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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페더러가 나이 따위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입증했다

  • 박세회
  • 입력 2017.01.30 05:42
  • 수정 2017.01.30 05:45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17위·스위스)가 메이저 대회 남자단식 최다 우승 기록을 18회로 늘리며 우승했다. 1981년 생인 그는 한국 나이로 37세.

특히 페더러는 1986년생인 라파엘 나달에게 10년 만에 설욕하며,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진리를 깨닫게 했다. 페더러 뿐만이 아니다. 어제 우승한 여자 단식의 세레나 윌리엄스 역시 최고령 우승자의 타이틀을 갈아치웠다.

일단 어제 우승한 페더러의 이야기. 페더러는 그간 부상도 많았다. 무릎부상을 털고 코트에 복귀한 페더러는 2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천만 호주달러·약 440억원) 마지막 날 남자단식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9위·스페인)을 3-2(6-4 3-6 6-1 3-6 6-3)로 제압했다.

3시간 37분이 걸린 대접전이었다.

이날 페더러의 범실은 57개로 28개의 나달보다 훨씬 많았다.

또 범실 57개 가운데 포핸드 에러가 29개나 됐을 정도로 이날 페더러의 발목을 잡을 뻔했다.

결국 4세트까지 2-2로 맞선 페더러와 나달의 결승전은 5세트에서 승부가 갈렸다.

페더러의 몸은 긴 경기를 이겨내기에는 조금 낡았는지도 모른다. 4세트가 끝난 뒤 오른쪽 허벅지 근육 통증 때문에 메디컬 타임아웃을 써야 했다. 코트로 돌아온 페더러는 5세트 초반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주면서 게임스코어 1-3까지 끌려갔다.

나이가 5살이나 어린 나달이 체력적으로도 우위에 있기 때문에 경기 흐름이 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페더러의 놀라운 반격이 시작됐다. 페더러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킨 뒤 이어진 나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게임스코어 3-3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페더러는 이어진 세 게임마저 연달아 따내며 '황제의 부활'을 선언했다.

마지막 페더러의 포핸드 샷이 또 라인 밖으로 나간 듯했지만 나달의 챌린지 결과 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것으로 판정되면서 페더러의 승리가 확정됐다.

페더러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코트 위에서 마음껏 포효했다.

특히 2009년 이 대회 결승에서 나달에게 당한 2-3 패배를 8년 만에 되갚았다.28살 때 23살의 선수에게 당한 설욕을 36살에 갚은 것이다.

페더러가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나달을 꺾은 것은 2007년 윔블던 이후 올해가 10년 만이다. 그의 승리와 더불어 이번 호주 오픈에는 확연한 경향이 보인다.

그 전날(28일, 현지시간) 여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리나 윌리엄스(미국)와 페더러는 나란히 1981년에 태어난 선수들이고, 여자단식 준우승자는 심지어 세리나의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37·미국)였다.

30대 중반을 넘어서 이제는 '40을 바라본다'는 표현이 더 가깝게 느껴질 나이다.

남자단식 준우승자 라파엘 나달(스페인) 역시 1986년생으로 올해 30줄에 접어들었다.

남녀단식 4강에 오른 선수 8명으로 범위를 넓혀도 남자단식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6·불가리가), 여자단식 코코 밴더웨이(26·미국) 두 명만 20대 선수였다.

스탄 바브링카(32·스위스)와 미르야나 류치치 바로니(35·크로아티아)는 30을 넘긴 선수들이다.

워낙 많이 뛰어다녀야 하고,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테니스 종목의 특성상 30대 선수들은 점차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을 듣기 마련이다.

'테니스 전설'로 통하는 피트 샘프러스나 앤드리 애거시(이상 미국)도 31, 32세가 마지막 메이저 우승이었다.

여자 선수를 살펴봐도 '테니스 여제'로 통했던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30세에 은퇴했고 모니카 셀레스(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요즘 선수들과 10여년 전의 선수들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2015년 보도한 내용을 보면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 랭킹 200위 이내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7세 4개월이지만 100위 이내로 좁히면 27세 8개월, 다시 20위 안의 선수들만 따지면 29세로 오히려 평균 연령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20위 이내 선수 40%가 30세 이상 선수였다.

여자도 마찬가지로 200위 이내는 25세, 100위 이내는 25세 6개월로 나이가 많아지고 50위 이내는 26세 2개월, 20위 이내는 26세 6개월로 조사됐다. 50위 이내 10대 선수는 1명뿐이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번 대회에서 30대 선수들의 득세에 대해 "식이 요법이나 과학적인 훈련 등을 통해 나이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이 발달한 면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올해 호주오픈의 페더러, 윌리엄스의 우승을 아무렇지 않은 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특히 둘은 지난해 부진을 딛고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메이저 왕좌에 복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2년 윔블던을 끝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었던 페더러는 무릎 부상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에는 아예 대회에 나오지도 못했다.

11월에는 2002년 이후 14년 만에 세계 랭킹 1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윌리엄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연달아 패하면서 '절대 강자'의 위치가 흔들렸다.

급기야 9월 US오픈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안젤리크 케르버(독일)에게 세계 1위 자리까지 내줬다.

그러나 페더러와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 우승까지 향하는 내용도 흠잡을 데 없이 완벽에 가까웠다.

페더러는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들을 4번이나 만나야 했다.

3회전에서 토마시 베르디흐(10위·체코), 4회전에서 니시코리 게이(5위·일본)를 만났고 준결승에서 스탄 바브링카(4위·스위스), 결승에서는 라파엘 나달(9위·스페인)을 연파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를 네 번이나 꺾고 우승한 사례는 1982년 매츠 빌란더 이후 올해 페더러가 35년 만이었다.

윌리엄스는 결승까지 7경기를 치르면서 한 세트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물론 윌리엄스는 7경기를 하면서 10위 이내 선수를 만난 것이 준준결승 조안나 콘타(9위·영국)가 유일했을 정도로 대진운이 따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차례의 타이브레이크도 없이 무실 세트로 우승했다는 사실은 윌리엄스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남자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은 1972년 호주오픈 켄 로즈웰(호주)의 37세 2개월, 여자는 올해 윌리엄스의 35세 4개월이다.

메이저 대회 남녀 단식 본선 최다승 기록(페더러 314승·윌리엄스 316승)을 보유한 두 선수 앞에서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와 같이 이제는 진부해진 표현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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