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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스톱 판이 위법인지 아닌지는 이 4 글자에 달렸다

  • 김태성
  • 입력 2017.01.27 05:41
  • 수정 2017.01.27 05:47

설 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근황 묻기를 마치고 어색해질 때면 둘러앉아 치게 되는 '점 백 고스톱'.

고스톱을 한두 시간 즐기다 보면 불현듯 의문이 든다.

"이웃이 도박판이 벌어졌다고 신고해서 잡혀가면 어쩌지?"

결코, 기우만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판돈이 적은 고스톱도 도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

형법 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면서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를 예외로 뒀다.

문제는 '일시오락'이 어느 정도 수준을 말하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법원은 도박한 장소와 시간, 도박한 사람의 직업, 판돈의 규모, 도박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도박죄로 처벌할 도박인지 일시오락인지를 가른다.

결국, 도박죄 성립 여부는 '상황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1990년 대법원은 남성 5명이 닭갈빗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심심하다는 이유로 각자 1천∼7천원을 꺼내놓고 1점당 100원을 주는 고스톱을 친 것에 대해 "일시오락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판결문에 피고인들의 직업과 월급은 물론 "400만원짜리 한옥 한 채를 소유했다"는 등 내용을 구체적으로 넣었다. 단순히 판돈이 작아서 도박이 아닌 것이 아니라 도박을 친 사람들의 경제사정 등을 고려했다는 의미다.

비슷한 판결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2009년 술값을 마련하고자 판돈 2만 2천900원을 걸고 1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40여분 친 남성 3명이 기소됐으나 대법원은 도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원심 재판부가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저녁 술값을 마련하고자 고스톱을 쳤고 고스톱을 친 시간이 짧으며 판돈의 규모가 2만 2천900원에 불과한 점" 등을 들어 당시 고스톱을 일시오락이라고 봤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물론 '소규모 도박'을 처벌한 판례도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2012년 오전 4시부터 2시간가량 식당에서 속칭 '훌라' 도박을 한 사람에게 벌금 50만원을 내라고 판결했다.

남부지법은 도박에 참여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 정도, 도박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친목을 위해 훌라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압수된 돈도 51만 7천원으로 적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현장에서 도박을 단속하는 경찰 관계자는 "판돈이 소액이더라도 심야에 장시간 오랫동안 이뤄졌다면 도박으로 본다"며 "쉽게 말해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도라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 '사회상규'라는 4글자에 대한 현장 판단이 범죄 여부를 결정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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