 뽑아주면 제가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는 얘기를 저는 못한다"고 했다. 대신 그는 "진보·보수의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그의 '중도·통합' 전략에는 가능성과 위험이 따른다. 경쟁자가 갖지 못한 확장성을 얻는 대신 '정체가 뭐냐'는 의심을 진보·보수 양쪽에서 받을 수 있다. 본선 경쟁력을 키울 수는 있어도 정작 당내 경선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그는 스스로 "전통적인 여야와 정당의 지지기반으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주 짧은 상념에 잠겼고, 때때로 목소리를 높였다. 더러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간혹 대답은 장황했으나 표정은 변화무쌍했다. 다음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손미나 편집인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인터뷰 전문이다.

정치

손미나 : ‘정권교체 이상의 새로운 정치’라는 표현을 계속 쓰고 계시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이루지 못했던 부분들을 완성해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로 쓰고 또 새로운 대한민국을 제시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안희정 :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이라는 정의가 이 사회에서 그대로 통용되는 나라가 될 겁니다. 또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예술인들이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블랙리스트 작성하는 나라는 이제 면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주장을 좀 세게 하는 기자를 회사에서 쫓아내는 나라는 이제 끝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자기의 정치적 견해나 기본권 때문에 밥자리를 위협받거나 먹고사는 문제를 위협받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죠.

인류 역사에서 표현을 하면 그렇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의 그 가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뭐라고 표현 하냐면 민주주의의 나라라고 얘기합니다. 근데 우리가 지금 민주주의의 나라가 아직 아닌 겁니다. 민주주의의 나라라고 얘기는 해놓고 다들 정치하시는 분은 자기들이 총통이나 군주인 것처럼 그렇게 나라를 끌고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나라를 잘 만드는 일, 이게 직업정치인 저의 직업적 소명입니다.

손미나 : 정치인의 꿈은 언제부터 갖게 되셨어요? 그리고 어떤 계기였나요?

안희정 : 정치가 우리 사회적인 어떤 정의, 개인의 이익을 뛰어넘는 사회적 정의에 대한 것이라면 저는 좀 어렸을 때부터 좀 유별났습니다.

손미나 : 어떤 면에서 그랬죠?

안희정 : 예를 들면 같이 학교 수업을 하다가도 수업시간에 어떤 아이들이 너무 떠들면 우리 모두가 같이 수업을 들어야 되는 그 공익이 해쳐지는 거 아녜요.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러면 나는 그럴 때 우리 모두의 공익을 위해서 좀 그 친구가 자제해주기를 요청했죠.

그리고 또 초등학교 때면 늘 신학기가 되면, 봄방학 끝나고 신학기가 시작되지 않습니까. 그 신학기 풍경은 뭐냐면 봄방학 때 이미 책상을 뒤에다가 죄다 밀어놔서 마룻바닥에 그냥 아이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그런 분위깁니다. 그럴 때면 ‘야 우리 선생님 오기 전에 우리끼리 청소해놓고 책상 열 지어서 줄 맞춰놓고 우리끼리 앉아서 기다리자’. 그래서 같이 청소하고 열 맞춰놓고 앉아서 기다리곤 했어요.

손미나 : 리더셨네요?

안희정 : 모르겠어요. 쉽게 말하면 나서기를 좋아했던 거죠. 나서기를 좋아했는데, 그 나서려고 했던 것은 우리가 그렇게 ‘원 오브 뎀’으로 다들 웅성거리고 있기보다는 한 반, 한 공간에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뭔가 질서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왜냐면 그 상태로 담임선생님이 오면 우리 모두 ‘으이구 이 자식들아’ 이러면서 듣기 싫은 소리를 들어야 되는 거죠. ‘그 청소라도 좀 해놓고 인마 창문도 열고’ 이런 소리를. 그런 소리 듣기 싫었어요.

모두가 넓은 의미의 정치죠. 자기의 프라이버시라는 공간 내에서 퍼블릭이라는 공간으로 나아가서 관계맺기를 적극적으로 하고, 그 퍼블릭이라는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우리 모두의 공익이라는 가치를 늘 따지려고 그랬던 고민. 이게 정치인의 덕목이거든요. 그러므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는 그런 끼와 자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손미나 : ‘어떤 면이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리더로서 적합한 면이라고 느끼시냐’ 이렇게 질문 드리려고 했는데 어쩌면 바로 이런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었던 성향, 그런 걸까요?

안희정 : 이건 약간 좀 천성 같습니다. 제 아내가 저한테 늘 평생 잔소리하는 걸 보면 제가 못 고치는 영역이 있어요. ‘굳이 뭐 당신이 안 나서도 되는데’ 하는 대목이에요. 그런 거 보면 그건 천성 같습니다. 근데 그것도 제가 부여받은 어떤 탈렌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래잘하는 친구 보면 저는 그렇게 부럽거든요.

손미나 : 노래는 잘 못하세요?

안희정 : 못해요 저는. 예를 들면 사람은 다 그 탈렌트들이 있는데 저는 직업정치인으로서의 직업, 정치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의 관계맺기, 그 관계맺기를 통해서 우리 모두의 공익을 자꾸 따지려고 하는 그 정의감. 이런 것들은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형성되어온 어떤 저의 직업적 탈렌트가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요즘 가끔 해봅니다.

손미나 : 지금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막상 경선이 시작되면 뒤바뀔 것이라고 굉장히 자신감 있게 말씀하시는 걸 봤어요.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확실하게 알고 있고 거기에 부응할 수 있다’고 자신하시는 걸로 들렸거든요. 2017년의 대한민국의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과연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안희정 : 새로운 정치입니다. 2002년도에도 노무현 대통령을 밀어서 대통령까지 만들었던 국민입니다. 왜. 기성 정치인이랑은 좀 달랐거든. 2012년도에도 안철수씨를 밀어서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정치가 좀 바뀌기를 바라는 겁니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그 욕구는 늘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지금 새로운 정치를 향해서 도전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기존에 낡은 여야 진보·보수라는 어떤 구조를 가지고 문제를 풀지 않습니다. 지금 사드라거나 안보·외교·통일의 현안을 볼 때도 전통적 진보·보수의 진영논리를 가지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분단되어 있는 이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5천만명의 안전과 이익의 길이 지금 어떻게 움직이는 것인지 만을 가지고 판단합니다. 기존의 여·야처럼 전혀 다른 두 개의 대한민국을 보는 게 아니라, 똑같이 5천만명의 이익을 위해서 둘 다 경쟁을 하는데 다만 방법이 다른 것이어야 합니다. 기존에 우리가 봐왔던 정치는 두 개의 나라였습니다. 진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이 있고, 보수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화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 정치로는 민주주의를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더 좋은 나라를 위해서 경쟁을 하는 것이고 그 경쟁 속에서 우리는 견해가 조금 다를 뿐입니다.

[동영상] 안희정은 진보·보수의 경계를 뛰어넘겠다고 말한다

손미나 : 이게 너무 이상적인 얘기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한 편에 서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안희정 : 제가 말하는 통합이 여도 없고 야당도 없고 진보도 없고 보수도 없고 그냥 다 무시해서 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인류역사 전체를 보더라도 플러스마이너스 전극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리는 두 가지 태도를 갖게 됩니다. 하나는 우리가 연대하고 협력의 관계를 좀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인 연대의 가치와, 또 인간은 원래 불평등하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살야아 한다는 휴머니즘이나 박애·연대의 정신의 가치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미국으로 치면 아들 부시 대통령이 얘기했던 것처럼 소유권자의 시민권을 중심으로 자기 책임성을 강조하는 태도가 있습니다. 근데 이건 우리 마음에도 있습니다.

이렇게 자빠지면 나 스스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자기 독립의 정신이 하나 있고, 우리는 부족하기 때문에 함께 도와가며 살아야 된다는 정신이 있습니다. 이것이 인류역사에서는 플러스마이너스 극처럼 늘 작동하고 있는 원점입니다. 이 원점이 진보와 보수라는 견해 차이를 만들게 돼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그런데 문제는 이제까지의 정치는 내가 선이기 때문에 상대를 싹쓸이를 해버리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그런 정의관의 정치를 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민주주의는 그건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너도 옳고 나도 옳을 수 있다는 다양성과 다원주의적인 상대주의 진리관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정의고 저 놈은 악이다! 무찌르자!’ 이게 혁명의 시대의 진리관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정착되려면 우리는 서로 다른 견해라는 사실로서 상대주의적 진리관, 즉 진리는 두 개 이상이라는 태도를 가져야만 대화가 가능합니다. 제가 말하는 통합이라는 것은 바로 이 민주주의의 규칙과 제도의 통합을 얘기하는 겁니다. 두 개의 다른 견해를 완전히 짬뽕으로 섞어서 하나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민주주의만이 국가의 분열과 공동체의 균열을 극복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우리 모두가 좀 더 많은 기회와 번영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만들어내는 정치. 그게 민주주의 정치이고 제가 말하는 새로운 정치입니다.

손미나 : 리더 한 사람의 철학만으로는 그런 ‘새로운 정치’가 어렵지 않을까요?

안희정 : 민주주의 헌법대로 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대통령에 도전을 하면서도 ‘저를 뽑아주면 제가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는 얘기를 저는 못합니다. 왜냐면 의회에서 법과 제도를 통해서 타협해야 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다만 저는 국가를 민주주의와 분단된 상황을 좀 더 평화와 대화로, 또 한일관계는 이렇게,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임금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복지는 근로와 연계시켜서 사회적 절대 약자를 중심으로 복지재정을 우선 펴나가겠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방향을 얘기하는 겁니다. 우리가 대통령 선거를 하면서 옛날처럼 총통을 뽑아서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거의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약속을 주고받는 선거를 안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면 정치가 망합니다.

두 번째로는 우리가 민주주의적으로 통합하고 단결한다는 것은 어떤 인격의 승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누가 누구의 인격에 승복합니까. ‘내가 좀 더 고매하고 내공이 깊으니까 넌 나를 따라야 돼’. 이건 옛날 얘깁니다. 우리가 승복해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 절차와 규정, 과정에 대한 승복이지 인격에 대한 승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은 대한민국이 정치적으로 그렇게 안 돌아가고 있거든요. 대통령은 의회의 다수파와 대화를 하고 타협해야 합니다. 파트너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봤던 대통령은 뭡니까. ‘대통령이 알아서 끌고 가야되는데 집권여당이 감히 대통령한테 대들어? 그럼 유승민(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그냥 바꿔버려. 야당은 맨날 발목만 잡기만 해’. 이런… 그럼 이걸 어쩌라고요 그렇게 하면.

총리는 국회에서 인준 받게 돼있습니다. 현재 헌법이. 의회의 과반을 점하는 다수파한테 총리 추천권이 있다고 봐야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석을 해야죠. 그런데 ‘내가 대통령이 돼서 새로운 대통령으로 나라를 이끌어 볼 테니까 의회가 협조를 해주셔야 됩니다. 국민여러분 의회가 협조를 안 하네요?’ 이렇게 얘기를 하면 어떻게 헌법이 작동합니까.

대통령이라는 직접 선출되어진 행정부의 리더와 의회 권력이 총리와 내각을 중심으로 타협하라는 얘깁니다. 이 헌법이 작동하려면. 좋은 민주주의 리더십으로 대화를 이끌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기본. 우리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 갖는 호의가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저 사람은 뭔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고집불통은 아닌 것 같아.’ 이건 민주주의 지도자로서 당연히 있어야 될 덕목입니다.

또 다수결제도를 폭력으로 쓰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다수파야. 니들은 나한테 꿇어’. 그럼 소수파가 극렬 저항하기 때문에 의회제도는 금방 망가져버립니다. 현재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정치 리더들이 제대로 이행을 안 하고 있는 겁니다. 이것을 제대로 이행을 해서 민주주의 국가운영의 좋은 모범을 제가 보여드리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어깃장을 놓고 자꾸 재 뿌리려고 하는 사람들도 또 있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쉽지 않지만 제가 지금 지방정부, 충청남도에서 7년 동안 (도지사로 일하고 있는데) 이 충청남도는 (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을 한 번도 찍어보지 않은 곳입니다. 30대 11입니다 도 의회가. 처음에 제가 출발할 때는 42대 2였습니다. 그런 극단적인 여소야대 지방의회에서도 어떻든 간에 대화를 통해서 다 문제를 풀어왔습니다. 제가 지방정부를 이끌었던 것처럼 대한민국을 이끌면 훨씬 생산적인 정치가 됩니다.

손미나 : 리더를 만드는 건 주변의 참모들이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또 최근에 굉장히 국민들이 많이 느끼고 있죠. 그래서 주변의 참모들을 어떻게 고르시는지, 어떤 분들이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안희정 : 사람은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은 신뢰와 사랑으로 만나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깁니다. 이윤만을 가지고 만나는 동업관계는 반드시 깨집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신뢰, 상대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있기 때문에 사회관계가 형성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과 사람들이 만났을 때 서로 진실과 신뢰와 사랑으로 만나야 합니다. 그게 기본입니다. 그게 기본이고. 그리고나서 쓰임과 실용, 이익이 덧붙여져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는 것. 좋으니까 만난 거죠.

예를 들면 이런 거죠.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정치는 대통령 출마 하려고 일일이 전화하고 형님 아우님 관계를 맺어서 그 인연 속에서 나를 지지하게 만듭니다. 그걸 정치라고 말합니다. 제가 볼 때 그건 낡은 정치입니다.

차기 정부는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우리가 똑같이 가지고 있는 겁니다. 저 안희정만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다음 정부를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똑같습니다. 다만 제가 직업정치인이기 때문에 저는 ‘제가 나서보겠습니다’ 하고 나간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각각의 자발성을 가지고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정치를 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원칙입니다. 그것을 인간관계의 인연으로 엮지 않겠다. 오로지 나의 정치적인 목표와 비전과 공익적 가치를 놓고 공화국의 시민들이, 당원들이 나를 평가하게 하자는 겁니다. 물론 저도 잘 어울리고 잘 놉니다. 잘 노는데 (웃음)… 저는 그걸 잘 안 섞는 편입니다.

경제

손미나 : 출마선언문에서 새로운 경제정책은 따로 내놓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안희정 : 따로 내놓지 않겠다는 것은 따로 신조어를 만들지 않겠다는 겁니다. 표지갈이를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책 내용은 똑같은데 표지갈이를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1987년부터 현재까지 30년 동안 대한민국 정부가 시도하거나 헤매왔던 그 정책을 모두 모아서 세 가지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이 경제적 성장과 번영과 더 좋은 경제의 미래는 세 가지입니다. 개방통상국가로 가야합니다. 두 번째로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가야합니다. 세 번째로는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려면 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더 확고히 만들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대한민국이 지금 펴고 있는 모든 경제산업 정책의 지난 30년간의 골자입니다. 여기다가 갑자기 제목 바꾼다고 그래서 새로운 정책이 되는 게 아닙니다.

손미나 : 오히려 그게 더 현실적이지 않다?

안희정 : 네. 30년 동안 이미 나왔던 내용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 더 집어넣는다면 정치와 정부가 나서야 될 일이 있고, 나서지 말아야 될 일이 있습니다. 농사를 지을 때 부지런한 농부가 작물을 죽인다고 그랬습니다. 심어놓고 ‘아이고 이거 왜 안 나와?’ 하고 또 물 뿌리고 물 뿌리고. 그러면 씨 썩어 죽습니다. 즉, 정부와 정치가 이제까지 박정희식 국가주도형 발전모델만 맨날 보고 배워가지고 모든 것을 정부가 하려고 그럽니다. 정부의 역할을 제 위치 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다양한 형태의 도전에 직면해있습니다. 지금까지 신발 만들어 팔고, 가발 만들어 팔고, 그 다음에 조금 지나서는 기계공업 쪽 팔고, 핸드폰 만들고 자동차 만들고 배 만들어 팔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장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다른 시도를 해야 하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한류라는 문화적 콘텐츠를 통해서 많은 시장을 열고 있고, 의료서비스, 교육시장의 서비스, 또 금융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다양한 산업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쪽으로 가야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다른 형태의 교육정책을 통해서 그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야 합니다. 개방통상국가 전략이 가야 할 길입니다.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일자리 문제. 그건 기업인들이 해왔던 일입니다. 사업으로 성공한 친구들을 보면 그 친구들은 기업가 정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업가 정신도 상업가적 마인드가 있고, 제조업적 기업가의 마인드가 있고, 신산업에 대한 기업가 마인드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가 마인드와 다양한 형태의 기업가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기업가들이 왜 지금 투자를 못하고 일자리가 안 늘어납니까. 첫 번째는 안철수씨가 얘기했던 것처럼 ‘삼성 동물원’, ‘LG 동물원’ 같은 내부거래망 바깥에서 기업가들이 성공할 길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도전을 못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옛날처럼 물건 싸게 얼른 떼다가 파는 이런 무역가지고는 이제 안 되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에 입각한 새로운 산업과 상품, 서비스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새로운 형태의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과학기술이 우리의 먹거리를 만들어줘야 되는데 현재 국내에 있는 대학과 국내에 있는 많은 국책연구기관이 이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과학기술을 만들어 냈느냐. 못 만듭니다. 이 문제를 풀라고 하는 것이 혁신주도형 경제발전 전략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너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경우가 많고, 꼭 손을 대야 될 데는 또 손을 너무 안 대버려서 문제가 됐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같은 경우는 60억 재산 상속받아서 8조원 재산 되면 안 되는 거죠. 형식적 논리야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가 됐지만 그걸 상식으로 봤을 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얘기지 그럴 어떻게 사람들한테 정의롭다고 얘기합니까. 정부가 정위치를 좀 잡아야 합니다.

재벌개혁

손미나 : 거의 모든 후보가 재벌개혁을 이야기 하는데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안희정이 말하는 재벌개혁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안희정 : 현실적으로 이런 어려움은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현재까지의 경제적 성장이라고 하는 이 골간구조에 재벌이라고 하는 아주 나쁜 그 독소가 너무 밀착돼있습니다. 이 수술이 쉽지가 않습니다. 많은 산업 구조조정과 일자리 문제에 많은 영향을 줘버립니다. 그것 때문에 사실상은 대마불사라는 이름으로 지금 버티기를 하는 것도 있습니다.

현재 재벌경영의 가장 핵심 문제는 뭐냐면 누가 편법상속을 통해서 부자가 됐다는 부정의함도 있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겁니다. 선단식 경영을 해서 그 그룹에 들어가면 빵집이든 뭐든 다 자기들 내부거래로 해서 다 먹고 살잖아요. 여기는 이제 금수저고 나머지는 흙수저가 되는 세상을 만든 거 아녜요. 그렇기 때문에 이 불공정한 시장경쟁 구조, 불공정한 경쟁구조를 깨는 것이 재벌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이유.

새로운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나 독점방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제도들을 공정하게 운영해야 합니다. 또 금산법이라든지 상호출자나 순환출자 규제 같은 것들을 손질해야 하고요. 중소기업에 대한 인력·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도를 신설하거나 기존 제도를 엄격한 운영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걸 통해서 실질적으로 이 불공정한 산업 생태계와 시장의 불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잡아주는 게 우리가 말하는 재벌개혁의 핵심목표입니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해서 서로 그런 오해를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사람은 재벌 편인가봐’. 재벌 편이라고 부르지 말고요, 한쪽 사람은 ‘이거 잘못 꺼냈다가는 외과 수술로 치면 환자가 너무 위험할 것 같아’라고 판단하는 것이고, 한쪽에서는 ‘과감하게 때려야 돼’라고 하는 이런 정도의 차이인 것이지, 이걸 치료하지 말자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너무 단순하게 해서 누구를 삼성 편이다 재벌 편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상대를 비난해서 상대를 고립시키는 데는 효과적인 논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를 푸는 데는 전혀 유효하지 못한 대화법입니다.

[동영상]'삼성 장학생'이라는 꼬리표에 대한 대답

손미나 : 인터넷에서 떠도는 얘기들을 혹시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참여정부가 삼성과 관계가 굉장히 깊었다는 얘기들도 그렇고, 안희정 도지사가 ‘삼성 장학생’이라는 그런 댓글도 봤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 혹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안희정 : 허… 제가 뭐 그걸 뭐라고 얘기할까요. 내가 삼성 장학생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얘기하나 모르겠어요. (웃음)

손미나 : (웃음)

안희정 : 아… 2002년 대선 때 각 대기업들로부터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걸 겁니다. 그리고 그런 정치자금이라는 것은 내가 살림을 살았던 최종 책임자였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제가 누구랑 친해서 돈을 받은 게 아니라. 그래서 그건 좀 악의적인 어떤 그… 하여튼 그건 너무 뭔가를 단순화시켜서 누구를 비난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 때문에 그런 걸 겁니다.

그리고 삼성도 삼성이나 현대도 우리가 좋은 세계적 기업으로 계속해서 육성하고 키워야 될 국민의 기업입니다. 그들의 내부거래나 독점적 지위를 어떻게 개선시킬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지, ‘타도 삼성’, ‘타도 현대’가 목표가 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래서… 그… 참여정부 때 좀 더 확실한 재벌개혁을 원했던 분들이 본다면 왜 해체수준으로 저걸 좀 대하지 못했을까, 왜 손을 대지 못했을까 이렇게 얘기하시는데. 그러나 그것도 국민들과 여론이, 또 시대적인 어떤 역량이 받쳐주는 만큼 가게 돼있는 겁니다. 대통령이 무소불위로 그렇게 휘두를 수 있는 그런 나라는 아닙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이러한 불공정한 대한민국의 산업생태계를 고쳐야 된다고 얘기하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도 국회 청문회에 안 나올 수가 없는 것이고 특검에 불려나가지 않을 수 없는 거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로 얘기해보면, 만약에 비슷한 조치를 취하려고 했으면 ‘경제도 어려운데 뭔 얘기냐’고 하면서 아주 난리가 났을 겁니다. 우리 시민들의 의식들이 그만큼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발전된 시민들의 의식들과 민주주의 역량이 우리 시장의 민주주의를 만들어 내는 데 역시 가장 중요한 힘입니다. 그런 쪽으로 갈 겁니다. 네.

복지

손미나 : 다른 후보자들이 했던 복지 공약을 놓고 ‘시혜적 정책이다’, ‘포퓰리즘이다’ 이렇게 말씀하셨고, ‘공짜밥’이라는 표현 때문에 논란도 있었습니다. 복지를 시혜가 아니라 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하는 쪽으로 진행되어 온 사회적 합의의 흐름과 반대로 가고 계신 건 아닌가요?

안희정 : 제가 어느 대학에 가서 대학생들이랑 강의할 때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과 무상 대학등록금에 대한 얘기를 저한테 어떤 정책이 있느냐고 묻습디다. 그래서 대학생 친구들한테 그랬습니다. 지금 나라의 형편으로 봤을 때 노동능력을 상실한 고령화시대에 너희들 할아버지를 보살피는 일이 내가 볼 때는 가장 중요하고. 두 번째로는 절대적으로 자기 근로능력이 없는 영유아와 아이들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단다. 그리고 그 다음이 근로능력을, 경제활동능력을 상실한 장애인들을 돕는 거다. 타이타닉호에 구명보트 타는 순서대로 좀 가야 된다. 이 분들을 태우기에도 지금 구명보트가 부족하다 지금 대한민국이.

근데 정치인들이 선거 앞둬놓고 니들 앞에 와서 반값등록금 얘기하는 거 나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정치 그렇게 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난. 그러니까 아이들아 정말 미안하다, 나는 좀 더 좋은 대학과 대학 정책을 만들고 싶지만, 현재 국가재정의 우선순위를 봤을 때는 내가 당장 너희들한테 이 약속을 못하는 걸 이해해다오. 대신 너희들이 학자금 융자받은 것이 너무 이자가 이자를 낳아가지고 나중에 사회생활 할 때 너무 큰 빚이 되는 일은 막아보려고 2차 보증만큼은 좀 할게. 근데 너희들이 조금만 더 버텨줘. 우리 부모님 세대는 너무 지금 힘들어. 우리들한테 우리 키우느라고 이미 죄다 다 줘버렸고. …(눈시울 붉어짐) 시골에 있는 어머니 아버지 생각하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서. 제 부모님 말고 보통, 우리 어머님 아버님들 다. 제 부모님 말고.

[동영상]'반값 등록금'을 약속 못하겠다고 말하는 이유

하여튼 그거 순서를 좀 (정해서) 재정을 짜야 되는데 그 재정도, 지금 그 재정소모도 굉장해요. 그러니 여기다 놓고 무상이니 뭐니 얘기하는 건 나는 솔직히 좀 이해가 안 가요.

복지정책은 제가 볼 때는 딱 세 가지에요. 하나는 공동체의 인간의 도리라는 거예요. 옆집에서 굶어죽는데 나 혼자 먹고사는 거, 인간 아니에요. 이 공동체에 인간의 의리를 다 하는 일이에요. 근데 근로능력을 상실해있거나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우선 써야죠.

지금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도 0세부터 5세까지 보육과정에 대한 국가책임이 더 확실한 일이라고 봐요. 가장 우수한 선생님이 가장 안정적으로 봐줘야 될 과정이 보육과정이라고 봐요. 오히려 대학교 박사님들이 보육과정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재가 유일한 재산이라면서요 다들. 바로 그 때란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기초임금에도 허덕이는 어린이집 선생님들한테 대우도 제대로 안 해줘, 신분도 불안해, CCTV 만들어서 애들 학대하지 말라고 감시하는 게 이게 어린이정책이냐고요.

복지정책은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의 의리와 의무를 다하는 것, 윤리와 도덕과 의무에 관련된 문제에요. 이게 복지에요. 적극적 재분배와 경제순환으로서의 복지정책이 기본소득 이런 거예요. 기본소득은 나쁘다 좋다, 제도적으로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순서로 볼 때 (기본적인 공동체의 의무를 다하는 게) 더 급하다고 강조하고 있을 뿐이에요.

저는 그래서 무상급식이라는 단어 안 썼어요. 왜 무상급식이에요 그게. 국가의 교육 의무를 하자는 건데. 근데 그 국가의 교육의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돈을 쓰는 순서로 봤을 때 제가 볼 땐 보육이 더 먼저라는 거죠. 이걸 정치적 이슈를 딱 잡아서 지지를 확산시켜내는 정치적 수단으로서 (활용하는) 복지 논쟁을 덜 하자고 주장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하면 좋은 정치 만들기 어려워요. 그래서 이 원칙만 가지고 얘기하는 거예요. 당연히 이 원칙은 이런 순서로 가야되는 거 아니겠어요. 근로능력과 연계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일자리를 주고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는 우리가 책임지고 가자. 그랬을 때 현재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은 노인복지 노인에 대한 문제, 아동과 보육에 대한 문제, 장애인에 대한 문제다.

손미나 : 그게 우선이다?

안희정 :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근로능력이 있는 분들께는 그들에게 어떻게 일자리를 얻을 것인가에 연계해서 복지정책을 쓰는 게 중요하고, 현재 있는 4대보험 제도의 급여율을 어떻게 높여줄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고용보험 들었는데 실업자 되고났는데 실업급여가 나오는 게 4인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초생활 도시평균 생활임금에도 못 미치게 실업급여가 나온다면 그 고용보험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거죠. 그러면 기존에 있는 그 고용보험 제도를 어떻게 할 건지를 먼저 논의를 해야죠. 그러니까 이런 기존의 제도에 대한 정비를 얘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자습서만 사와요 막. 학생으로 치면 계속 새로운 자습서만 사다놓고 새로 공부하자고 그래요. 정치와 선거라는 공간 내에서 정치가 지금 과잉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이게) 30년 정당정치인 직업정치인 안희정의 주장입니다.

일자리

손미나 : 일자리 얘기를 좀 해보죠. 일자리가 부족하고 특히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문제도 굉장히 심각한데요.

안희정 : 일자리가 지금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내가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은, 아까 말한 대로 이 불공정한 산업생태계에서 가고 싶은 곳은 대기업 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공무원 밖에 없고. 그러니까 일자리 개수는 있어도 가고 싶은 일자리는 없는 거죠. 경제민주화나 이런 걸 통해서 기존의 일자리를 가고 싶은 일자리로 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근데 이 정책이 굉장히 복잡합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규칙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을 실질적으로 시행하는 일. 그런데 정부 분야에서 무슨 행정규칙 만든다고 해서 이게 시행이 안 됩니다.

또 노동시장에서의 시장원리라는 게 뭡니까. 수요와 공급을 통해서만 가격이 결정되는 건 아닙니다. 노동조합이나 사용자 간 사회적 타협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산업의 수직계열구조를 예로 들어보죠. 독일 자동차기업 하청 중소기업의 이윤구조와 한국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의 이윤구조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는 본사가 갑 중의 갑입니다. 독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은 오랫동안 이어진 그들의 민주화 투쟁과 노동조합의 투쟁의 결과인 겁니다. 이건 당장 제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고치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향으로 가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한 것이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양극화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는 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인(in)서울’이 아니면 루저가 되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입니다. 이건 600년 된 전통입니다. 심지어 정약용 선생님도 유배지에서 자기 아들들한테 절대로 니들 한양 떠나면 안 된다고 편지를 씁니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사람은 태어나면 한양으로. 이 인서울이라는 패권질서가 우리 모두를 다 골병들게 하고 있는 겁니다. 지역 내에 있는 많은 중소기업과 지역도시의 가장 문제는 인력을 찾기 어렵다는 겁니다. 임금격차도 임금격차지만 인서울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사회적 패권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구조를 깨줘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자치분권 국가로 빨리 가자, 왜 자꾸 중앙정부가 다 틀어쥐고 있냐, 지방정부에게 권한을 줘라, 이렇게 얘기하는 겁니다. 인서울이 아니면 루저가 되는 이 600년 패권질서를 깨줘야만 우리는 운동장을 넓게 쓸 수 있습니다. 일자리를 넓게 가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기업가들의 활동을 왕성하게 해줘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나서서 ‘내가 일자리 몇 개 만들게’. 세금 넣어가지고 일자리 몇 개 만드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합니까. 그게 우리가 말하는 일자립니까. 우리가 말하는 것은 시장과 경제의 흐름 속에서 많은 기업들의 도전과 투자가 만들어내는 일자리 아닙니까. 세금을 걷어서 만들어내는 그 자리는 국민들한테는 또 부담이기 때문에, 그것도 전혀 불필요한 정책은 아니지만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조치들이 더 필요합니다. 경제민주화, 혁신주도형, 노동시장에 대한 정비, 그리고 적극적인 M&A 한계기업 구조조정. 이를 통해서 기업가들이 새롭게 이 문제를 풀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사업을 하다가 망할 것 같다면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안 되기 때문에 끝내 붙들고 있다가 전부 다 망하는 겁니다. 이렇게 끝내 붙들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제도가 미비하고, 사회안전망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사업이 만들어지고 없어지더라도 기업가와 노동자들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순환적 경제생태계가 되어야만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에 활력이 생깁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복합적 정책을 통해서 일자리 확대를 위한 노력에 들어가야 합니다.

과학기술

손미나 : 앞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잠시 언급하셨는데요. 모두가 국가의 미래는 과학기술에 달렸다고 말씀들은 잘 하시는데 어떤 구체적인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되는지에 대해서 정치인들이 정말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안희정 :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재정을, 또 과학연구 실험 속에서의 기존의 각종 규제의 한계를 풀어주고 재정을 투자해주는 일일 겁니다. 근데 이명박 대통령 때 기초과학비즈니스 센터를 어디서 만들 거냐, 어디로 만들 거냐라는 논의를 하다가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연구자들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씀을 들으려고. 그 때 은퇴를 앞둔 어떤 여성 과학자가 간담회 다 끝난 뒤에 저한테 그러더군요. ‘있는 연구소나 제대로 운영하라고 하세요. 때마다 낙하산으로 사람 집어넣어서 2년 3년 만에 연구용역 결과 내라고 하는데 그 속에서 무슨 연구가 됩니까. 있는 연구소나 제대로 운영해달라고 해주세요’. 그러더라고요.

맞습니다. 창의나 연구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존중받아야 가능합니다. 과학계 스스로가 과학의 존중받고. 결과적으로 이 역시 민주주의입니다. 울산에 가면 참여정부 때 만들었던 울산과학기술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많은 학술지에 실리고 있는 좋은 연구가 나옵니다. 그 비결이 뭐냐고 총장님과 교수님들한테 여쭤봤더니 ‘그건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더라고요. 제가 그래서 다시 물어봤습니다. 실험 장비가 다른 겁니까. ‘아 그건 대강 비슷합니다’. 그럼 뭐가 다른 겁니까. ‘우리는 누구한테 간섭받지 않고 이 연구소를 어떻게 만들고 어떤 분야를 연구할지에 대해 결정합니다’. 쉽게 말하면 꼰대짓 좀 하지 말아야 돼요. 중앙권력이 끊임없이 사람 내려 보내고 보고서 내라고 하는 이런 방식으로는 과학기술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기초물리학 하자면서 2년 3년마다 결과를 내라고 할 수가 없어요.

어떤 분야든 그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과학계의 지도력을 존중해주는 것. 과학계의 민주주의적 리더십 형성을 지원하는 것. 그리고 그들의 학문과 연구의 자율을 보장해주는 것. 저는 이게 국가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소수자

손미나 : 여성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를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웃음) 사실 굉장히 남초현상이 심한 곳들을 거쳐 오셨잖아요.

안희정 : 한국사회에서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는 늘 항상 그렇게 교육받았죠. 특히 어렸을 때 ‘부엌 들어가면 안 된다. 꼬추 떨어진다’. 늘 어렸을 때 그렇게 배워왔는 걸요. 그러니까 저도 대한민국의 그런 남자 중심의 불평등구조 내에서 성장해왔던 것은 분명하죠.

손미나 : 가사노동을 하십니까?

안희정 : 하죠.

손미나 : 정말요? 어떤 거 하십니까? 담당이 뭐인가요?

안희정 : 제 원칙은… 제 원칙은 아내랑 결혼할 때도 그랬습니다. 하는 사람이 그냥 한다. (웃음) 근데 여유가 있는 사람이. 그 여유가 되고 할 수 있으면 늘 언제든지 합니다 뭐든지.

손미나 : 그래도 자기 본인의 주종목이 있잖아요. 뭐 요리를 잘 하신다던가 아니면은…

안희정 : 빨래, 청소, 옷장정리, 계절마다 옷 바꾸기, 뭐 그거 다 합니다.

손미나 : 그 옷정리가 좀 힘든 일이죠 사실.

안희정 : 예. 이제 겨울 지나고 봄 오면 이제 훅 집어다가 다시 봄 춘추복 내고 그것도 굉장히 큰 일이거든요. 세탁소 보낼 일은 세탁소 보내야 되고.

손미나 : 요리는 안 하십니까?

안희정 : 요리도 하죠.

손미나 : 어떤 게 제일 자신있으세요?

안희정 : 엊그제는 아들들 두 놈이 놀러와서, 설 다음날이구나. 뭐해먹을까 하다가 스파게티 해먹었어요.

손미나 : 직접 하셨어요?

안희정 : 네. 크림 스파게티랑 토마토…

손미나 : 맛이 괜찮다고 합니까?

안희정 : 제가 해주면 맛있습니다. 음. (웃음)

손미나 :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십니까?

안희정 :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민주주의자고 인간주의자입니다. 다만 여성주의를 통해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인간주의가 반쪽짜리 남자 중심의 인간주의였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을 뿐입니다. 여성학이라는, 여성주의라는 관점을 집어넣으니까 비로소 인간을 다시 보게됐다.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도 다시 보게 되더라. 정희진 선생님 같은 경우는 ‘남성의 패권적 질서로서의 국가권력’을 자주 얘기하시던데 딱 그겁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인 인식,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 이것들도 다 남성이라는 성적 반쪽짜리 창문에서 봤구나. 지금은 이제 와이드브라운관으로, 젠더라는 와이드 브라운관으로 지금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많은 의미에서 훨씬 더 사람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이해하는 폭이 예전보다 훨씬 넓어졌습니다.

[동영상]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

손미나 : 낙태수술 합법화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안희정 : 어려운 주제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주제입니다. 합법이라고 하는 건 법과 제도로 그 규칙을 정해야 되는 겁니다. 근데 그게 어렵습니다. 죽음의 영역을 어디다 둘 거냐. 아무리 봐도 이게 어렵습니다 사실은. (자궁에 착상되어 있는) 이 상태도 하나의 생명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건 생명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어떤 여성이 그러더군요. ‘그러면 니들이 애 낳으면 다 키워주든지. 그거 반대할 거면. 원치 않는 임신을 했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 결과적으로는 니들은 하나도 책임을 안 지면서 니들이 어떠한 책임도 안 지면서 나한테 왜 이 권리를 왜 막는데’. 그렇게 얘기하는 여성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것도 충분히 한 인격권으로서 할 수 있는 얘깁니다. 그런데 법과 제도를 통해서 뭔가를 만든다는 것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또한 매우 엄격하게 규제하거나 관리한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 경계선에서 제도화하기가 좀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저도 지금 얼른 답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손미나 : 미국이나 기타 다른 나라들에서 이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움직임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굉장히 민감하기도 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안희정 : 낙태 제도에서부터 이 동성결혼 제도까지 우리가 제도화시킨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그만큼 돼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사회적 합의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아직은. 제도화시킨다는 것은 공적인 영역에서의 제도를 만든다는 겁니다. 저는 어떤 경우든 프라이버시와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한 사회의 제도화가 될 때는 우리 모두의 규칙이기 때문에, 또 그게 약속이기 때문에 이 약속을 정하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 간에 합의하는 과정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동성애에 대해서 우리는 성적정체성과 개인적 선택권을 존중해야 하고, 그것을 인격적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제도화시키는 건 사회적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많은 합의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은 낙태나 동성결혼의 문제에 있어서 제도화 논의를 받아들이기 좀 어려울 겁니다.

손미나 : 그렇다 하더라도 앞으로도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리라 기대해도 되겠죠?

안희정 : 네. 인권의 영역에서 우리는 일체의 차별을 거부하고 차별을 반대해야 합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는 여성이든 아니면 성소수자든 그들이 차별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입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회 제도화는 또 다른 영역입니다. 많은 국민, 시민들의, 공화국 시민들의 사회적 관계로서 합의되어서 그 제도가 운영되어야 되는 거기 때문에 그건 그만큼 많은 설득 과정이 필요합니다.

안보/외교/통일

손미나 :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관계가 굉장히 악화됐습니다.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또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궁금합니다..

안희정 : 우선 북핵이 문제가 됩니다. 우선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화들을 좀 해야 합니다. 남북대화도 해야 하고, 북한과 미국도 대화를 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남북대화를 기초로 해법들을 만드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한반도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밟아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현재 국제사회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외에는 핵무기를 가지면 안 된다고 국제사회가 약속을 해버린 거 아닙니까. NPT( 핵확산금지조약)이라는 국제적인 규칙을 만들어 놓은 게 있고, 북한이 이 규칙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이 제재에 동참해줘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또 당사자이기 때문에 한걸음 더 나가서 대화를 해야 합니다. 대화를 해서 뭔가 탈출구를 찾아야죠. 맨날 이렇게 하고 있을 겁니까? 그런 과정을 통해서 결과적으로는 평화체제로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손미나 :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고 나서 벌써 많은 정책들에 손을 대고 있고 반발도 있습니다.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고요.

안희정 : 많은 나라들이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고립주의를 택해서 전 세계의 자유무역이나 교역, 그리고 다양한 지역적 갈등들이 증대되는 것 아닌가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열심히 싸울 겁니다. 그건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열심히 싸우는 여느 대통령들과는 달리 그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미국의 이익을 지키려 하는 것입니다. 우방국들에 대해 미국이 일방적 손해를 봐서 미국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는 많은 미국인들의 지지를 통해서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좀 더 노골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지키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충분히 대화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은 어떤 이념을 가지기 때문에, 그 사람은 어떤 신념을 가지기 때문에 위험해’.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선입견을 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직 정부가 해왔던 것처럼 해서는 미국의 이익이 안 지켜진다고 보고 있고, 그래서 자기가 생각하는 미국의 이익에 따라서 행동하려고 할 겁니다. 거기에 대해서 우리는 나름의 자료들을 가지고서 대화를 해야 할 겁니다. 그건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한 번 좀 풀어봅시다. 분명히 위기나 어려운 요소로서 작동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겁먹지 말자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손미나 : 세계 곳곳에서 계속 테러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서 우려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안희정 : 동서냉전의 큰 두목들이 대표적으로 싸움을 하던 시대가 90년대에 해체되고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테러 위협들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정신대로 우리가 노력하면 됩니다. 인류의 공영과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는 나라로 우리가 노선을 취하는 길만이 이 다양한 테러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길일 것입니다. 일체의 침략전쟁에 개입해서도 안 되고 일체의 패권적인 어떤 다툼에도 우리가 가담하면 안 됩니다. 헌법 전문의 정신대로 국가를 이끌 때라야만 우리가 이런 다양한 형태의 위험요소로부터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이끌 수 있다. 그것이 아마 가장 큰 원칙이 되지 않을까요?

손미나 :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질문 드리겠습니다. 앞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다양성을 언급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데요, 안희정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다양성은 무엇입니까?

안희정 : 생명의 본질이 다양성입니다. 생명에는 카피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성은 어떻게 보면 생명의 본질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 다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과거 청년기 때 혁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할 때는 ‘이 세상은 진실과 거짓 딱 두 개 밖에 없어’. 그랬습니다. 진실과 거짓. 그런데 87년 6·10 항쟁이 끝나고 1990년 20세기를 마감하면서 제가, 또 우리 모두가 인식했던 건 거짓과 진실, 선과 악의 개념보다는 우리 모두가 다양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공존의 가치로 사회적 관계와 국가체제를 만들까 하는 것이었죠. 이게 바로 민주주의의 과제입니다.

CREDITS

진행 : 손미나 편집인

비디오 에디터 : 이윤섭 윤인경

촬영·조명 : 이태안

사진 : 레스(less)

사진 어시스턴트 : 김선익 이우정

뉴스 에디터 : 허완 박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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