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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가 소화되지 않는 것은 원래 정상이었다

덴마크, 스웨덴, 요르단, 아프가니스탄, 수단, 인도, 그리고 네덜란드 등에는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DNA를 가진 성인 비율이 최고 90%에 이른다. 왜 나라마다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는 인구의 비율이 다를까?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왜 우유 소화를 시키지 못할까?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한다고 하면 서구화되지 못한 다소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도 한다. 진짜 우유 소화가 어렵다면 문명화되지 못한 사람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인간이 우유 소화를 시킬 수 있는 것 자체가 오히려 희귀했다. 소를 키우고 젖을 짜먹기 시작하면서, 그것도 주로 낙농업이 발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우유 소화가 가능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우리가 우유를 먹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어 본다.

1. 원래 인간은 유아 시절에만 우유 소화가 가능했다.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 집단을 구별하는 유전체적 변이의 또 다른 예다. 포유류인 우리는 아기 때 자연적으로 모유 수유를 받았기 때문에, 우리 유전체는 우유에 주로 있는 당인 젖당(락토오스)을 분해하는 매커니즘을 암호화한다. 우리 유전자 중에 락테이스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 단백질은 젖당을 두 가지의 작은 당인 포도당(글루코오스)과 갈락토오스로 분해하는 분자 기계다. 인류 역사로 볼 때. 락테이스 유전자는 처음에 아이가 모유 수유를 끝내면 꺼지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다. 수렵채집인은 식물을 주식으로 하고, 고기 또는 물고기로 보충하는 식사를 했다. 수천 년 동안 아기가 젖을 빠는 것을 중단하면 락테이스 생산을 중단해 몸의 자원을 보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책 ‘유전자 사회’, 이타이 야나이, 마틴 럴처 저)

인간의 젖이든 소의 젖이든 젖당이 포함되어 있다. 그것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유를 먹으면 소화불량에 걸린다. 인간은 원래 젖을 먹는 어린 시절에만 젖당을 분해할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식물을 먹고, 고기나 물고기로 영양 보충을 했다.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이런 몸 상태가 유지되었다. 원래부터 인간이 우유를 먹는데 적합한 유전자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 가축을 기르면서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났다.

“기원전 8천 년쯤 엄청난 식사의 변화가 일어났다. 중동의 농부들이 가축을 기르게 되면서 젖을 짜기 시작한 것이다. 1만 년이 지난 오늘날 서구 국가 사람들의 90퍼센트가 젖당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성인이 되어도 우유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들의 지역 사회가 젖을 떼고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락테이스 유전자 발현을 복원할 수 있도록 진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일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집단에서는 낙농 젖소를 키우는 전통이 없어 그런 진화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이 사람들의 10퍼센트만이 성인이 된 후에 락테이스를 생산한다. 성인의 가장 높은 젖당 내성을 보이는 사람들은 최근 몇 세기 동안 낙농업과 접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다.” (책 ‘유전자 사회’, 이타이 야나이, 마틴 럴처 저)

소 등의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것이 1만 년 정도 되었다. 이때부터 인간들이 동물의 젖, 특히 우유를 짜서 먹기 시작했다. 낙농 젖소 전통이 없던 일부 아시아, 아프리카에는 젖당을 소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성인 중 1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그 비율이 90퍼센트에 육박한다. 젖당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1만 년 전부터 늘어나게 된 것이다.

3.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돌연변이가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였다.

“유아기 이후 락테이스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스위치를 끄려면, 유전자의 조절 부위에 있는 염기 하나만 바꾸면 된다. 젖당에 대한 무저항성은 여섯 살이 되기 전까지는 거의 느끼지 못하는데, 이 나이는 수렵채집 문명 시기에 아이가 젖을 떼던 전형적인 나이보다 늦은 때다. 젖당에 선천적으로 내성이 없는 종족이 소를 키우던 초기, 락테이스 스위치에 돌연변이를 갖고 태어난 여아가 있었다면 이 아이는 굉장한 이점을 가졌을 것이다. 여섯 살 이후에 젖당에 대한 내성을 발현함으로써 이 아이는 의미 있는 음식 자원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이는 음식이 고갈되었을 때 생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영양실조로 고통받을 위험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이점들 때문에 그녀는 다른 여성들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을 수 있었을 것이다.”(책 ‘유전자 사회’, 이타이 야나이, 마틴 럴처 저)

젖당 무저항성, 즉 우유 소화가 안 되는 것을 지금은 이상하게 바라본다. 일종의 결핍으로까지 본다. 그렇지만 예전은 정반대였다. 우유 소화가 가능한 유전자가 돌연변이였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식량 자원이 고갈되고 삶이 어려질 때 오히려 버틸 수 있었다. 생존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다른 여성들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을 수 있게 됐다. 이에 자연스럽게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유전자를 지닌 아이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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