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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계화의 리더는 미국이 아니다

  • 김수빈
  • 입력 2017.01.13 12:54
  • 수정 2017.01.13 12:59
ASOURI  BEIJING, CHINA - DECEMBER 02: China's President Xi Jinping looks on before a meeting with former US Secretary of State Henry Kissinger (not seen) at the Great Halll of the People on December 2, 2016 In Beijing, China.  (Photo by Nicolas Asouri - Pool / Getty Images)
ASOURI BEIJING, CHINA - DECEMBER 02: China's President Xi Jinping looks on before a meeting with former US Secretary of State Henry Kissinger (not seen) at the Great Halll of the People on December 2, 2016 In Beijing, China. (Photo by Nicolas Asouri - Pool / Getty Images) ⓒPool via Getty Images

시진핑 주석은 다음 주에 중국 주석 최초로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 경제 포럼에 참석한다. 이 타이밍은 적절한 동시에 불길하다.

적절한 순간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수십 년간 걸쳐 미국이 만들다시피 한 이 세계에서 미국이 발을 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아시아였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은 관세와 장벽을 앞세운 보호 무역주의를 의미하며, 무역 조약, 기후 협약, 어쩌면 오랫동안 이어진 군사동맹에서까지도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럽이 내부의 혼란에 빠져 있는 지금, 미국이 발을 빼면 중국은 세계에 대한 관점을 지닌 단 하나의 강대국이 된다. 중국이 준비가 되었든 안 되었든 간에, 중국은 개방적 세계 경제를 유지할 방법을 찾고 기후 변화와 싸워야 할 사실상의 세계 리더가 되었다. 시진핑 주석은 사실상 세계화의 ‘핵심 리더’가 되었다.

불길한 이유는 그 반대를 보면 안다. 세계 엘리트들이 매년 모이는 다보스는 가장 유명한 교회다. 시진핑은 그 교회의 연단에 서서, 개종자들을 상대로 이야기하게 된다. 이렇게 저명한 곳에서 전세계 비즈니스 엘리트들과 동조하게 되면,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을 휩쓰는 포퓰리스트의 물결 속에서 중국은 더욱 부정적인 시각을 받게 된다. 서구의 노동계급과 중산층에 있어 중국이 주적이라는 그들의 생각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나는 경제적 국수주의자다. 글로벌리스트들은 미국 노동계급을 무너뜨리고 아시아에 중산층을 만들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미국인들이 다시 엿먹는 일이 없게 하는 일이다.” 트럼프의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이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의 새 정권의 세계관을 아우르며 한 말이다.

서구 지도자 중 가장 영리한 반(反) 포퓰리스트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올해는 일반인들과 동떨어진 다보스를 피하는 게 정치적으로 현명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중국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지난 1월 9일 트럼프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

중국이 공개적이고 호혜적으로 평등한 세계 경제를 주장하고 기후 변화 대처에 앞장서는 것은 옳다. 하지만 그러나 선거에서 포퓰리즘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국가들의 우려에도 관심을 갖는 게 현명할 것이다. 상호의존이 주는 명확하지 않은 이익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마윈이 트럼프를 만나 미국에서 일자리 대부분을 창출하는 소기업들이 알리바바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국에 직접 수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던 것은 옳은 접근이었다.

중국은 트럼프 정권과 협력해, 대미 무역 흑자로 쌓인 막대한 비축금을 다시 순환시켜 트럼프가 약속한 미국 인프라 투자에 들어가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은 그 돈이 절실히 필요하다.

전세계 지도자들이 작년에 파리에서 기후 협약을 채결했지만, 트럼프 내각 예정자 중에는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의견 합의를 믿지 않는다고 단언한 사람들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은 캘리포니아 등 세계 온난화 중지를 중요시하는 미국 주와 손을 잡아야 한다. 캘리포니아의 탄소 배출권 시장의 규모는 세계 최대급이다. 올해 중국은 캘리포니아 주의 도움을 받아 배출권 거래제 파일럿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넓힌다. 캘리포니아 등 전세계 국가 이하 단위 지역 정부들과 손잡고 이러한 시장 확대를 꾀해야 할 것이다.

중국-미국 파트너십이 전세계에 있어 최적이다

미국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나는 빌 클린턴이 현직 미국 대통령 최초로 다보스를 방문했던 2000년에 동행했다. 냉전 후 미국의 승리주의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다. 당시 내가 썼던 글이다.

분명 세계화는 미국이 주도하는 현상이다. 역사상 최장 기간 동안 완전 고용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경제에 다보스에 모인 이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는 상당 부분 더 자유로워진 무역과 정보 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업계 거물들은 신경제에서 수십 억 달러를 버는 법에 대한 비젼을 공유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AOL의 스티브 케이스, 비아콤의 섬너 레드스톤을 입을 딱 벌리고 쳐다 보았다. 유전학에서의 위대한 혁명에 대한 세션도 과학자부터 규제자까지 전부 미국인들이 장악했다. 알프스 높은 곳의 다보스에서는 먼 미래까지 뚜렷이 내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올해 다보스의 만남이 단서가 된다면, 미래가 미국의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당시 국무장관이던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미국을 ‘없어서는 안될 국가’라고 부른 것도 그 무렵이었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그 당시의 미국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리고 미국은 내가 2000년에 주목했던 강점 중 상당수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올라왔다. 그러나 어떤 국가도 혼자서 주도할 수는 없다. 세계화가 기능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미국과 중국이 이해의 융합에 기반한 ‘없어서는 안될 파트너’로 힘을 합치고 모두를 위한 세계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 경제를 지닌 두 국가가 서로 문명권은 다르다 해도 손을 잡지 않는다면 그건 불가능하다. 전세계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적대적인 두 블록의 리더가 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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