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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가 2017년의 사람들에게 전했을 법한 새해 인사 6가지

작년 12월은 여러 일이 벌어진 달이었다. 여느 해보다 가슴 아픈 일, 골치 아픈 일들이 많았다. 그래도 그 중 한 가지 위안 받을만한 점이 있었다. 다시 한 번 윤동주의 이름을 되새겨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2월 한 달 간 무한도전에선 '위대한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사와 힙합을 접목시킨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중 단연 돋보였던 노래는 황광희, 개코, 오혁이 윤동주를 주제로 부른 '당신의 밤'이었다. 이 노래는 호평을 받으며 각종 음원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아마 우리 마음 속 '부끄러움'과 '순수'의 상징이었던 윤동주의 시어가 새로운 목소리로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항상 결벽한 마음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글을 통해 숨김없이 표현했던 그가 지금의 우리를 만난다면 새해 인사로 어떤 시를 읊어줄까? 비록 상상이지만 그런 마음으로 읽어볼 만한 윤동주의 시를 가려 뽑아보았다. 설날이 지난 지 얼마 안 되었다. 새해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다시 한번 기회가 시작되었다. 이제 새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함께, 다들 새해 복 누리는 한 해가 되길.

1. 가족을 기다리는 이에게 : 이런 날

"사이좋은 정문의 두 돌기둥 끝에서/오색기와 태양기가 춤을 추는 날/금을 그은 지역의 아이들이 즐거워하다//아이들에게 하루의 건조한 학과로/해말간 권태가 깃들고/'모순' 두 자를 이해치 못하도록/머리가 단순하였구나//이런 날에는/잃어버린 완고하던 형을/부르고 싶다" (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저)

2. 밤늦게 고향에 돌아온 이에게 : 돌아와보는 밤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괴로롭은 일이옵니다/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 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어 꼭 세상 같은데/비를 맞고 오든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하로의 울분을 씻을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마음 속으로 흐르는 소리//이제,//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가옵니다."(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저)

3.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님에게 :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별이 아슬히 멀듯이,//어머님,/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내 이름자를 써 보고/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저)

4. 참회했으면 싶은 그 누군가에게 :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그때 그 젊은 나이에/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저)

5. 촛불집회에 같이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 눈 감고 간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밤이 어두웠는데/눈감고 가거라//가진 바 씨앗을/뿌리면서 가거라//발뿌리에 돌이 채이거든/감았던 눈을 왓작 떠라."(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저)

6. 새해 희망을 만들 우리 모두에게-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오늘도……/내일도……//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건너서 마을로"(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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