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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워싱턴 여성행진'이 서울 강남역 10번출구에서도 열렸다

  • 허완
  • 입력 2017.01.21 15:22
  • 수정 2017.01.21 15:30

“여성의 권리는 인권입니다!”

21일 ‘여성 인권’을 외치는 시민들이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였다. ‘세계여성공동행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세계여성공동행진은 1백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전 세계적 여성 인권 행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인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워싱턴 여성행진’(Women’s March on Washington)이 기획됐다. 여성의 권리가 곧 인권이며 인종, 민족 등을 이유로 소수자를 차별하는 극우 포퓰리즘에 반대한다는 취지에서 계획됐다. 여기에 호주, 일본 등 40여개의 국가와 80여개 도시가 연대하면서 ‘세계여성공동행진’(Women’s March Global)으로 규모가 확대됐다. 한국에서도 이날 20여개 인권 단체와 1200여명의 시민(경찰 추산 1000명)이 세계공동여성행진에 참여했다.

행진 출발점은 강남역 10번 출구로 정했다. 지난해 5월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이 발생한 후 수많은 시민이 모여 여성혐오 철폐를 외쳤던 장소다. 세계여성공동행진 서울(Women’s March on Seoul)을 이끄는 ‘세계여성 공동행진 기획단’은 “이번 행진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열리는 최초의 여성주의 행진”이라며 “지난 반년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을 대하는 사회의 둔감한 태도를 목격해왔다. 우리는 이 강남역에서 다시 인권과 정의에 대한 투쟁을 선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세계여성공동행진에는 ‘여성 대상 범죄 근절’부터 ‘낙태죄 폐지’ ‘행정자치부 출산지도 폐기’ ‘문화예술계 성폭력 근절’ 등 그간 사회에서 불거져 나온 여성 이슈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우리의 몸에 간섭하지 말라” “여성의 권리가 인권이다”라고 외치며 강남역과 신논현역 일대 3.8㎞에 이르는 거리를 2시간에 걸쳐 행진했다. ‘모두의 페미니즘’ ‘내 몸 내 선택’ ‘여성은 자궁이 아니다’ 등 다양한 구호가 담긴 손팻말도 등장했다.

행진에 참여한 최유진(22)씨는 “행정자치부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보고 국가가 여성을 걸어 다니는 자궁으로 본다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임신과 낙태에 대한 권리는 온전히 여성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행진에 나왔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참여했다는 박아무개(32)씨는 “며칠 전에도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데이트폭력을 겪은 여성이 숨지는 일이 있었다. 여성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여성대상범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남성, 성소수자 등도 행진에 함께했다. 남성 채영진(23)씨는 “약자의 인권이 개선돼야 모두의 인권이 향상된다. 여성 권리를 주장하는 게 성별 구분 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옳은 일이라 생각해 행진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영국인 크리스티나 고온트(31)씨는 “워싱턴 시위에 연대하는 마음으로 강남역에 왔다”며 “한국에서 일어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을 언론을 통해 접했는데 이후에 비슷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을 보고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느꼈다”고 행진 참여 이유를 밝혔다.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강남역 10번출구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난해 수만장의 포스트잇으로 도배된 강남역 10번 출구엔 이날 300여장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지난해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이 일어난 후 반년 만에 다시 강남역을 찾았다는 이정현(21)씨는 “여성혐오 이슈가 화두가 된 이후 여성들이 직접 분노를 표출하고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투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계여성공동행진 기획단은 이날 강남역에 붙은 포스트잇을 수거해 온라인에 기록으로 남겨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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