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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경제적 불평등을 "이 시대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지만, 많은 걸 하진 않았다

  • 허완
  • 입력 2017.01.20 11:45
U.S. President Barack Obama pauses during his last press conference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January 18, 2017.      REUTERS/Joshua Roberts
U.S. President Barack Obama pauses during his last press conference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January 18, 2017. REUTERS/Joshua Roberts ⓒJoshua Roberts / Reuters

2013년 1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DC 동남부 빈민가 애너코스티어에서 빈곤운동 단체 대표들을 만났다. 그는 불평등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위험스러운, 그리고 증가하고 있는 불평등과 계층 상승 단절은 미국 중산층의 기본적 합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합의 말입니다." 오바마는 말을 이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중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하는 미국인 모두를 위한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오바마는 "그게 바로 대통령에 출마한 이유"라며 "제가 대통령으로서 수행하는 모든 일은 이것과 연결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건 월스트리트 점령 (Occupy Wall Street) 운동에 대한 오바마의 응답이자,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을 내기 몇 달 전의 일이었다. 이 프랑스 경제학자의 베스트셀러는 "99퍼센트"를 전국적 슬로건으로 만든 시위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학술적 자료였다. 오바마는 늘 시대정신에 대해서는 뛰어난 감각을 지니곤 했다. 피케티의 이 책과 함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우려는 운동권에서부터 여론형성층까지 확대됐으며, 마침내 2008년 이후로 워싱턴 정가를 지배했던 부채와 적자에 대한 강박을 밀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바마가 이 연설을 했던 2013년에 이르자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오바마의 레거시는 사라져버렸다. 그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평판을 방어하는 것이었는데, 거기에는 방어할 만한 것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UC버클리의 경제학자 이매뉴얼 사에즈가 지난 6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상위 1%가 오바마 임기 동안 경제적 이득의 52%를 점유했다. 하위 99%는 경제위기로 잃어버렸던 부의 3분의2 만을 회복하는 데 그쳤다. 소득불평등은 2012년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에서 약간 떨어졌으나 그건 미국을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수준에 불과했다.

가구 중위소득은 2015년에 꽤 상승했으나 2007년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임기 마지막 해의 데이터가 추가되면 이런 숫자들은 약간 올라갈 수도 있지만, 전체 전망을 뒤집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오바마는 "이 시대의 중대한 도전"에 맞서는 데 실패했다.

이 부분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액션 대부분은 고작 3개 법안에서 나왔다. '오바마케어'는 한창일 때 부자들에게 세금을 약간 더 걷음으로써 빈곤층의 의료비 부담을 낮췄다. 2009년의 경기부양법은 수많은 사람들이 빈곤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했고, 부시 시대의 부자감세 중 일부는 결국 폐기됐다. 오바마 임기 중 나머지 모든 건 그리 큰 의미가 없었다.

물론 오바마 정부의 설명은 다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불평등 해소를 위해 (1964년) 존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정책' 이후 최대 규모의 연방 투자를 관장했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가 지난해 2월 밝힌 내용이다. 이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린든 존슨 이후 모든 대통령들이 상황을 더 악화시켜왔기 때문일 뿐이다.

오바마는 자신의 정책 유산에 대해 말할 때 뉴딜 정책 지지자들을 언급하는 습관이 있다. 2013년 12월 연설에서 그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를 대통령직에 있어 도덕적 롤모델로 꼽았고, 대부분의 민주당원들도 이런 시각으로 오바마를 바라보고 있다. 존슨과 마찬가지로 오바마는 의료 보험 보급을 확대했다. 루스벨트처럼, 오바마는 정부 재정지출로 경제적 붕괴에 맞섰다.

그러나 오바마는 20세기 위대한 민주당원들보다는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과 훨씬 더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경제적 불평등에 연관된 정책 면에서, 오바마는 꾸준히 실제 (정책의) 결과보다는 초당적 협의에 대한 대중적 인식에 더 큰 가치를 뒀다.

오바마를 변호하는 이들은 미국의 경제적 문제에 대해 오바마와 합의를 이뤄내는 대신 미국을 국가부채 디폴트 상태로 거의 몰아갔던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비협조적 태도를 탓한다.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단호한 정책은 고소득층에 대한 높은 세금과 그 재원 분배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경제에 대한 지속적 투자든, 저소득층 및 중산층에 대한 직접 지원이든 말이다. 공화당 의회는 그런 계획을 강력히 저지했다.

그러나 오바마도 마찬가지였다. 취임한 지 1년도 채 안 됐을 때, 오바마는 긴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소상공인들과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정부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오바마는 그렇게 말했다. 그는 양당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재정적자를 줄이도록 했으며, 저소득층을 불균형적으로 지원하던 사회보장 혜택을 축소하는 것을 지지했다. 부시의 감세 정책이 폐기될 무렵이던 2013년 초, 당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해리 리드(민주당, 네바다)가 연소득 25만~45만 달러 계층에게 저세율 기조를 유지도록 하는 것을 가로막자 오바마는 격노했다. 오바마는 초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것보다 공화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과의 합의의 정치적 가치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실패들은 오바마가 실시한 재앙적 주택 정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2008년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덕분에 대통령에게는 압류를 막기 위해 돈을 쓸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이 주어졌다. 오바마는 취임과 동시에 은행 구제금융 재정에서 500억~1000억달러를 투입해 400만명의 주택소유자들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압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라는 설명이었다. 현재까지 오바마 정부는 이 위기에 약 210억달러를 지출했다. 공화당은 이 추가 지출을 막을 수도 없었고 막을 수도 없었다. 그냥 오바마가 쓰지 않은 것이다.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데이연이 자신의 책 '권리의 사슬(Chain of Title)'에 정리한 것처럼, 비극적이게도 오바마 정부는 압류 완화 정책의 관리를 거대 은행에 맡겼다. 소비자들을 상대로 거대한 사기를 벌여 이후 250억달러의 배상금을 물어내야만 했던 그 은행들 말이다. (데이연은 이 배상 합의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은 주택보유자들에게 주어진 것은 거의 없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렬친다.)

2006년부터 2014년 사이, 930만 가구가 압류로 집을 잃었다. 이 위기는 한 번도 끝난 적이 없다. 리얼리티트랙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 110만 가구가 압류됐다. 290만 가구로 정점을 찍었던 2010년보다는 낮은 것이지만 2006년의 71만7522건에 비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수치다. 주택보유율은 오바마 임기 동안 꾸준히 떨어졌다.

부동산은 중산층에게 중요한 자산이다. 주식시장이 상승해도 그건 어떤 은퇴 이후 계획도 없는, 절반에 달하는 32세-61세 가구주의 가정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 오바마가 중산층의 부를 재건하려 했다면 주택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경제 전반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2014년, 경제학자 아티프 미안과 아미르 수피는 압류 방지 정책이 막대하고도 골고루 퍼진 경기 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중산층 가계의 수지가 개선됨으로써 더 많은 상품을 소비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을 지냈던 래리 서머스는 2014년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리뷰에서 이렇게 적었다. "2009년 우리 모두는 - 지금 미안과 수피가 결론적으로 증명해낸 것처럼 - 주택담보대출 부담 경감 조치가 가계 소비를 촉진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 내에서조차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재무부 장관을 지낸 팀 가이트너는 자신의 회고록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정반대의 얘기를 했다. "여러번 이 질문을 살펴봤음에도 우리는 주택에 직접 초점을 맞춘 훨씬 더 큰 규모의 정책이 경제 일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바마가 경제적 불평등을 만들어낸 건 아니다. 부유층과 나머지 계층의 격차는 1970년대 이후로 증가해왔다. 피케티의 말이 맞다면 이 문제는 자본주의의 고치기 어려운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무언가를 해볼 만한 기회가 주어졌을 때도, 오바마는 제대로 노력한 적이 없었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Obama Called Inequality ‘The Defining Challenge Of Our Time.’ He Didn’t Do Much About It.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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