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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는 최순실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를 단죄한 사법기관에서 그를 두고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민에게 허탈감만 안겨주고 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죄는 가볍지 않다"면서 그가 개인용도로 쓴 돈까지 있었음을 밝힌 것은 그의 죄질이 악질적이었음을 넉넉히 보여준다. 더군다나 그의 구속을 앞두고서는 돈을 줬던 기업인과 대통령의 다른 측근이 만나 돈거래 사실을 은폐하라고 하는 일까지 있었다. 또한, 그는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정에까지 나와서 뻔뻔스럽게도 대통령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떼기까지 했다. 그러나, 황당한 것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 바베르크
  • 입력 2017.01.19 09:00
  • 수정 2018.01.20 14:12
ⓒ뉴스1

그는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그를 최측근에 두고 챙겨 준 것은,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었을 때 그가 대통령 곁을 꿋꿋이 지켰던 것에 대한 보답일 수 있겠다.

그러나, 그에게 돈을 냈던 기업인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를 단죄한 사법기관에서 그를 두고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민에게 허탈감만 안겨주고 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죄는 가볍지 않다"면서 그가 개인용도로 쓴 돈까지 있었음을 밝힌 것은 그의 죄질이 악질적이었음을 넉넉히 보여준다.

더군다나 그의 구속을 앞두고서는 돈을 줬던 기업인과 대통령의 다른 측근이 만나 돈거래 사실을 은폐하라고 하는 일까지 있었다.

또한, 그는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정에까지 나와서 뻔뻔스럽게도 대통령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떼기까지 했다.

그러나, 황당한 것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형기를 마치고 바로 그 대통령에 의해 특별복권되었고

정치적으로 재기하더니만 심지어 다음 주에는 대통령 출마 선언(!)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라도 오해하신 분이 있을까 싶어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이 얘기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최순실에 관한 것이 아니다.

앞에서의 '그'는 바로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이다.

안희정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그를 최측근에 두고 챙겨 준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서 시장과 국회의원 등에 계속 출마해서 거듭 낙선했던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었을 때 그가 대통령 곁을 꿋꿋이 지켰던 것에 대한 보답일 수 있겠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무렵에 노무현 후보의 최측근 인사였던 그에게 돈을 냈던 기업인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했을까? 1심에서 그를 단죄한 판사가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는커녕 허탈감만 안겨주고 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안씨의 죄는 가볍지 않다"며 "안씨가 개인적으로 아파트 구입비, 지역구 여론조사비 등으로 쓴 12억1천만원을 추징한다"고 한 것이 그의 죄질이 악질적이었음을 넉넉히 보여준다.

더군다나 2003년 12월 14일 안희정 지사의 구속을 앞두고서는 돈을 줬던 기업인인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과 대통령의 다른 측근인 선봉술씨가 만나 "안희정씨를 통해 받은 돈을 강 회장이 직접 건네준 돈으로 진술하자"는 등 돈거래 사실을 은폐하라고 하는 일까지 있었다.

또한 안희정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정에까지 나와서 뻔뻔스럽게도 대통령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떼기까지 했었다.

2004년 4월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노무현대통령 탄핵심판 4차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희정씨와 최도술씨가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황당한 것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형기를 마쳤고(안희정 지사가 중간에 노무현 대통령에 의하여 특별사면이 되지 않은 것을 칭송하는 분들도 있던데 참 비위도 좋으시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다) 바로 그 대통령에 의해 특별복권되었고 이렇게 피선거권을 회복한 덕분에 정치적으로 재기하여 충남지사까지 되었고 심지어 다음 주에는 대통령 출마 선언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안희정 지사의 경우 최순실처럼 비선 실세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상황이었으며, 최순실처럼 국정농단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대선 과정에서의 정치자금 모금 과정에서의 불법성이 문제된 경우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한 당시 안 지사는 지금도 뻔뻔스럽게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최순실과는 달리 순순히 범죄를 인정하고 형기를 마쳐서 죗값을 치른 점도 최순실과는 다르다고 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또한 안 지사가 이렇게 대선 자금을 걷었던 무렵에는 선거공영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라 안 지사가 말하자면 희생양이 되었다는 변명도 있다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 측근이 기업들로부터 불법적인 돈을 받은 것이 문제되고 그 측근이 헌재 탄핵사건에서 증인으로까지 서는 상황을 지켜보며 안희정 지사 본인은 어떤 심정일지 나는 괜히 궁금해진다. 특히나 안 지사가 대선에 나설 의향을 보이면서 다른 대선 주자들을 비판하고, 자신의 상대적인 젊음을 강조하며, 미래에 대한 공약들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정작 자신의 이런 어두운 과거를 어떻게 뉘우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과문(寡聞)한 탓이겠지만 언론에서도 별로 다루고 있지 않은 것 같아 가뜩이나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검증기간이 다른 대선보다 짧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서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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