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싸우다가 차례상을 뒤엎으면 이런 처벌까지 받는다

  • 김수빈
  • 입력 2017.01.28 06:11
  • 수정 2017.01.28 06:18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열린 차례상 차리기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차례상 차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열린 차례상 차리기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차례상 차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뉴스1

2011년 4월 서울 노량진 사육신묘 공원에서는 사육신 후손끼리 싸움을 벌인 끝에 제사상을 뒤엎는 소동이 벌어졌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A(58)씨가 소속된 사육신 후손 모임인 '현창회' 회원들은 또 다른 사육신 후손 모임 '선양회'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묘역에 들어서려 하자 몸으로 막아섰다.

양측은 사육신과 함께 처형당한 백촌 김문기를 사육신에 포함할지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선양회 회원들이 의절사 앞마당에 제사상을 차리려 하자 다른 현창회 회원들과 함께 제사상을 엎었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죄가 없다며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갔지만, 타인의 제사를 방해한 '제사방해죄'가 인정돼 벌금 50만원이 확정됐다.

단순히 도의적 문제로 끝나는 '친족 싸움'이 아닌 형법상 '제사방해'가 유죄로 인정돼 처벌을 받은 것이다.

형법 제158조는 '장례식, 제사, 예배 또는 설교를 방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B(52)씨도 2014년 사설 경비원 100여명을 고용해 경기 김포에 있는 문중 사당을 가로막았다가 종친들의 제사를 방해한 혐의가 인정돼 벌금 50만원을 받았다.

2011년에는 경기 파주의 종중 사당을 관리하던 C(70)씨가 다른 종중원의 제사를 막으려고 사당 출입문을 자물쇠로 잠갔다가 벌금 30만원을 받았고, 2010년 충북 한 사찰에서 다른 사람의 천도재(薦度齋)를 방해한 D(63)씨를 벌금 50만원에 처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친족 사이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 형사처분까지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제사 의식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제사방해 행동을 처벌하는 것은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처럼 장례식·제사 등도 종묘제례와 같은 의식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취지"라며 "친족 간 갈등이 있더라도 제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평안하게 의식을 치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사건/사고 #제사 #차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