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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드가 아니다

진짜안보 논쟁이 필요하다. 문제는 사드 배치가 아니다. 우리는 유권자로서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해 대한민국의 포괄적 안보정책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사드는 북핵을 억지할 수 있는 군사적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 방법의 효용성과 실효성은 국가 이익, 한반도 안정과 평화, 그리고 동북아의 전략적 역학이라는 3가지 관점에서 포괄적 안보관 속에서 논의할 때,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빨갱이니, 종북이니 색깔론만 들이대는 가짜안보에는 자극적인 언사와 저질스런 몸짓만 난무하지 현상을 타파하는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 최종건
  • 입력 2017.01.16 11:52
  • 수정 2018.01.17 14:12
ⓒMISSILE DEFENSE AGENCY

박근혜 정부가 수용한 주한미군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한 찬반이 대선의 중심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전대표는 "사드 배치 결정은 공론화 과정과 외교적 노력 없이 진행된 것"이라며 "다음 정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그간에 유지했던 "국민적 합의 없는 사드 배치 반대"의 입장에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가 완성 될 때까지 시한부 배치"로 돌어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대 및 철회 입장이 분명하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사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전임 정부가 국가간에 이미 협상해 놓은 걸 이제 와서 뒤집다는 건 쉽지 않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보수진영 중 유승민 의원은 사드 배치를 가장 강력히 찬성한다. 그는 "사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드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 지사 또한 사드 배치가 "대한민국 주권의 문제"라며 찬성을 피력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한반도 현실은 준전시 상황"이라며 한국이 사드 배치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라고 제2함대 천안함 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발언하였다. 대체로 여권의 유력 후보들은 사드 배치를 찬성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야권 후보는 반대 내지는 차기 정부가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안희정 지사만이 한미 동맹이 결정한 것은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자세를 견지한다.

사드 배치, 후보의 신념에 따라 찬성 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사드가 다음 정권이 한반도 평화 복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진짜안보 논의를 블랙홀처럼 빨아드리고 있다는 점이다. 사드 배치의 찬반이 친미냐 반미냐와 같은 이념적 잣대가 되어 버렸다. 다음 정부의 주요안보 이슈는 북한의 평화적 비핵화, 동북아 평화질서 확립, 남북관계 개선, 그리고 북방경제와의 협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활적 이슈에 대한 논쟁을 해야 할 시기에 오로지 사드만 이야기하는 상황이 과연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2016년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 10년이 되는 해였다. 그 사이 북한은 5차례 핵실험을 강행했고 핵탄두 운반체로 변용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북한의 대량무기능력이 진화하는 사이, 한국과 국제사회는 "역대 최강의 대북제재"를 실행했다. 지난 해 3월에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인 2270이 통과되었다. 단호한 대북제재는 그 자체로서 의미 있는 대북시그널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북제재와 압박만이 의미 있는 대북정책이라고 믿는 사고의 경직성이다. 10년간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진화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 사이 우리는 남북관계 제로 시대를 등장했다. 개성공단을 폐쇠하고, 교역, 경협, 관광, 교통통신, 사회문화교류, 이산가족, 대북지원이 완전히 중단된 원년이 2016년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2007년 북한의 대남교역의존도는 37.9%였다. 2016년 한해 동안 39조원에 육박하는 국방비를 지출했다. 세계 10위 규모의 국방비다. 2015년 한해, 9조 1천억원의 해외무기 도입 계약을 했다. 계약액수로만 1위이다. 지난 10년간 우리가 도입한 미국산 무기는 총 36조원에 다다른다. 8조 5천억원이 소요된 인천공항을 4개 건설할 수 있는 막대한 비용이다. 이제 강력해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단절된 남북관계, 천문학적 국방비용을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문제를 고심해 봐야 할 때이다.

악화된 안보 상황은 고스란히 경제의 부담으로 전이되었다. 정부가 발표한 2016년 청년실업률이 9.8%, 10만명에 육박하는 숫자이다. 정부는 2017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2.6%로 전망했다. 정부가 새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내놓은 것은 1999년 이후 최초이다. 청년은 헬조선을 이야기한다. "이번 생은 망했다"며 '이생망'을 이야기 한다. "현재 내 삶이 불안하다"고 답한 청년이 63.6%이다. 2015년에는 52.5%였다. 10%가 껑충 뛴 것이다.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27.1%,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절망'이라고 표현한 청년이 52.4%였다.

문제는 이렇게 천문학적인 안보비용을 지출하면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살 것인가이다. 불안한 안보상황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혁신적 시각이 요구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 온전한 일상이 보장되는 삶"을 위한 복지정책, 경제정책, 실업정책에 관한 논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능력만큼 커버린 안보비용, 위축된 성장과 절망한 청년은 불쾌한 시대의 자화상이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은 경제 정책만으론 달성할 수 없다. 국가가 안보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때 시장이 성장한다. 건강한 안보와 경제 성장은 공존한다. 성장과 배분은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때 실현 가능하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국가 안전보장 정책이 구현될 때 진화할 수 있다. 안보를 그렇게 강조했던 박근혜 정권,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성장이 멈추었던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수 많은 경제정책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공허한 구호로 남았던 것은 혁신적인 안보 정책의 부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문제는 사드 배치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대선 후보들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물음은 "한국의 안보가 왜 악화되었는가? 이 악화된 안보를 어떻게 평화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시킬 것인가? 그리고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진짜안보에 관한 질문들이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안보는 더 어려운 안보일 것이다. 이 어려운 안보는 지금의 적대적 분단구조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는 안보이다. 이것이 진짜 안보이다. 진짜 안보논쟁은 우리가 어떻게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구축할 것인가라는 방법론에 관한 치열한 고민이다. 우리는 한 번도 그러한 논쟁을 하지 않았다. 선거 때만 되면 반미, 종북이라는 색깔론으로만 가짜안보 논쟁을 한 것이다.

진짜안보 논쟁이 필요하다. 문제는 사드 배치가 아니다. 우리는 유권자로서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해 대한민국의 포괄적 안보정책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사드는 북핵을 억지할 수 있는 군사적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 방법의 효용성과 실효성은 국가 이익, 한반도 안정과 평화, 그리고 동북아의 전략적 역학이라는 3가지 관점에서 포괄적 안보관 속에서 논의할 때,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빨갱이니, 종북이니 색깔론만 들이대는 가짜안보에는 자극적인 언사와 저질스런 몸짓만 난무하지 현상을 타파하는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안보환경이 어려운 것은 남북관계의 이중성 때문이다. 평화적 비핵화와 남북화해 그리고 한반도 안정을 실현해야 하는 한반도 환경은 원론적인 이념과 원칙을 무색하게 하는 모순된 관계와 상황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북한 지도부를 무조건 신뢰할 수 없다. 그러나 일단 신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관계가 바로 남북관계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해결하기 위한 가치와 북한체제 개방이라는 실용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 대북제재 속에서 유일한 협상 창구인 북한정권을 대화 상대로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엄연한 현실이다. 불편하고 때로는 불쾌하기도 하다. 이것은 덧샘 뺄샘의 1차원적 마인드로 풀 수 없는 고차원적인 상황이며 일도양단식으로 딱 잘라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유연성과 실용성이 반영되지 않는 안보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편하게 원론에 기대기에는 남북 화해협력의 무게가 막중하다는 것이 바로 외교안보 현장의 논리이며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에게 '평화는 물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위한 안보'가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안보관이 필요하다.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민 안보의식만을 탓하고 제재와 압박만을 강조하며 대화의 끈을 놓아버려 출구가 막힌 결과가 지금의 안보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소와 대북 압박과 함께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는 유인책을 제시하는 담대함이 요구된다. 한미동맹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도발을 응징할 자주 국방력이 필요할 것이다. 서울발 평화체제 논의를 구상해 한반도 평화의 한국화를 모색하기도 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없이 동북아 공동번영은 어렵기도 하다. 결국, 남북관계는 한국 성장에 관한 문제이고,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이 어려운 상황이다. 즉, 우리에게 한반도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지는 안보의식이 필요하다. 이것을 바로 유권자로서 후보들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이 정말 책임지고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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