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성소수자 인권은 지지하지만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혼란에 빠진 건 한국 유권자들 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전 세계의 성소수자들, 전 세계 시민들은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특히 반 전 총장이 과거 유엔 공식 회의석상에서 했던 여러 연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미국의 동성애 인권단체 ‘하비 밀크 재단’으로부터 성소수자 권리를 위해 애쓴 공로로 하비 밀크 메달을 받은 첫 한국인.jpg ⓒReuters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직 당시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사무소(OHCHR) 공식 회의석상에서만 10번 가량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말했다. (전체 목록과 원문은 여기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각종 유엔 회의와 공식 석상에서 한 발언은 그보다 훨씬 많다. (2013년의 이 훌륭한 연설도 들어보자. 동성애 혐오를 비판하는 이 연설도.)
반 전 총장의 성소수자 인권 연설 중 하나는 2012년 3월7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했던 연설(다운로드)이다. 허핑턴포스트US가 "역사적 연설"로 평가했던, 바로 그 연설이다.
그 중 일부를 다시 한 번 읽어보자. (한글 번역은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에게 말합니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폭력과 차별을 끝내기 위한 투쟁은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투쟁입니다. 당신들에 대한 모든 공격은 유엔과 내가 수호하고 지키기로 맹세한 보편적 가치들에 대한 공격입니다. 오늘, 저는 당신들의 편에 섭니다. 그리고 모든 국가들과 사람들에게 당신들 편에 함께 서라고 요청합니다."
"To those who are lesbian, gay, bisexual or transgender, let me say:
You are not alone. Your struggle for an end to violence and discrimination is a shared struggle.
Any attack on you is an attack on the universal values the United Nations and I have sworn to defend and uphold.
Today, I stand with you … and I call upon all countries and people to stand with you, too. "
그런가하면, 반 전 총장은 종교적 이유로 성소수자들을 차별하거나 탄압하는 이들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불과 4개월 전이다.
"저는 종교나 문화적 논쟁을 성소수자들의 인권 탄압에 활용하는 이들에게도 말합니다. 다른 이들을 덜 평등하게 해서 당신들이 얻는 게 무엇입니까? 다른 이들의 기본적 권리를 부정해야만 유지될 정도로 당신들의 종교나 문화가 너무 허약합니까? 21세기에 성적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에 대한 차별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I ask those who use religious or cultural arguments to deprive LGBT people of their human rights: what do you gain by making others less equal? Is your religion or culture so weak that the only way you can sustain it is by denying others their basic rights? There is no room in our 21st century for discrimination based on sexual orientation or gender identity,”
이렇게 훌륭한 이야기를 했던 분께서 한국 기독교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왜 그런 말을 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