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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아직도 가야 할 길 2 | 성별 직종분리

성별 직종분리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직종별로 차이야 있겠지만, 전반적인 직종별 성 비중은 지난 20년간 계속 악화되었습니다. 대학진학률과 학업성취도 차이가 사실상 사라졌고 (오히려 여성이 우위에 있고), 무수한 정책과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개인 "노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부 전문직에서 여성이 약진하고 있음을 들어 소위 "여성 상위시대"를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 문제는 효율성을 갉아먹을뿐더러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됩니다.

  • 김선함
  • 입력 2017.01.16 09:42
  • 수정 2018.01.17 14:12

* 이번 글은 매우 길기 때문에 세줄요약이 있습니다.

[오늘의 세줄요약]

1. 한국에는 성별 직종분리가 존재한다. 여기엔 성별 직종 간 위계, 즉 수직적 성격도 있다.

2. 한국 직종분리는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악화되었다. 미국의 경우 30년간 매우 완화되었으나 최근 정체 중이다.

3. 이제는 여성 경제활동 확대에서 비롯된 간접적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성별 직종분리가 실질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1-(2). 톺아보기: 성별 직종분리

 지난 글에서 성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와 그 원인을 간략하게 짚어 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노동시장에서 벌어지는 성별 직종분리(occupational segregation) 현상을 살펴보겠습니다.

 성별 직종분리란 말 그대로 남성과 여성이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직종'분리'라는 표현이 직종 간 장벽을 연상시키지만, 단순히 성별로 다른 직종에 집중 분포하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 현상은 성역할 고정관념의 대표 주자, "남성은 의사 여성은 간호사" 식 직업 고정관념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50년 전 미국 어린이 그림책. (출처: Whitney Darrow Jr. (1970), "I'm Glad I'm a Boy! I'm Glad I'm a Girl", Windmill Books.)

 직업은 소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가령 남성이 고소득 직종에, 여성이 저소득 직종에 집중 분포한다면 성별 직종분리는 임금 격차로 이어집니다. 여성은 아무리 자기계발을 해도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만연해진다면 그 사회의 성 불평등은 고착됩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을 오랫동안 분석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미국의 성 불평등 완화를 "젠더 대수렴"으로 부른다고 했습니다. "대수렴"의 주역은 전통적으로 남성 영역으로 여겨지던 고소득 직종에 진출한 대졸 여성들이었습니다. 최근 10년간 완화 속도가 느려졌는데, 성별 직종분리 완화 추세 정체가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Blau and Kahn, 2006, 2007; Blau, Brummund, and Liu, 2013)

 그렇다면 여성은, 또는 남성은, 어떤 직업에서 주로 일할까요? 한국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표가 깁니다. 통념을 수치로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여러 직종을 골라 보았습니다. 같은 색으로 표시된 직업을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자료: 통계청 (2016), 지역별고용조사 (상반기, 전국) 원자료.

 놀랍지 않은 결과일 겁니다. 의사와 간호사를 다시 한 번 보면 여성은 의사("의료진료 전문가") 중 23.1%이며 간호사의 94.8%가 여성입니다.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0.6%)와 가사 및 육아 도우미(99.6%)도 선명하게 대조됩니다.

  관리자·전문가 직군 여성 비율이 낮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기업 임원(0.9%)과 비서 및 사무 보조원(73.1%), 행정 및 경영지원 관리자(6.5%)와 행정 사무원(41.4%), 금융 및 보험 전문가(19.4%)와 금융 및 보험 관련 사무 종사자 (52.0%). 직종분리가 단순히 성별 선호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기엔 성별 위계가 뚜렷합니다. (이 현상을 따로 "수직적 직종분리"라 일컫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 문제를 깊이 파고들기보다 직종분리를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다른 통계를 이용해서 20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전 직종 여성 비율이 상승했습니다. 놀랍게도 관리자·전문가 직군의 여성 비율이 매우 개선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종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심각해 보입니다. 서비스 종사자를 제외한 모든 직종에서 여성 비율이 50% 미만입니다.

자료: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각년도. 1993년은 표준직업분류 5차개정판, 2015는 6차개정판의 분류를 따름.

 그런데, 무엇이 "심각한" 걸까요? 기업 임원의 남성 편중이 심하지만 임원의 절대적 숫자는 매우 적습니다. 대신 종사자 수가 훨씬 많은 직종(가령 생산/서비스 노동자) 성 비중이 반반에 가깝다면 노동시장 전체의 직종분리는 심한 걸까요. 모호한 문제가 더 있습니다. 20년 전에 비해 직종분리가 나아진 걸까요("나아지는"건 또 뭘까요). 나아졌다면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전 직종 평균 여성비율인 36.1과 29.4의 차이만큼일까요. 이들 물음에 정확히 답하려면 노동시장 전체의 성별 직종분리를 측정하여 수치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지요.

"커... 작아... 두꺼워... 아냐 가늘다구." (출처: http://iamtechnologyblog.com/blind-men-and-an-elephant)

 노동시장에는 다양한 직종이 있습니다. 모든 직종의 성별 종사자 비율("성 비중gender composition")이 반반이라면 성별 직종분리가 없습니다. 모든 직종의 여성 비중이 0% (남성직종) 또는 100%(여성직종)이라면 직종분리가 극단적인 경우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직종마다 성 비중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모든 직종의 성 비중을 바탕으로 직종분리를 측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경제학자들은 이런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던컨 지수(Duncan Index, DI)라고 불리는 지수가 그 방법입니다. 자세한 계산 방법보다는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이를 이용한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조금 낯설겠지만 집중해서 읽어 주시기를!

 던컨 지수는 모든 직종의 성 비중을 이용하여 노동시장의 성별 직종분리 정도를 계산합니다. 모든 직종의 성 비중이 같으면 0이고, 직종분리가 심화될수록 값이 커집니다. 여기에 직종규모(종사자 수)와 직종별 성 비중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작용합니다. 예시를 먼저 보는 편이 빠를 겁니다. 다음 표는 200명의 노동자가 있는 가상의 노동시장을 나타낸 것입니다. 직종은 총 3개(A, B, C), 표 안의 숫자는 직종별 종사자 수입니다 (던컨 지수 제외).

주: Fuchs(1975)에서 인용. 단, 편의를 위해 표를 가공했음.

 한쪽 성이 더 많은 직종을 "우세직종"이라고 합시다. 2016년 기준 A는 남성 우세직종, C는 여성 우세직종입니다. 2016년 던컨 지수를 계산하니 60입니다(계산 생략). 2017년이 되자 직종 A, C의 규모가 줄어들고 B의 규모가 늘어납니다(40명에서 110명). 한편 A, C의 성 비중이 극도로 악화되었고(A는 남성 100%, C는 여성 100%) B도 남성 쪽이 약간 우세해졌습니다. 2017년 던컨 지수는 50입니다. 지수가 하락했으니 1년 동안 시장 전체의 직종분리는 완화된 것입니다.

 1년간 모든 직종의 성 비중이 악화되었습니다. 특히. 직종 A,C에서 성 비중이 매우 불균등해졌습니다. 하지만 성 비중이 비교적 균등한 직종(B) 규모가 불균등 직종(A, C)에 비해 커지자 던컨 지수는 하락했습니다. 성 비중 균등 직종의 성장이 불균등 직종의 성 비중 악화를 상쇄한 겁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고 생각해 볼까요. 2017년에 성 비중이 극단적인 직종 A, C는 1년 전으로 돌아가면 최소한의 성 비중을 회복합니다. 하지만 성 비중 균등 직종 B의 규모가 줄어들고 불균등 직종 A, C의 규모가 커지면서 던컨 지수도 다시 커집니다. 이 경우는 성 비중 균등 직종이 쇠퇴하며 불균등 직종의 성 비중 완화를 상쇄한 겁니다.

이 노답경제학너드가 대체 뭐라는 것이여... (출처: 야밤의 공대생 만화, "무한대를 본 남자" 편)

 보다 간단한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불균등 직종 성 비중이 완화되는 동시에 성 비중 균등 직종이 성장하면 던컨 지수는 하락합니다(직종분리 완화). 반대로 불균등 직종 성 비중이 악화되며 성 비중 균등 직종이 쇠퇴하면 지수는 상승합니다(직종분리 심화).

 요약하면 던컨 지수는 직종규모와 성 비중을 기준으로 성별 직종분리를 측정합니다. 지수 변동은 두 가지 변화가 합쳐진 결과입니다. 이들을 각각 "직종규모 효과" (성 비중이 일정하고 직종규모가 변할 때의 지수 변동), "성 비중 효과" (직종규모가 일정하고 성 비중이 변할 때의 지수 변동)로 부르겠습니다. 표로 본 예시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이렇습니다. 직종규모 효과가 성 비중 효과보다 커서 던컨 지수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나타낸 던컨 지수 분해

 이제 던컨 지수를 이용해서 한국의 성별 직종분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명철(2015)은 20년간(1993-2013) 한국 성별 직종분리 추이를 분석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직종분리가 지속적으로 완화되었습니다 (대략 40-60 사이에서 변동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로 보이지만 낙관하기엔 이릅니다. 지수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주: 사명철(2015)에서 인용. 논문 데이터를 이용해 필자가 그렸음.

 먼저 학력별로 나누어 볼까요. 대졸 이상 집단에서 미만 집단보다 직종분리가 약하게 나타납니다(곡선이 아래에 있습니다). 하지만 두 집단 모두 1993년과 2013년 지수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20년간 변화도 불규칙하며, 1997 외환위기와 2008 세계 금융위기 전후에 지수가 크게 출렁입니다. 던컨 지수로 측정한 성별 직종분리가 노동시장 내 성평등보다 다른 경제변수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체 지수가 학력별 지수와 달리 안정적으로 하락하는 현상도 마찬가지로 해석됩니다. 90년대 이후 대학진학률이 높아졌습니다. 노동시장에서도 비교적 직종분리 경향이 약한 대졸 이상 집단의 비중이 더 커졌습니다. 그러자 전체 지수가 대졸 이상 지수에 가까워진 겁니다. 그림에서도 전체 지수가 (비교적 큰) 대졸 미만 지수와 가깝다가 (비교적 작은) 대졸 이상 지수와 가까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기업 환경 변화(노동수요)가 아니라노동자 교육수준 변화(노동공급)의 영향이 더 컸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지수 변화를 성 비중 효과와 직종규모 효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표에는 학력별로도 효과를 나누었지만 본문은 전체만 다룹니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주: 사명철(2015)에서 인용. 표 두 개를 필자가 통합함.

 앞서 본 예시처럼 성 비중 효과와 직종규모 효과가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성 비중 효과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직종규모 효과가 하락하고 있지요. 개별 직종의 성 비중이 계속해서 악화되었으나 성 비중 균등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말입니다. 이 표는 지수 변화분만 따로 떼어 보고 있기 때문에, 지수 전체를 보면 성 비중 악화는 계속 누적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2009년-2013년 사이에는 성 비중 효과가 직종규모 효과보다 커서 던컨 지수가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졸 이상 집단에서도 그렇습니다.

 20년간 직종별 성별 비중은 개선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질적 성별 직종분리는 오히려 심화되었습니다. 여성 기관사, 남성 육아도우미는 여전히 보기 힘듭니다. 직종(직장) 내 성평등 개선보다는 여성의 대학진학률 및 경제활동 확대가 표면적 직종분리를 미약하게 완화시키는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직종규모 효과가 점점 작아지며 간접적 완화 효과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성 비중 효과가 악화일로라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성별 불균등 직종에서 일하기 어렵다면 기존 질서에 맞추어 직업을 선택하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적성과 꿈을 따라 직업을 택해도 원하는 경력을 쌓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직종별 성 비중이 고착되며 커리어 기대(career expectation) 역시 고착되는 겁니다. 이런 경제에서는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않습니다. 다른 직종에서 일했다면 더 좋은 성과를 냈을 사람들의 잠재력이 사라집니다. 한 마디로 비효율적입니다. 직종분리가 낳는 성별 임금격차, 즉 형평성 문제를 제쳐 두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배트맨이 없다면 고담 시는 경찰을 몇 명 더 고용해야 할까요? 배트맨이 다른 농부들보다 쌀농사를 더 잘 지을까요? (출처: http://9gag.com/gag/adXn0Dd/the-dark-knight-rices)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1970년부터 2009년까지의 미국 성별 직종분리를 분석한 연구를 소개하겠습니다(Blau, Brummund, and Liu (2013)). 마침 처음에 본 그림책도 미국에서 1970년에 출간되었죠. 논문 내용에 앞서 미국 최근 통계부터 보겠습니다.

주: Borjas (2013), 강창희 외 역(2014)에서 인용.

 미국도 유치원 교사와 가사도우미 여성 비율이 압도적입니다. 초등학교 및 중고등학교 교사에 여성이 많은 것도 비슷합니다. 한편 법률가와 의사 여성비율이 한국보다 10%p 높습니다. 전체 노동시장은 어떨까요? 다시 던컨 지수 그래프입니다. 이 논문은 미국 직종분류 개정을 고려해서 그래프를 두 번 그렸습니다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논문 저자들을 따라 2000 직종코드 기준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주: Blau, Brummund, and Liu (2013)에서 인용. 범례와 축 레이블은 필자가 번역함.

 1970년 미국은 1993년 한국보다 던컨 지수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지수는 단 한 번도 크게 반등하지 않고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 쇼크,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 등 거시경제 충격의 여파도 이 그래프에서는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이것도 성 비중 효과와 직종규모 효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주: Blau, Brummund, and Liu (2013)에서 인용. 열 제목은 필자가 번역함.

 성 비중 효과와 직종규모 효과가 모두 음수입니다. 직종 내 성 비중이 균등화되는 한편 성 비중 균등 직종 비중이 커지면서 던컨 지수가 하락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성 비중 효과가 더 큽니다. 앞에서 미국 젠더 대수렴의 주역이 "남성 직종" 특히 고소득 화이트칼라 및 서비스 직종에 투신한 여성들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표가 그 근거 중 하나입니다. (저자들은 "여성 직종"에 진입한 남성들이 없지는 않지만, 매우 적다고 밝힙니다. 그리고 "여성 직종"의 임금이 대체적으로 낮기 때문에 남성들에게는 굳이 그럴 유인이 없다고도 부연합니다.)

 공저자 중 한 명인 Blau 교수는 과거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던컨 지수도 추정했습니다 (Blau and Hendricks, 1979). 그 논문에서 그녀는 1985년 던컨 지수를 60.7 내지 65.9 정도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에서 계산한 1985년 미국 던컨 지수는 약 57 정도입니다. 미국 성별 직종분리가 예상보다도 빠르게 완화된 겁니다. 그야말로 성별 통합(gender integration)의 시대였지요.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사실 지수만 보면 한미 양국은 비슷한 수준입니다. 아니, 한국이 더 낮습니다. 성 비중 효과 방향이 정반대라서 문제지요.

동양 용과 서양 드래곤도 매우 다릅니다. 둘 다 끝판왕 포지션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출처: 오버워치 단편 애니메이션 "용" (위), "호빗: 다섯 군대의 전투"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 미국에서도 성 비중 효과는 점점 작아집니다. 던컨 지수 하락 폭도 작아집니다. 다시, 최근 10년간 젠더 대수렴이 느려진 원인이 직종 내 성별 통합 둔화와 궤를 같이한다는 앞선 설명과 일맥상통합니다. 저자들은 국가와 기업이 성평등 정책을 도입할 여지가 아직도 많으며, 기존 정책의 효과 역시 점검해야 한다며 논문을 마칩니다. 차차 소개하겠지만 경제학자들은 미국에서 여전히 일-가정 양립이 어려우며, 이 문제가 성평등 진전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합니다. "대수렴"이 이루어진 미국이 그런데 하물며 한국은 어떨까요.

 성별 직종분리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직종별로 차이야 있겠지만, 전반적인 직종별 성 비중은 지난 20년간 계속 악화되었습니다. 대학진학률과 학업성취도 차이가 사실상 사라졌고 (오히려 여성이 우위에 있고), 무수한 정책과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개인 "노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부 전문직에서 여성이 약진하고 있음을 들어 소위 "여성 상위시대"를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 문제는 효율성을 갉아먹을뿐더러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됩니다. 당장 1편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이 대부분 공무원 내지 공공기관 소속이었지요. 또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성별 직종분리와 떼어놓을 수 없는 주제, 성별 임금격차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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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여성의 전문직 진출

 통계청은 매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라는 자료를 발간합니다. 이 보고서는 경제활동, 건강, 교육수준 등 다양한 여성 관련 통계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자료를 통해 2000년대 들어 활발해진 여성의 전문직 진출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전문직은 교육, 법조, 의료계 및 공무원을 말합니다. (이 중에서는 의료계 여성 진출이 가장 더딥니다. )

 더 이상 설명 없이 2016년 보고서의 주요 도표를 옮겨 둡니다. 원래 표는 2010년 이후를 1년 단위로 처리하지만 편의를 위해 제가 5년 단위로 편집했습니다. (참고문헌은 맨 뒤에 있습니다.)

[참고문헌]

- Blau, F. D., Brummund, P., & Liu, A. Y. H. (2013), "Trends in occupational segregation by gender 1970-2009: Adjusting for the impact of changes in the occupational coding system", Demography.

- Blau, F. D., & Hendricks, W. E. (1979), "Occupational segregation by sex: Trends and prospects", Journal of Human Resources, 197-210.

- Borjas (2012), 노동경제학, 6판, 강창희 박철성 송헌재 (역), 시그마프레스.

- Fuchs, V. R. (1975). "A note on sex segregation in professional occupations", In Explorations in Economic Research, Volume 2, number 1 (pp. 105-111), NBER.

- 통계청 (2016),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 사명철 (2015), "우리나라 노동시장 내 성별 직종분리의 변화", 노동정책연구, 15(4), 1-24.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연재의 다른 글은 필자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블로그 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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