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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기 위해 수학을 사용한 사례 3가지

바야흐로 잠룡 승천의 해가 밝았다. 봄철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대선에 대비해 유력후보부터 군소후보까지 각양각색의 대권도전 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올바른 선거 방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 결선투표 실시, 18세 선거권 부여 여부 등이 그것이다. 조기 대선 시 이를 위한 법 개정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의 선거는 곤란하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만은 사실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위한 완벽한 선거방법은 존재할 수 있을까? 역사 속에서 이런 고민을 했던 사람이 우리만은 아니었다. 사실 이 문제는 수학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의 흥미를 끄는 과제였다. 그들이 연구 끝에 고안해냈던 몇 가지 선거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어쩌면 그 중 하나가 우리의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1. 다수결이 꼭 공정한 건 아니다 : 샤를 보르다

18세기 프랑스 장교 보르다는 '다수결'이 생각보다 불공정한 룰일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낸 인물이다. 후보자가 단 두 명일 때는 다수결이 공정하게 뜻을 반영하는 방법이지만, 3명 이상이 나왔을 때는 오히려 많은 이들의 뜻에 반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임을 입증해낸 것이다. 예를 들어 피터, 메리, 폴이 후보로 나왔을 때 피터가 21명 중 8명, 메리가 7명, 폴이 6명의 찬성표를 얻어 피터가 지도자가 되었다면 이는 민의를 잘 반영한 듯 보이지만, 만약 피터를 뽑은 8명을 제외한 나머지 13명이 모두 피터가 되느니 차라리 메리가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면(실제 투표에서 폴을 찍었던 사람조차 피터라는 최악보단 차라리 차선인 메리가 낫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앞선 투표의 결과는 사람들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보르다는 바로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일명 '보르다 투표법'을 고안해냈다. 모든 후보들에 대한 자신의 선호도에 순위를 매겨 일일이 점수를 적어 넣은 후, 이를 합산해 점수가 제일 높은 사람이 뽑히는 방식을 생각해냈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큰 문제점이 있었다. 후보가 한 명 더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순위 변동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쟁 후보를 집단적으로 맨 마지막 순위에 놓는 '전략적 투표'에 의해 민의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었다. 다수결의 문제점을 보완하려 했던 보르다의 방법은 아무도 1위로 생각하지 않았던 엉뚱한 후보를 당선시킬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보르다 투표법에서는 허수아비 후보를 출마시킴으로써 당선자를 바꿀 수 있다. 만약 후보자가 중간에 사퇴하거나,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투표를 앞두고 후보자가 죽을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하지만 보르다 투표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전략적 투표를 통해 선거결과가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책 '대통령을 위한 수학', 조지 슈피로 저)

2. '콩도르세의 역설' : 마리 장 앙투안 니콜라 드 콩도르세

프랑스 혁명기, 뛰어난 정치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콩도르세 역시 다수결 선거 제도가 가지는 결점을 보완하고자 했다. 그가 생각한 다수결 제도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콩도르세의 역설'이란 말로 요약된다. 예를 들어 철수가 초콜릿>사탕>설탕, 영희가 사탕>설탕>초콜릿, 민지가 설탕>초콜릿>사탕의 순으로 좋아한다고 했을 때, 모든 항목에 걸쳐 세 명 중 두 명이 다른 무엇보다 더 좋아하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사탕보다 초콜릿을, 초콜릿보다 설탕을, 또 설탕보다 사탕을 좋아하는 사람이 각각 2명씩 존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경우 세 명을 위해 세 개 중 무엇을 하나 골라야 할지 정할 수가 없게 된다.

콩도르세가 이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은 '양자대결'이었다. 여러 명의 후보가 나왔을 경우 둘씩 짝지어 그 중 한 명을 뽑게 만든 다음, 이 과정을 모두와 반복해 가장 많은 양자대결에서 승리한 사람을 최종 승자로 지목하도록 했다. 단 이 때 표차가 가장 적은 양자대결 결과를 계산에서 제외함으로써 콩도르세의 역설을 방지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쓰일 수 없었다. 만약 10명의 후보가 나올 경우, 유권자는 무려 45번의 양자대결에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이다. 게다가 이런 방법을 통해서도 앞서 든 철수, 영희, 민지의 사례처럼 세 가지 선택지가 양자대결에서 가지는 표차가 모두 똑같은 경우에는 무엇을 제외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여전히 콩도르세의 역설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콩도르세의 방식은 선호도가 떨어지는 후보를 확실히 배제하지만, 당선자가 반드시 배출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콩도르세가 제안한 이 방식은 매우 좋은 방법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왜 현실에서 이 방식을 활용하지 않는 것일까? 이 방식이 막상 활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더 큰 문제는 2개 이상의 모순된 결과가 동일한 득표수를 얻었을 경우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이 경우 모든 양자대결은 2대 1의 다수결과 결과가 도출됐다. 즉 3가지 결과 모두 표차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어떤 결과를 제외해야 모순이 사라질까?" (책 '대통령을 위한 수학', 조지 슈피로 저)

3. 과반수 선거이론 :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

라플라스 또한 올바른 선거 방식에 대해 고민했던 프랑스 수학자였다. 그는 보르다 투표법을 알고 있었고, 그 문제점 또한 인식하고 있었다. 그가 생각해낸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과반수 득표'에 의한 선출이었다. 단순한 다수결이 아닌, 반드시 과반 이상의 찬성에 의해 당선자를 결정하도록 하면 다수의 유권자들이 선출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봤다. 확실히 과반수 득표자는 콩도르세의 승자이자 곧 보르다 투표법의 당선자이기도 하다. 문제는 후보자가 3명 이상이 될 경우, 과반수 득표자가 생겨날 가능성이 현격하게 줄어든다는 점이었다.

선거 이론에 관해 중요한 족적을 남긴 이상의 세 인물을 모두 배출한 프랑스에서는 현재 세 가지 방법을 절충한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선거를 1,2차 투표로 나눠 1차에선 보르다 투표법처럼 각자의 선호도에 따라 투표하게 만들고, 그렇게 가려진 1, 2위를 2차 투표에서 다시 맞붙게 해 양자대결을 주장한 콩도르세의 방법과 과반수 득표를 주장한 라플라스의 방법을 모두 실행하고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완벽한 실행은 아니지만, 혁명을 통해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숙고의 과정을 거친 프랑스의 자부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말 부러운 건 사실 그 점이다. 이제 우리에게도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와 토론과 숙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현재 프랑스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는 라플라스가 제안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이런 방식으로 선출된 당선자는 자신이 보르다 투표법, 콩도르세의 선거방식, 그리고 라플라스의 과반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당선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을 거부한 유권자들의 숫자가 절반에 못 미친다는 점도 자부할 수 있다. 즉 2차 선거에서 오로지 한 명의 후보자와 맞붙었다는 사실은 이미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책 '대통령을 위한 수학', 조지 슈피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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