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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의 오늘 하루는 무척 기이했다

Former U.N. Secretary-General Ban Ki-moon speaks during his news conference in Seoul, South Korea January 31, 2017. REUTERS/Kim Hong-Ji
Former U.N. Secretary-General Ban Ki-moon speaks during his news conference in Seoul, South Korea January 31, 2017. REUTERS/Kim Hong-Ji ⓒKim Hong-Ji / Reuters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불출마 선언을 하던 시각,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는 ‘반기문 여의도 캠프 사무실’을 차리기 위한 사무실 공사가 한창이었다.

랜선을 깔아 기자실을 준비하고, 실내 인테리어도 틀을 갖춰 가는 중이었다. 그만큼 갑작스럽고도 예견하지 못한 불출마 선언이었던 셈이다. 반 전 총장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핵심 참모들조차 발표 전까지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오후 3시30분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내용은 3시10여분께 갑작스레 공지됐다. 그때만 해도 기자들 사이에선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 각 정당을 방문한 결과를 브리핑할 것”, “새로 꾸려지는 여의도 선거 캠프에서 일하게 될 영입 인사들의 면면 등을 발표하고 설명하는 자리일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그 누구도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이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전날에도 그의 참모들은 “일각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면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권력의지가 아주 강하다”라며 일축하는 상황이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국회 정론관에서도 그의 돌발적인 불출마 선언 발언이 나온 직후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취재진도 당황했으며, 기자회견을 마치고 반 전 총장이 탄 승용차는 사진기자들 사이에 가로막혀 10여분간 움직이지 못했다.

이날 하루 반 전 총장의 행보도 미스테리하긴 마찬가지다. 불출마 선언을 염두에 둔 행보가 전혀 아니었다. 그는 이날 오전 새누리당을 예방해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만났고, 바른정당을 찾아 정병국 대표 등을 만나 자리에서도 “협치·분권을 통해 온 국민의 걱정거리를 해소해야 한다. 제가 국민의 대통합과 화해 이런 걸 도모해야겠다”며 대권 도전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 등과 비공개 면담을 할 때도 반 전 총장은 ‘불출마’에 대한 기류나, 태도의 변화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정 대표 등이 “캠프에 자주 가지 마시라. 사람들은 후보 눈도장만 찍으려 하고, 그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들으면 판단의 근거가 흐려진다”고 조언하자, “잘 참고하겠다”며 평상시와 다름없는 응대를 했다고 한다. 불출마 선언 직전인 이날 오후 3시에도 반 전 총장은 아무런 일이 없듯이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예방했다.

전날에도 반 전 총장은 오후에 귀국 뒤 처음으로 별도의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해 “개헌을 위해 정치권이 모두 참여하는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하자”며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으며, 저녁엔 일부 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만찬 자리를 마련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정론관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돌아가며 ‘사퇴를 언제 마음먹었느냐’는 질문에 “오늘 오전에 혼자 결정했다”고 짧게 말한 뒤 입을 닫았다. 그를 따르는 참모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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