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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CJ가 좌파성향을 보인다"며 CJ를 직접 압박했다

  • 허완
  • 입력 2017.01.16 04:30
  • 수정 2017.01.16 04:32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1월 말 손경식 씨제이(CJ)그룹 회장을 독대해 “씨제이의 영화·방송 사업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 방향을 바꾸라”고 직접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손 회장은 “죄송하다. 방향을 바꾸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시 의혹을 받는 박 대통령이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업체를 운영하는 씨제이에 이재현 회장의 사면 문제와 주력사 세무조사 등 정치·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생산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15일 특검과 문화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27일 오후 서울 삼청동 안가로 손 회장을 불러 독대했다. 박 대통령은 인사를 주고받은 직후부터 “씨제이가 좌파 성향을 보인다. 씨제이가 영화를 잘 만드는데, 방향을 바꾼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압박했다고 한다. 정권 비판적인 콘텐츠 생산을 중단하고 우호적인 콘텐츠를 만들라고 요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다른 주제에 대한 얘기 없이 씨제이의 정치 편향성만 집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월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문화가 있는 날 여섯번째 행사로 영화 ‘국제시장’ 관람에 앞서 감독 윤제균, 배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등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에 손 회장은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 중에 편향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제가 이번에 모두 정리했다. 앞으로는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우리는 <명량> 등과 같이 국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화도 제작한다”며 박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손 회장은 독대 뒤 이채욱 부회장에게 대통령 면담 내용을 전하며 “우리가 적극적으로 하면 정부와의 관계가 원만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제이는 이후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애국주의’ 논란을 일으킨 영화들을 잇달아 만들었다. 박 대통령은 2015년 1월 <국제시장> 시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중심이 돼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을 솎아내는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손 회장과의 독대 전에 김 전 실장으로부터 블랙리스트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정황이 드러난 김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을 이번주 불러 조사한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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