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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이 '박근혜 흑기사'를 자처하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폈다

  • 허완
  • 입력 2017.01.18 07:14
ⓒ연합뉴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법정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의견을 들어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유출 행위는 자기가 다 알아서 했다는 얘기다.

정 전 비서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열린 2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검찰 진술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저나 일반인의 시각에서 공모라고 하면 뭔가 둘이 짜고 계획적으로 나쁜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이라며 박 대통령과의 공모 부분은 부인했다.

정 전 비서관은 "사실 대통령께서 최씨 의견을 들어서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반영하라고 말씀하신 건 맞다"며 "하지만 건건이 '이것 저것 보내라'고 지시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의견을 들어보라'고만 했을 뿐 '문건 유출' 등 구체적 실행 행위로 나아간 건 자신의 판단이란 취지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의 이런 진술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앞서 특검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고위공직자 인사 계획안 등 최순실씨에게 유출된 파일을 입수했다. 이 파일들은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보냈다가 '수정'을 거쳐 되돌려받은 것이었다.

정 전 비서관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고위공직자 인선안 같은 기밀 문서를 (법을 어겨가며) 최씨에게 유출하기로 결심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검 수사에 앞서 진행된 검찰 수사에서도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 총 47건을 최씨에게 이메일 또는 인편으로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구속기소됐다.

혐의사실에 적시된 문건 47건 중에는 국무총리,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각 부처 장관 등에 대한 인선안, 박 대통령 연설문, 해외 순방 일정이 담긴 외교부 문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역시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다고 보기 힘든 부분이다.

정 전 비서관의 이 같은 주장은 공무상 비밀 누설의 '공범'으로 적시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꼬리 자르기'를 하는 한편, 자신에 대해선 처벌 수위를 낮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한편 그는 "대통령께서 국정운영 하시는 데 있어서 무언가 잘 해보려고, 본인이 조금이라도, 한 번이라도 더 체크해보려고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서관 등 공식라인을 두고 굳이 아무 직함도 없는 최씨에게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에 대한 변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다.

정 전 비서관은 "저 역시 대통령께서 일하시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잘 보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일 뿐"이라며 "공모해서 그렇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가슴이 좀 아프다"고 억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도 "정 전 비서관이 공모 개념에 대해 일반인 인식과 법률적 판단이 헷갈려 혼동이 좀 있었지만, 본인의 직무상 비밀 누설 혐의는 당연히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역시 대통령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선 "대통령이 '말씀자료' 같은 경우 최씨의 의견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해 문건을 전달하는 식으로 의견을 들은 것"이라며 "개벌 문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최씨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은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사실상 정 전 비서관 본인은 이게 과연 공모가 되는지 계속 고민"이라며 "본인이 사실관계를 그 정도로 인정했으니 법원에서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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