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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를 없애면 문제가 없어지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대 폐지론'을 들고 나와 다시 한 번 논쟁이 붙고 있다. 사회의 문제가 말 몇 마디로 해결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서울대 폐지와 대학의 평준화라는 주장은 가벼운 발언이다. 서울대학교를 없앤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제는 서울대학교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왜곡된 욕망구조에 있다.

ⓒ한겨레신문

글 | 김정로 박사(국가혁신을 위한 동반성장포럼 연구위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대 폐지론'을 들고 나와 다시 한 번 논쟁이 붙고 있다. 한국의 학벌사회와 대학의 서열화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취지의 주장으로 국공립대를 하나로 묶어 통합캠퍼스로 운영하고, 나아가 수능시험과 교육부도 없애자는 것이다. 정운찬 전 총리도 최근 나온 책 '동반성장이 답이다'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등 처음 나온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서울대 폐지 주장은 현실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증오심이 보이기 때문에 그 정도가 심한 듯 보인다. 사회의 문제가 말 몇 마디로 해결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서울대 폐지와 대학의 평준화라는 주장은 가벼운 발언이다. 좋든 싫든 서울대는 한국의 가장 역사적인 대학으로 인재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대학교가 아닌, 대학입시의 폐해와 대학의 서열화다.

문제는 서울대학교의 존재가 아닌, 대학입시의 폐해와 대학의 서열화이다. 대학의 서열화가 어린 학생들과 그 부모들의 대학선택을 힘들게 하고 있다. 출산율도 저하되었는데 대학은 지나치게 많고 서열화 되어있다. 무엇보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대학을 나와야만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이다. 사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대학을 가는 이유는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불필요하게 대학을 갈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등학교나 직업학교의 교육을 사회의 변화와 수요에 맞게 재구축하여 학생들이 직업을 구하는 데 꼭 대학을 거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 번째 실마리다. 그리고 교육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못지않은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도록 성장시켜, 소박한 젊은이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산업의 거점과 지역의 대학을 제대로 연계시켜 불필요하게 서울의 대학까지 오게 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정책의 편의성과 실효성을 위하여 국공립대학부터 개혁을 실시할 필요는 있다. 국공립대학의 캠퍼스 통합과 우선적 지원은 당연히 필요하다. 여기서도 원칙은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하고 망국적인 대학의 서열화를 없애는 것이다. 한 마디로 국공립대학을 하나로 묶어 교육의 질을 높여 모두 서울대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된다.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야 한다. 당연히 등록금을 없애거나 최소화해야 하고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여야 한다. 지역의 산업수요와 연계하여 전공과목을 특성화하고 집중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부산대학교는 해양, 조선, 물류 등을 특화시키고 경북대는 전자공학을, 강원대는 생태, 환경, 농림을, 그리고 서울대는 인문학이나 일부 사회과학 등으로 특성화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향평준화가 아닌 대학마다 각 연구 분야의 최고수준이 되도록 특성화시켜야 한다.

또한 무차별적으로 할 수는 없겠지만 일정 부분 적절하게 통합캠퍼스로 활용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학점의 교류나 수강의 자유를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의 산업과 수요에 적합한 특성화교육만 잘 되면 불필요하게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수강신청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시간이 지나며 특성화에 따라 재편되면 자연히 대학들의 수준이 평준화되어 굳이 서울을 쳐다볼 필요가 없게 될 뿐 아니라, 각 지방의 국공립대학들이 자존심을 걸고 자유롭게 서울대학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사실 과거에도 지방 국공립대학들의 수준은 상당했다. 예를 들어 2005년까지는 삼성전자 임원들 중 가장 많은 수가 SKY대학이 아니라 경북대였다. 지금 학생들의 수준으로도 명확한 전공연구방향과 특화된 전문분야만 집중 지원하고 발전하게 한다면, 얼마든지 서울대학교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강국이다. 어느 대학이든 얼마든지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다고 평가된다. 문제는 전문화와 자존심이다. 이러한 분위기만 뒷받침된다면 어느 지역에서 공부하든 제 몫을 다할 것이고, 대학의 서열화문제도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역의 대학들을 특화시키고 집중 지원하여 서울대학교의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해결책이다. 서울대학교를 없앤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리고 서울대학이 무슨 죄인가? 사실 우리 모두 서울대학을 가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가? 문제는 서울대학교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왜곡된 욕망구조에 있다. 다들 가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 갈 수 없기에 불만이 증오로 변하는 것이고, 서울대 폐지론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상식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주장이다. 대중의 불만과 증오를 이용하여 편을 가르려는 패권정치일 뿐이다.

한편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서울대학교의 존재보다도 "벼락출세의 코스인 고시제도"였다. 박원순 시장이나 이재명 시장도 모두 고시를 통해 벼락출세한 분들이다. 그러니 더더욱 겸손하게 국민에 대한 책임과 봉사를 다해야 할 것이다. 직위를 이용하여 분란유발의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지도자는 통합의 정신을 가져야 하고 무한봉사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애민이란 국민 어느 하나라도 소외시키면 안 되는 것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서민과 부유층의 편을 가르고, 한쪽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다른 쪽에 대해 증오를 퍼붓는 것은 포퓰리즘적 언동으로 결코 지도자의 품성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론분열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지도자라면 이러한 양극단이 어떻게 화해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 쪽 편만을 들어 다른 한 쪽에 비난을 일삼는 것은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것이다.

어느 신년여론조사에도 나왔듯이 국민들이 바라는 지도자의 모습은 "깨끗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경제대통령으로서, 소통할 수 있고 똑똑한" 지도자이다. 선거에서 표만 바라는 급한 마음에서 분노를 표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대다수의 국민들은 차분하게 지켜보고 있다. "국민이 대통령"인 시대다. 말 그대로 국민에게 무한봉사하는 머슴이 되려면 겸허하게 국민들의 다양한 여론에 귀를 기울여 소통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깨끗하고 현명하며, 국민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대통합과 민생경제를 책임질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김정로

고려대 졸, 베를린 훔볼트대학과 성균관대 박사과정,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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