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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화이트삭스 팬인 오바마가 월드시리즈 우승팀 시카고 컵스를 초청해 조크를 던졌다

  • 허완
  • 입력 2017.01.17 09:39
  • 수정 2017.01.17 09:51

지난해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에서 108년 만에 우승의 한(恨)을 푼 시카고 컵스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다.

이는 미국 4대 스포츠 우승팀의 전통적인 백악관 방문 행사에 따른 것이다. 컵스가 백악관을 찾은 것은 1888년 이래 129년 만이다. 컵스가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건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1901~1909년 재임) 시절이다.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은 컵스 대신 시카고의 또 다른 MLB 팀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열렬한 팬이고, 아내인 미셸 여사는 열정적인 컵스 팬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오바마 대통령은 "컵스가 우승했을 때 백악관에 있는 누구와 같은 본능적인 즐거움을 만끽하진 않았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러면서 우승팀의 유니폼을 입는 전통을 앞두고선 "나로서는 컵스 유니폼을 걸치기가 힘들지만, 화이트삭스 팬 중에서 내가 최고의 컵스 팬이라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한 오바마는 컵스 선수단을 향해 "우승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면서 "난 퇴임까지 이제 나흘 남았는데 아슬아슬하게 맞춰서 백악관에 왔다"고 환영했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에 따르면, 백악관과 컵스 구단은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이 걸려 있어 월드시리즈 우승팀의 백악관 연례 방문 일정을 앞당겼다.

컵스는 올해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정규리그 방문 경기 때 겸사겸사 백악관을 방문하려 했으나 시카고를 정치적인 고향으로 둔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 전 컵스 구단에 경의를 표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 슬라이드쇼 하단에 기사 계속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탄생을 기리는 연방 공휴일인 이날 컵스 선수단을 백악관에 초청한 것에 대해 "스포츠는 정치가 실패한 곳에서 미국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일각의 비판을 일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가끔 사람들은 다른 일이 벌어질 때 왜 스포츠로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한다"면서 "역사를 통해 볼 때 스포츠는 심지어 우리가 갈라져 있을 때도 우리를 하나로 통합하는 힘을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키 로빈슨(MLB의 첫 흑인 선수)과 여기 서 있는 나(첫 흑인 미국 대통령) 사이에 직접 연결되는 선이 있다"며 역사의 맥락에서 스포츠의 의미를 되새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종종 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할 때엔 마음을 바꿔야 한다"면서 "스포츠는 정치나 경제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월드시리즈 우승과 함께 은퇴한 컵스의 베테랑 포수 데이비드 로스를 두고 "로스와 나는 일 년 내내 은퇴 파티를 즐길 것"이라고 농담해 좌중을 웃겼다.

컵스의 저주를 푼 조 매든 감독을 향해 오바마 대통령은 '전략의 명수'라고 극찬했다.

또 보스턴 레드삭스와 컵스에서 잇달아 MLB의 해묵은 저주를 풀어낸 테오 엡스타인 단장을 가리키며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으로 가는 게 어떠냐고 물었지만, 엡스타인 단장이 현명하게 야구계에 남겠다고 했다"고 유쾌하게 말하기도 했다.

'우승 청부사' 엡스타인 단장을 현재 공석인 DNC 의장으로 섭외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는 '조크'였다.

오바마에 이어 마이크 앞에 선 테오 엡스타인 컵스 단장은 오바마를 향해 "야구 팬으로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응원한) 당신의 무분별한 행동을 용서하고 싶다"며 "우리는 오늘 두 팔 벌려 컵스 패밀리로 환영한다"는 농담으로 응수했다.

컵스 구단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44대 대통령임을 뜻하는 숫자 44가 박힌 유니폼, 리글리필드 전광판의 숫자 44, 리글리필드(시카고 컵스 홈구장) 가족 평생 입장권 등을 선물로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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