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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스카는 작년보다 덜 하얗지만, 조금 덜 하얄 뿐이다

올해 오스카 시상식은 덜 하얗다.

배리 젠킨스는 영화 '문라이트'로 작품상, 각색상, 감독상 후보에 오른 오스카 역사상 첫 흑인 감독으로서 역사를 새로 썼고, 비올라 데이비스 역시 '펜스'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역대 가장 많이 노미네이트된 흑인 여성이 되었다. 또한, 올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촬영기사 브래드포드 영과 에바 두버네이 감독, 로울 펙 감독, 나오미 해리스, 옥타비아 스펜서, 덴젤 워싱턴, 루스 네가와 메허샬랄하슈바즈 알리 등은 '데드라인' 등의 매체가 할리우드의 "다양성 부족"이 이제 끝났다고 선언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난 2015년, 인권운동가 '에이프릴 레인'(April Reign)#OscarsSoWhite(오스카는 백인 만의 잔치다)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다양성"은 할리우드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 캠페인을 통해 많은 이들이 할리우드의 흑인 부족 상태를 깨달았고,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가 오스카 시상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했다. 이에 아카데미는 백인이 아니고, 나이가 많지 않으며, 남성이 아닌 새 멤버를 초대했다.

지난 2016년에는 크리스 락이 이 시상식의 호스트를 맡았다. 그는 오프닝 연설에서 오스카의 '백인 주의'에 대한 농담을 했고, 흑인 영화감독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밤 오스카의 다양성에 재를 뿌린 건, 세 명의 아시아계 어린이가 등장한 아래 막간극이었다.

지난 2016년 시상식은 올해 많은 흑인 배우와 영화계 종사자들이 노미네이트 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준 데 있어 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양면을 동시에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비올라 데이비스와 옥타비아 스펜서에게 찬사를 보내면서도 올해 연기상 후보에 오른 모든 흑인 배우들은 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또한 배리 젠킨스의 노미네이트 소식에 기뻐함과 동시에 무려 6년째 단 한 명의 여성도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메허샬랄하슈바즈 알리가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을 축하하면서도 데브 파텔이 배우상 후보에 오른 고작 3번째 인도계 배우라는 것을 비판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두 번째는 13년 전 후보에 올랐던 벤 킹슬리다.)

할리우드는 다양성에 있어 모든 것을 흑백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올해 아카데미가 더 많은 흑인 배우를 노미네이트했다는 것이 중요하고 희망적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들은 오스카에서 유색인종이 부족하다는 것이 할리우드 전체의 문제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라이트' 같은 영화를 노미네이트하면서 배리 젠킨스 같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레인은 지난 24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이렇게 말했다.

틀렸다. 흑인의 삶을 보여주는 1년 어치의 영화는 80년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다른 인종의 문제를 상쇄하지 못한다.

그녀는 이어 허핑턴포스트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할리우드의 진정한 다양성이 필요하며 앞으로도 변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년은 지난 80년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성별, 성적 성향, 인종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 못한다. #OscarsSoWhite(오스카는 백인 만의 잔치다) 캠페인은 소외된 모든 집단을 카메라 앞과 뒤에서,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을 묘사하는 영화들이 올해 특히 비평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성공적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전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할리우드의 의무다.

아시아계, 토착민, 라틴계, 아랍계 등 아직 기회가 필요한 영화제작자들이 많다. 아시아계나 라틴계 여성 배우가 오스카상을 받은 지도 50년이 넘게 지났다. 사실 오스카 역사상 단 한 명의 아시아계 여성만이 배우상을 받았다. 이는 1958년 여우조연상을 받았던 우메키 미요시다.

하지만 그나마 올해 시상식이 다행인 점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할리우드나 오스카가 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는 2월 26일 열리는 오스카 시상식은 흑인 배우와 영화 제작자들이 레드 카펫을 장식하는 덕에 자축하는 순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행사는 젠킨스나, 데이비스, 덴젤 워싱턴 등을 이용해 앞으로 흑인인 업계 종사자 외에도 다른 유색 인종을 포함해야 한다는 문제를 감추려들 것이다. 올해 시상식은 다양성 인정 운동의 끝이 아니다. 시작일 뿐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Yes, The Oscars Are Less White, But Don’t Let Hollywood Off The Hook'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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