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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 모두를 분노하게 만들 '남편 산후 우울증' 서적의 진실

  • 김현유
  • 입력 2017.01.17 11:06
  • 수정 2017.01.18 09:25

지난 14일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남편 산후 우울증'이라는 제목의 책 내용을 담은 사진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진 속 본문 내용에 따르면 '남편 산후 우울증'이란 "말수가 줄거나 일에 빠져 퇴근이 늦어지기도 하고, 술에 취해 들어오는 횟수가 잦아지는 것. 아기가 태어난 새로운 가정에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여기까진 그러려니 하는데, 원인과 해결방안이 남녀 모두의 불만을 살 만하다. 모든 내용이 총체적 난국이지만 일부만 뽑아서 살펴보자.

원인

1. 남자는 자기중심적이다 (세상의 중심이 아기가 됐다)

2. 남자는 환경 적응에 느리다 (짜증은 금물)

4. 남녀평등으로 가는 과도기에 서 있다.

이타적이거나 환경 적응에 빠르거나 혹은 성평등을 주장하는 남성들이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이다. 가히 일반화의 오류라고 할만한 내용이다.

어떻게 도와줄까?

3. 남편이 하고 싶어하는 것만 시키자

5. 공평하게 나누려 하지 말자

7. 남편만의 시간을 주자

저 내용대로라면 남편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도맡아해야 하고 남편보다 육아도 더 분담하며, 나만의 시간도 갖지 못하는 아내들은 얼마나 힘들어지겠는가? 산후 우울증은 남성보다 여성들에게 훨씬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인데 말이다.

트위터에서는 난리가 났다.

'남편 산후우울증'은 실제로 존재하긴 한다. 육아전문매체 '맘&앙팡'에 따르면 생후 3~6개월 아이를 둔 아빠의 2~10%가 산후우울증을 경험한다. 쿠키뉴스는 이 원인이 심리적인 것으로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해결 방안이 해당 사진에 나온 것과 같지는 않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도훈 교수는 "임신부터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남편도 공동 책임감을 느끼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며 "아이가 태어나기 전, 좋은 아버지에 대한 역할, 실전 육아법 등을 배우면서 정서적·신체적으로 아이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전문적인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저 사진 속 내용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는 2008년 한 육아 매체에 올라온 것으로 현재는 지워진 상태다. 이후 2012년까지도 이 글은 여러 여성의원 페이지로 공유됐고, 약간의 수정이 더해져 출력된 것으로 보인다.

남성이 자기중심적이고 적응력이 느리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남편에게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글에 일침하듯 마음자리한의원 강용혁 원장은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이렇게 전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인 아내에 대한 배려 부족이 산후우울증의 시발점이다. 여기에 번번이 자기 입장만 정당화하려는 남편의 태도에 산모는 이내 숨이 막힌다.

(...)

‘산후우울증의 시작도 끝도 남편’이라는 말이, 오히려 호르몬이나 육아부담이란 분석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 경향신문(2013.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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