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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마지막 감형 리스트에 그 '첼시 매닝'이 포함됐다

  • 박세회
  • 입력 2017.01.18 06:18
  • 수정 2017.01.24 12:09

버락 오바마가 2010년 미국 기밀 자료를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건네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은 첼시 매닝 전 미군 일병의 형량을 대폭 감했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캔자스 주 포트레번워스 교도소에 복역 중인 매닝의 남은 형기를 대폭 감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35년형이 7년형으로 감형되면서, 애초 2045년에 교도소를 나올 예정이었던 매닝은 오는 5월 17일 석방된다.

매닝은 2009∼2010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정보 분석병으로 근무하면서 전쟁 관련 비디오와 기밀문서 수십만 건, 미국 국무부 외교 전문 등을 위키리크스에 유출한 혐의로 35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매닝의 감형에 대한 소문은 며칠 전부터 보도됐다. NBC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법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오바마의 감형 리스트에 매닝이 포함되어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를 접한 그녀는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 역시 힘을 보탰다. 그는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을 떠나며 단 한 명에게 마지막 관용을 베푼다면 제발 첼시 매닝을 풀어달라"는 내용을 올린 바 있다.

그는 또한 지난 13일엔 위키리크스 계정을 통해 '매닝에게 관용을 베풀면 본국 송환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매닝은 지난 11월 뉴욕 타임스를 통해 감형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그녀는 "전례 없이 극단적인 형인 35년형을 선고받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그 (기밀) 자료를 공개하기로 한 내 결정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진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녀는 "사면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며 "내 유일한 요구는 6년 동안 미국의 이익이나 미국 군 요원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 의도 없이 군 감옥에 갇힌 사람으로서 풀려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에 미국 기밀 자료를 건넨 첼시 매닝(개명 전 브래들리 매닝)이 2013년 법정에 출석한 모습.당시 위키리크스와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매닝이 빼낸 기밀문서를 폭로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어 그는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해 변명한 적이 없으며, 유죄인정합의(plea agreement)의 보호 없이도 죄를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는 오늘(한국시간 18일) 트위터 공식 계정에 매닝의 감형을 '승리'라고 표현하며 환영했다. 위키리크스 창립자 어산지도 트위터를 통해 "첼시 매닝의 사면을 위해 힘쓴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허핑턴포스트 US는 이번 결정이 그간 내부 폭로자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로 비판을 받아온 오바마 정부에겐 변혁의 순간이라 평했다.

시민 연대 역시 그녀의 감형을 반겼다. 미국 시민 자유 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의 대변인은 "대통령이 옳은 결정을 내려 매닝을 감형한 데 대해 고마움와 안도의 감정을 느낀다"며 "이 결정은 말 그대로 첼시의 목숨을 구한 것"이라 표현했다.

국제 사면위원회 역시 오바마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으나, 몇 가지 더 이뤄야 할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가 감옥에서 수년 동안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녀가 밝힌 정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여전히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다."

앰네스티가 언급하고 매닝이 폭로한 정보에는 미군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저지른 전쟁범죄 의혹 등이 포함된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첼시 매닝은 군 사법제도의 정당한 법 절차를 밟아 죄에 대한 형을 선고받았으며 잘못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에 매닝을 포함해 재소자 209명의 형을 감형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비밀공작 관련 정보 유출 수사 과정에서 위증죄로 기소된 제임스 카트라이트 전 합참의장 등 64명을 사면했다.

매닝은 2013년 형을 선고받고서 생물학적 남성인 자신의 성 정체성을 여성이라고 밝힌 뒤 여성으로의 성전환 수술을 받게 해달라고 군 당국에 요청한 바 있으며, 두 차례의 자살 시도로 독방에 수감되기도 했다.

그녀는 2014년 여성임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교도소에서 머리를 기르고 화장을 하며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국방부 승낙을 받았으며, 브래들리 매닝에서 첼시 엘리자베스 매닝로 이름을 바꿔달라는 개명 신청도 허가받았다.

이번 감형 조치는 군이 경험이 없는 성적 정체성 관련 치료를 요구해온 매닝을 감옥에서 관리해야 하는 국방부의 부담도 덜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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