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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비로 102억원을 착복한 유치원들의 사기 수법

  • 박세회
  • 입력 2017.01.19 06:53
  • 수정 2017.01.19 06:54
ⓒ연합뉴스

리베이트를 챙기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학부모에게 2년간 교재비를 최고 5억원까지 부풀려 총 102억원을 챙긴 수도권과 충청지역 대형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는데, 그 수법이 참 교묘하고 악랄하다.

의정부지검 형사2부(황은영 부장검사)는 19일 사기, 사립학교법 위반, 영유아보육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정모(50·여)씨 등 유치원·어린이집 원장 34명과 교재회사 대표 윤모(49)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한모(50·여)씨 등 유치원·어린이집 원장 16명을 같은 혐의로 벌금 200만∼2천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혐의를 받고 있는 법행 수법은 아래와 같다.

검찰은 조사결과 윤씨가 원생 수 100명 이상인 대형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접근, 교재납품 조건으로 총판을 가장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관리해 주는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유치원 원장인 정씨 등은 2014∼2016년 윤씨와 짜고 교재회사에 대금을 교재 1개당 3배가량 부풀려 지급한 뒤 친인척 명의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부풀린 금액을 돌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 원장들은 개인 자금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대출받게 한 뒤 교재를 계속 납품하면서 실제 교재비에서 부풀려진 금액을 리베이트로 되돌려줘 대출금을 갚도록 했다.

이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이 기간 교재비를 각가가 3천만∼5억원 정도 부풀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적발된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 50명이 원생 1만924명에게 2년간 교재비를 부풀리고 총 102억원을 챙긴 점을 고려하면 학부모 1명당 94만원을 더 낸 셈이다.

원장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는데도 학부모에게 교재비를 부풀려 받은 뒤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윤씨는 교재납품 이득을 챙긴 상황.

그동안 교재납품 대가로 현금 리베이트를 받다가 단속된 사례는 있었으나 합법적인 거래로 보이게 하려고 페이퍼컴퍼니까지 만들다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더욱이 원장들은 교재비를 부풀려 챙긴 돈을 다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인수하거나 수영장, 숲 체험장 등을 조성하는 데 사용했다. 일부 원장은 게임장을 인수하거나 개인 투자금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검찰은 남양주지역 유치원 횡령 사건을 조사하던 중 교재회사와 수상한 거래를 포착, 신종 리베이트 수법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또 수사결과를 해당 교육청과 지자체에 통보, 유치원과 어린이집 실태를 일제 점검하도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치원·어린이집 원장이 교재회사와 결탁해 페이퍼컴퍼니까지 만든 뒤 학부모에게 받은 특별활동비를 조직적으로 빼돌리다 적발된 첫 사례"라며 "유치원·어린이집 관리 감독 강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신종 리베이트 수법으로 교재비를 부풀린 뒤 착복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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