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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이 성소수자의 인권은 지지하는데 성소수자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다

  • 박세회
  • 입력 2017.01.24 09:21
  • 수정 2017.01.24 11:20

*****업데이트 : 1월 24일 15시 50분*****

허핑턴포스트는 오늘(24일) 14시에 '반 전 총장이 개신교 목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말하다'라는 내용을 보도한 이후 다른 매체의 보도와 반전 총장이 내보낸 보도자료를 비교한 결과 사실관계가 전혀 달라 기사를 수정합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기독교 지도자들을 만나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언급했는데, 무슨 얘긴지 알아듣기가 조금 힘들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반전 총장은 오늘(24일) 한국기독교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등 개신교의 진보, 보수 성향을 대표하는 3개 기독교 단체를 예방하며 종교계 지지를 호소했다.

뉴시스는 그중 한국기독교협의회의 김영주 목사를 만난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이 성 소수자에 관련된 자신의 견해를 아래와 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유엔헌장이나 만국인권선언을 보면 종교, 인정, 성별, 연령, 직업, 귀천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은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인권을 갖는다는 건 불변의 원칙."

"소수성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꽤 있는데 인간으로서 차별해라 그런 건 안 되는 것."

"제가 강조하는 건 차별하면 안 된다. 정치경제사회적 지위에서 차별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모임도 간 것."

"그게 성소수자를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마땅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것." -뉴시스(1월 24일)

그러나 다른 보도에 따르면 그 어감과 의미가 조금 다르다. 연합뉴스는 반 전 총장이 "그런 모임에도 가고, 그렇게 하라고 권장한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는 훼손돼선 안 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프레시안은 이를 두고 이렇게 비판했다.

'그렇게 하라고 권장한 게 아니다'라는 말을, 그가 앞서 예로 든 '인종', '연령', '직업' 등에 대입해 보면 '흑인이기를 권장하지 않지만 흑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늙기를 권장하지 않지만 노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 '청소 일을 권장하지 않지만 청소노동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말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된다. -프레시안(1월 24일)

특히 반 전 총장 측에서 낸 보도자료에는 그의 입장이 좀 더 명확하게 쓰여 있다. 프레시안에 따르면 반 전 총장 측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반 전 총장의 정확한 발언 내용이 "제가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게 아니라 그들의 인권, 인격이 차별받는 것은 안 된다는 뜻이고, 차별을 받지 않도록 여러가지 정책에 대해 지지한 것이다. 제가 권장해서 '당신들 그렇게 해라' 행위를 권장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보도자료에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게 아니라"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자신의 발언과는 다르게 공식 입장을 정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발언은 그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남긴 말들과는 뚜렷이 달라 결과적으로 대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유엔사무총장 시절 반 전 총장은 거의 그의 임기 내내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헌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2014년 동성결혼을 한 UN의 모든 직원에게 결혼과 동일한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고, 2010년부터 최소 9번 이상(UN 자료 참조)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공개 연설을 한 바 있으며, LGBT의 인권을 두고 러시아와 정면으로 맞선 유일한 사무총장이고, 미국의 동성애 인권단체 ‘하비 밀크 재단’으로부터 성소수자 권리를 위해 애쓴 공로로 하비 밀크 메달을 받은 첫 한국인이다. - 매거진 D(1월 19일)

사실 그가 대권에 도전하면서 말을 바꿀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다. 귀국 한달 전인 지난 12월 12일 반기문 총장의 45년 지기 임덕규 전 의원은 TV조선에 출연해 반 총장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자신은 동성애 옹호론자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임 전 의원은 "UN 입장에선 만민이 평등하다 그런 개념이지 동성애를 지지하고 찬양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발언했다.

당시 TV조선은 반기문 총장의 해명에 대해 "귀국을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미리 해소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으며 허핑턴포스트는 한국으로 입국하는 순간 대권행보의 걸림돌이 되는 성소수자 인권은 쉽게 내버릴 수 있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해석했다.

반 전 총장의 이번 발언은 1천만 개신교의 표밭을 책임지고 있는 교계 대표들 앞에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그들이 원하는 만큼만 잘라서 던져버린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참고로 교계의 대표들은 반 전 총장의 태도에 무척 만족한 듯하다.

프레시안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얘기를 듣고 김영주 목사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그것은 신앙적 신념과 상관 없이 인간에 대한 사랑에 대해 관점을 달리 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안희정 지사가 한 인터넷 방송에서 한 말로 반 전 총장의 이러한 태도와 기독교계의 오지랖에 대한 비판을 대신할 수 있다.

종교적인 교리이든 이념이든 다 상식적으로.. 우리가 현실적으로 그러한 사람들에 대해서...손가락질을 할 권리가 아무도 없습니다. 종교나 이념이나 국가나 그 어떤 논리로도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정체성과 그들의 개성에 대해서 재단을 하거나 뭐라고 할 권리가 없습니다. -안희정/이이제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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